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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작가 김석범의 신작「過去からの行進」을 보며
이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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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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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경 / 도쿄가쿠게이대학교 교수 ]


   
▲ 이수경 교수

제주도 4.3 사건에 대해 일본에서 「화산도(火山島)」라는 명작으로 당시의 실태를 고발하고 기록하여 널리 알려진 재일교포 작가 김석범(1925년생) 씨가 일본을 대표하는 이와나미 서점에서 「過去からの行進(과거로부터의 행진)」이라는 책을 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필자는 지난 2월 24일, 중국 출장에서 돌아와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음식점인 ‘청학동’으로 가서 막 출간된 책을 갖고 오신 김석범 작가와 만났다. 상․하권으로 나눠진 두꺼운 책 두 권은 아직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우리 사회를 할퀴고 간 흔적을 다룬 아픔만큼이나 무거웠다.

이와나미 서점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세카이(世界)’에 2009년 4월호부터 2011년 12월호까지의 2년 6개월 동안을 연재(2011년 5월호는 일본대지진 특집관계로 쉼)했던 장편을 편집하여 출판하게 된 것이다. 내용은 지난 12월 23일, ‘세계한인신문’의 기사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 28년 만에 무죄 판결’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 내용과 관련된 책 표지의 소개 글을 인용하자면 아래와 같다.

『 군부 정치 때 재일 교포 유학생인 한성삼(韓成三)이 어느 날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심한 폭력을 당하게 된다. 결국 굴복하고 심신이 깊은 상처를 입게 된 한성삼은 일본에 돌아온 뒤, 술에 빠져 영혼이 빠진 듯한 생활을 하게 된다. 몇 년 후, 그를 고문한 정보부(중앙정보부) 요원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우리들의 공작에 협력해라”… 』

   
▲ 최근 출간된 '과거로부터의 행진' 책을 펼쳐들고 있는 김석범 작가.

결국 군정 당시 극단적으로 치닫던 이념 문제를 정책의 이용 수단으로 삼던 정보부의 희생이 된 재일교포 유학생의 불행한 조국에서의 아픔을 통해 연로한 작가가 헌신을 다하여 토로하고자 한 것은 조국의 비애에 대한 울부짖음이기도 하다. 그런 불행한 자신의 조국에 대한 애착이 내용 행간마다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분단된 조국의 희생으로 폐인과 같은 생활을 보내던 주인공이 어떤 운명에 놓이는지, 어떻게 인간 회복(부활)을 하게 되는지를 그려놓은 이 책은 결코 재일교포만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한민족으로서의 아픔을 어떻게 나누고 치유해야 하는지, 사람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작년에 출판된 일제강점기 때의 종군위안부 및 강제 연행 노동자 관계자 등 전쟁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록한 「바다를 건너는 100년의 기억(海を越える百年の記憶)」(필자 편저, 도서신문사 발행)의 서문을 담당해주시기도 한 김석범 작가의 눈빛은 항상 분단된 조국의 슬픔으로 가득 잠겨있다. 만나는 곳은 언제나 삼겹살이나 닭 한 마리 등의 한국요리를 잘하는 음식점이다. 그런 작가는 87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하실 일이 많다고 매일같이 바쁜 일정에 쫓기신다. 거리를 걸을 때도 흐트러짐 없는 곧은 걸음으로 젊은 우리들보다 빠르게 걸으신다. 그런 의지력으로 2년 6개월이란 긴 시간을 들인 장편 소설이 출판이 되었으니 가슴은 한결 가벼워졌으련만, 하나였던 조국의 분단과 그 분단 속에서 파생된 수많은 내 민족의 불행을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작가의 아픔이 녹아든 이 책 속에는 우리 사회가 겪어왔던 과거의 모습만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챙길 수 없었던 재일교포들의 생활과 고뇌가 표출되어 있고, 국경을 간단히 넘을 수 있어 다문화 사회가 된 지금에도 아직 일그러져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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