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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보다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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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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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3.09. 뉴스코리아 < 데스크칼럼> / 최윤주 편집국장 ]


   
북한의 식량난이 정점을 찍기 시작한 건 1996년부터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무너져 내린 경제로 이미 북한사회는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상태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배급은 이미 1992년경부터 끊어졌다. 여기에 1995년과 1996년 연이은 대홍수, 1997년 극심한 가뭄, 1998년 한파가 차례로 북한 땅을 강타하면서 북한은 결국 ‘살기 위해’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북한 식량난의 참상이 처음으로 천하에 드러났다.

나라에 양식이 없어 백성이 죽는다는 건, 이미 죽은 사회라는 뜻이다. 먹을 것이 없다는 건, 이미 모든 것이 무너졌다는 뜻이다. 정부가 한 나라의 근간으로 서 있지 못하다는 뜻이며, 정상적으로 가정을 이루고 사는 백성이 없다는 뜻이다.
배급은 끊어지고 먹을 것은 없고 굶어죽는 이가 천지이고 살 길은 없고 죽을 길만 보이는 절벽 앞에서 북한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두만강’을 건너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사히 강을 건넜더라도 중국 땅에서 공안에 걸리면 모든 게 허사다. 공안에 잡히면 여지없이 다시 북으로 보내졌다. 중국과 북한 간에 체결된 범죄인 인도협정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탈북한 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몰래 국경을 넘어온 ‘불법입국자’ 혹은 ‘불법체류자’로 분류, 북한으로 보낸다. 그리고 이들을 넘겨받은 북한은 조국을 버린 ‘정치 배신자’의 낙인을 찍는다. 만에 하나 한국행을 시도하다 걸리면 강제노역은 기본이고 참혹한 고문까지 감당해야 한다. 심한 경우 형사재판 없이 무기 노동교화형이나 사형에 처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는 이들의 인권에 눈을 감았다. 탈북자 문제를 ‘인권’이 아닌 ‘이념’의 문제로 바라본 탓이다.

지난 2월초 선양 등지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들도 처참하고 끔찍한 처벌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이전과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탈북자 NGO 뿐 아니라 고등학생에서 일반시민까지 강제북송 저지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탈북자 강제 북송은 더 이상 이념문제가 아니라 양심문제”라는 호소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나라 안팎으로 타오른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운동에 중국의 지식인들도 나섰다. 이들은 “북한을 떠나 중국 영토에 도착한 이상 탈북자들은 난민”이라고 주장하며, 탈북자는 ‘난민’이 아니라 ‘불법입국자’이기에 때문에 북한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중국정부의 입장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미국 의회에서도 탈북자들의 증언이 울려 퍼졌다. 지난 5일(월) 미 의회 중국 탈북자 강제송환 청문회에서는 과거 4차례나 중국에서 북한으로 송환된 적이 있는 탈북자 모녀가 참석해, 수용소에서 겪은 참혹함과 일반인들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고문,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성폭력의 처참함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 시작이다. 더 이상 북한 동포들의 피눈물이 ‘이념’이라는 허울에 가려 무시당해서는 안 된다. 탈북행렬은 1997년 이래 중단된 적이 없다. 끌려온 이들의 모진 고초를 목도하면서도 살기 위해 강을 건너는 필사의 몸부림은 끊이지 않고 있다. 목숨을 건 탈출은 오늘도 두만강 어귀 어디서엔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들의 피맺힌 몸부림에 대답해야 한다. 죽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고 조국을 등진 그들의 생명은 당연히 보호받아야만 하는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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