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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이 묻는다, ‘어떤 평화'인가?'무장평화'의 편익분석이 필요하다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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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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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3.09. 미디어스 / 냥이관리인(필명) ]

   
▲ 노무현 전 대통령(좌)와 전함 사이로 본 강정마을(우)

근대 이후의 역사에서, 무장평화, 즉 군비확장을 통해서 평화를 유지했던 시기는 크게 두 개의 시기가 있었다. 하나는 20세기 초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3국 동맹과 이에 맞선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의 3국 협상으로 군비확장을 통한 세력균형을 유지했다. 다음의 시기는 핵경쟁으로 불리는 20세기 중반의 냉전 체제다.

앞의 시기는 1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참사로 귀결되었고, 뒤의 시기는 막대한 군비경쟁을 초래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무장평화론자들이 앞의 사례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려하는 반면, 뒤의 사례에 대해선 꽤나 높이 평가한다는 점이다. 즉, 냉전은 ‘평화를 힘으로 깨뜨리려는 세력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억지'였고 이것이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냉전의 해소를 소연방의 해체로 보는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 냉전을 종식시킨 것은 경제적 이유가 더 컸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대신 냉전이 극에 달했던 80년대 ‘우주전쟁'의 시나리오 속에서 극대화된 공포 자체가 냉전의 직접적인 결과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평화의 섬'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은, 단순히 해군기지 하나를 더 짓거나 덜 짓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평화'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즉, 우리는 20세기의 ‘무장된 평화'로 가는가, 아니면 새로운 ‘비무장된 평화'로 가야하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무장평화를 주장하는 사람은 현실에 발을 딯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비무장평화를 주장하는 사람은 공상에 몸을 싣고 있는 사람으로 보는 이분법이다. 이런 이분법은 최선보다는 차선과 그 차선의 차선을 지지하도록 만드는 것을 넘어서서 그것이 ‘당연하다'고 믿게 만든다. 이렇게 되면, 논쟁은 사라지고 이상론은 현실론의 ‘알리바이'로 변형된다. 이를테면,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해 놓고, 바로 해군 군사기지로 지정한 것과 같이 말이다.

   
▲ 최악의 시나리오 책 표지(좌)와 선스타인

캐스 선스타인이 쓴 <최악의 시나리오>(에코리브르, 2008)는 기후변화나 테러, 유전자변형 농산물의 확대와 같은 범지구적 문제에 대해 공공정책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그가 제시하는 원칙은 ‘‘재난 위험의 사전 예방원칙'과 ‘세대간 무차별 원칙'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양극단의 반응이 있다. 하나는 종말론에 가까운 비극이고 다른 하나는 낙관론에 근거한 희극이다. 선스타인은 이런 두 가지의 반응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게' 만드는 무행동의 원칙이라고 평가한다. 즉, 1% 독트린의 실체다.

저자는 프레온가스의 규제를 담은 ‘몬트리올 의정서'와 온실가스에 대한 규제를 담은 ‘교토의정서'에 대한 미국정부의 상이한 선택(전자에 대해서는 지지했고, 후자에 대해서는 지지하지 않았다)을 비용편익의 분석이라는 방식으로 해명한다. 그리고 이런 미국의 선택은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가 있음을 밝힌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몬트리올 의정서에 대한 편익과 기후변화에 대한 편익을 고려하는 과정에서의 차이다. 몬트리올 의정서에 대한 편익에는 미래세대들이 받게 될 ‘피부암'이라는 재앙이 고려되었지만, 교토 의정서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오존층의 파괴는 직접적인 재앙이겠지만 기후온난화의 재앙은 간접적인 재앙으로 해석했다. 어떤 시나리오를 구상하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대응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선스타인이 보기에 범지구적 재앙을 대처하는데 필요한 것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 시나리오의 세트다. 그리고, 그런 계획이 시행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1%의 위험에 대해 수용가능한 위험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정 해군기지의 예를 들자면, 미중 전쟁에서 제주가 미국의 전초기지로 활용되는 것이 이에 속한다. 부수적으로 중국을 적대시하는 군사전략이 제주도의 관광수입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관광객에 미치는 정서적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중 32%는 제주도를 방문한다). 이 것이 그가 제시하는 ‘재난 위험의 사전적 예방 원칙'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미래세대의 비용문제다. 사실 군사기지같은 것은 아무 것도 생산하지 못하는 불모지같은 것이고 외려, 매년 수천억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유지비용이 나가야 하는 ‘순비용 애물단지'에 가깝다. 게다가, 군사기지 건설에 따라 인근 조업이 영향을 받는다면 이에 대한 보상금은 항구적으로 지급되어야 할 공산이 크다. 당장 우리 세대를 넘길 수 있지만, 이런 사회적 합의에 어떤 고려 대상도 되지 못한 미래 세대들에게는 합당한 책임지우기인가. 이런 관점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것이, 선스타인이 제시하는 ‘세대간 무차별 원칙'이다.

앞서 무장평화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것이 가지는 맹점은 ‘무장평화'가 평화를 위한 수단일 수는 있어도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해법의 다양성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이런 일방의 편익계산은 결국, 앞으로 닥칠 다양한 부수적 효과에 대한 고려를 무력화시킨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강정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측에서 뿐만이 아니라, ‘해군기지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꼭 강정일 필요가 있는지는 문제다'라는 반대하는 측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비무장 평화에 대해서도 비용 이상의 가치라는 측면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비용이 덜 드는 전략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냐, 저것이냐는 양극단은 언제나 권력을 가진 자들이 민중들에게 내놓은 수사였다. 그리고 그 귀결은 언제나 한 쪽에는 공포의 얼굴을 다른 한 쪽에는 환상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적어도 평화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1년에 만들어진 안보체제의 장기지속에 놓여 있는 건지 모른다. 물론 이 글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두 시대를 포함해서 말이다.

   
▲ 이명박 대통령(좌)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총리 시절이던 지난 2007년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모습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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