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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를 잇는 한류 문화의 위력과 역할
이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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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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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경 / 도쿄가쿠게이대학교 교수 ]


   
▲ 이수경 교수
오랜만에 도쿄 시내를 나갔더니 여기가 도대체 서울인지 도쿄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온통 한국 문화 이벤트 선전으로 넘쳐나고, 한국 음식점이나 카페, 한류 스타 상품 판매점 등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특히 신주쿠 근처나 신오오쿠보, 시부야 광장 등을 다니다보면 한국 문화 소개나 드라마 영화, K-Pop 가수들의 포스터가 범람을 하다시피 한다. 게다가 중국의 조선족 동포들의 사업체도 늘고 있어서 북한식 표기의 한글 간판도 눈에 들어온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다가 한류 스타의 열렬 팬을 만나보면 그들의 입에선 스타 특집 수준을 능가하는 일거수일투족 스케줄이 노래처럼 흘러나온다. 어느 날 도쿄와 560Km떨어진 오사카에서 장근석의 팬 미팅 때문에 일부러 회사를 쉬고 도쿄로 왔다는 한 단체를 만났을 때는 그들만의 [근짱]에 대한 대단한 정보력과 엄청난 애정(?)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도 최근 학생들이 읊어대는 바람에 장근석을 알게 되었지만, 그들은 일찌감치 스타의 상세한 정보를 파악하고 자신들의 삶의 활력소로 삼고 있는 것 같아서 그들의 열정이 한편으론 부럽기조차 했다.

음식은 어떤가? 몇 년 전만 해도 특정의 한국 음식점이 아니면 한식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일반 음식점에서도 간단한 한국 음식은 당연한 메뉴로 자리 잡고 있고, 교내 식당에는 김치볶음, 제육볶음 등이 인기가 높다. 필자의 학생들에게 뭘 좋아하냐고 물으면 예전엔 비빔밥, 김밥, 떡볶이 등의 분식점 메뉴가 중심이었는데, 요즘은 감자탕, 부대찌개, 삼겹살, 삼계탕, 냉면 등등 폭 넓은 메뉴를 자연스럽게 읊조린다. 어느 학생은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 음식점에서 알바를 시작했는데 맛있는 한국 음식을 매번 먹을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소리까지 한다.

   
▲ 신오오쿠보에서 제일 인기있는 한류 가게(사진제공 - 일본유학생 김병은)


일본의 어느 슈퍼마켓을 가도 수많은 김치 종류나 다양한 한국 음식들이 판매되고 있고, 때로는 한국 이벤트를 기획하여 설렁탕, 곰탕, 삼계탕 등의 레트루트 음식등도 선을 보이고, 한국 막걸리나 소주, 한국 식기 종류 등도 곁들여 인기 공세를 보인다.
필자가 쇼핑센터에서 동행한 일행과 한국말로 주고받으며 쇼핑을 하자니 직원들이 배우기 시작한 한국말로 반가워하며 자신도 드라마나 음악으로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는 중이라고 말을 걸어왔다. 예전엔 한국어를 사용하면 신기한 이방인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되레 환영받는 이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만큼 인터넷 보급과 문화 콘텐츠 산업이 활성화 되어 사회 전체가 한국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이젠 일상생활 속의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한류 문화 혹은 한류스타들의 활동을 우리는 새삼스럽게 ‘제2차 한류 문화의 열풍’이라는 카테고리로 고정화 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최근의 한류는 이미 붐이라기보다는 많은 문화 소프트 속에 정착된 하나의 문화 현상이기 때문에 자연스런 문화 선택이 있을 뿐이다. 지속적인 좋은 작품이 있으면 모두 그것을 향유하는데 거리낌 없는 인프라를 정비한 것이 초기의 한류였던 것이고, 지금은 그런 한류도 일본 문화 속의 하나로서 선택받고 사랑받는 것이다.

가장 알기 쉬운 예로, 일본의 최고 국민 가수라고 불리는 AKB48을 제치고 카라나 소녀시대, 2PM, 박현빈, 장근석, 동방신기, 비스트 등의 한국 가수들이 올해의 제26회 일본 골드디스크 대상 13개를 수상했다는 사실이다. K팝스타의 파워를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겠지만, 겨울 연가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몇 년 전에는 한류 드라마의 OST가 어딜 가나 흘러나왔으나 지금은 예전의 욘사마 지우히메를 좋아하던 중년 지지층이 아니라, 남녀노소 관계없이 폭 넓은 지지층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게 예전과는 다르다. 특히 2011년 3월 11일의 도쿄 동북 대지진으로 인해 학생들의 단축 수업 혹은 긴 봄방학 등으로 인해 한류 드라마나 음악을 듣게 된 학생층들이 자신들이 마음에 드는 아티스트를 유튜브 등을 통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게다가 소녀시대나 카라, 빅뱅, 동방신기 등의 아이돌 가수들의 활동이 인기를 얻게 되고, 각종 드라마가 다양한 콘텐츠 소프트를 통해서 전달되자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음악이나 프로그램을 주변과 공유하며 공동 화제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페이스 북이나 트위터, 라인, 믹시, 카카오톡 같은 SNS의 역할도 한 몫을 한다. 그렇기에 웬만한 수준의 작품 혹은 음악성이라면 금방 인기가 떨어지고, 괜찮은 작품 같으면 폭발적 인기를 얻게 되니 이제는 한류 문화의 무리한 홍보보다는 보다 좋은 작품 제작이 큰 과제가 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최근의 한류 문화는 기존의 중장년층의 지지기반이 젊은 층을 끌어들이면서 폭이 넓어졌고, 그들의 한류 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한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다지는 미래지향적인 가교 역할까지도 기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말을 바꾸자면, 자신들의 역사조차도 관심을 갖지 않는 젊은 층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한일 근대사의 역사 문제를 널리 알리려고 노력을 하여도 실질적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일본의 모든 사회에 한일 근대사 관계를 알리기란 쉽지 않다. 특히 보수적 우익들은 물론 한류 문화에 대한 일방적 비판을 즐기며, 자신들의 삶의 불만을 표출시키는 왜곡된 성향의 삐뚤어진 사람들이 ‘민족사랑’ ‘애국’으로 무장하고 반한을 외치고 있기에 역사 문제 해결의 장벽이 되고 있다. 일그러진 정신의 그들에게 역사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들 제대로 듣고 확인하고 대화하려는 의식이 낮기에 역사를 가지고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좀 더 가까운 이웃 만들기를 위해 자연스런 한류 문화와 어우러지는 일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반대로 일본의 좋은 문화도 적극적으로 받아 들여서 문화의 상호 교류를 통하여 서로 인정하며 돈독한 우호를 다질 수 있는 사회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일방적인 문화의 흐름은 반드시 배타성을 자아낸다는 현실적 특징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균형 있는 문화적 교류와 건전한 경쟁이 서로를 성장시키고, 그래서 좋은 작품을 양산할 수 있다면 굳이 한류 문화 선전을 하지 않아도 취향에 맞는 좋은 작품이나 상품을 선택할 것이다.

한일 근대사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필자로서는 일본 사회가 보다 따스한 마음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한국에 친근감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교류 관계를 가지고, 향후 한일 관계의 잘못 된 과거를 개선하고 진취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양국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신뢰를 다져야 할 것이다. 서로를 무시하고 만남을 거부하면 평생 다가갈 수 있는 기회는커녕 사소한 문제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필자는 인간관계를 가질 때는 어떤 사람의 개인적 평가나 가십보다도 그 사람을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중시 여긴다. 필자의 학생들도 처음엔 필자의 권유로 한국을 가게 되지만 그곳에서 며칠을 같이 보낸 친구들과 떨어지기 싫다고 공항에서 끌어안고 눈물까지 흘리며 거창한 이별식을 하던 학생들을 많이 보아왔다. 물론 돌아와서는 개개인이 다양한 SNS를 구사하여 교류를 계속하고, 그중에는 아예 한국 친구가 일본 친구 찾아서 유학까지 오는 사례도 있었다.

그런 젊은 층들이 내일의 사회를 만들고 이끌 소중한 존재이기에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그들의 한국 이해는 이웃 관계 형성을 위해 참으로 중요하다. 단순하게 대학 간의 교육 업적 평가를 위한 국제 교류 시스템을 만들어서 무리한 스케줄로 대량 연수생 유치에만 급급하기 보다는, 보다 장기적이고 여유 있는 ‘만남과 다가가기’의 발판이 될 문화 콘텐츠 산업의 다양한 소프트 개발과 교육적 배려를 통해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교류를 가질 수 있는 ‘건전한 인간적 미래 만들기’에 초점을 맞춰서 따스한 한일 교류의 기반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나 문화와 만날 기회를 만들도록 정부는 물론 시민 단체나 기관, 기업 등의 협력과 홍보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얼마 전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대외 한류 문화 홍보 전략 및 각계각층과의 협력을 도모하려는 취지하에 '한류문화진흥단'이 발족되었다. 초심을 잃지 말고 세계를 리드하는 품격 있는 활동을 기대해 본다. 그러한 노력과 문화적 감정 풀기의 해법을 통해 기존의 한일 관계의 모순과 반목의 상태를 우호적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교류의 장이 조성된다면 불행했던 한반도 역사에 일본이 어떻게 관련되어졌는지에 대한 관심과 접근도 좀 더 쉬워질 것이다.

현재 한국 문화 및 한글 보급을 위한 사업으로 세종학당이 세계 34개국 90곳이 세워져 있고, 국내에는 이미 10만 명에 육박하는 외국인 유학생 연구생이 현지체험을 하기 위해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 그들은 많은 문화 소프트를 통해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졌기에 배타적인 이국땅이라는 선입견보다 친근감을 갖고 한국을 찾았다. 그 중에는 일본에서 각종 한류 문화에 매료되어 한국을 알기위해 바다를 건너 온 사람도 많다. 물론 엔고의 현실적 효과도 무시 못 한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한국을 알고, 한국을 통해 일본도 알고, 양국의 좋은 점을 통해 풍요로운 삶의 선택을 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너지 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한국과 일본의 장단점과 개선할 점, 다가서서 대화를 통해 내일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좋은 환경도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작년의 대지진의 여파와 방사능 문제, 다가올 새로운 지진에 대한 불안, 동북 지방의 한파 등과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체의 적자 운영 및 경제 불황 등으로 일본사회는 지금 지쳐있는 고령화 사회 상태이다. 그렇기에 다양하고 밝은 분위기로 사회를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는 문화 소프트로 숱한 사람들이 시대적 시련을 버텨나가는데 도움을 준다면 반드시 일본 만이 아니라 국내는 물론 세계 속의 사랑받는 한류 문화가 될 것이고, 사회적 공헌으로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바람이 희망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 한일 양국이 강력한 국제사회의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 사진제공 - 일본유학생 김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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