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컬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다.
그동안 미 뷰티업계에서 한인 모발 수입 도매업자들에 대한 한인 소매상인들의 애정은 각별했다. 뷰티업계에서 한인들이 도소매 시장을 장악할 수가 있었던 배경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Beauty EXPO 사건을 계기로 한인 소매업자들이 한인 헤어 도매업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싸늘하다. 문제를 일으킨 일부 대형 헤어 수입 도매업자들이 사과를 곁들인 입장 표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마디로 그동안 쌓인 불만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발하고 있는 양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한인 도소매 양측의 시각부터가 판이하다.
우선 한인 도매업자들은 중국의 생산 공장과 특수 관계인 중국인들의 헤어 도매시장 진출이 상도덕 그리고 유통질서를 망가트린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반면 소매상인들은 그동안 미 뷰티 시장에서 상도덕을 등한시하고 유통질서를 흩트린 당사자가 바로 한인 도매업체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한인 도매업체들 특히 이번 행사에서 물의를 빚은 Shake & Go사에 대한 소매업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첫 번째 불만은 세일즈맨에 대한 불만이다. 한인 소매상인들은 자신들이 그들 회사의 소중한 고객으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상전처럼 군림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번 사태 이후 반성은커녕 오히려 ‘신아’사가 출시한 ‘Remy Coture’라는 제품을 구입할 경우 자사의 헤어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세일즈맨들이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그것도 대형 소매점이 아닌 소형 한인 소매점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하니 한인 소매상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회사에 소속된 세일즈맨들의 행태는 일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그런 식이여서 결국은 세일즈맨들의 이 같은 모습은 결국 회사의 경영 방침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기존 한인 고객에 대한 영업권 보호 문제를 두고 이들 회사의 경우 ‘나몰라라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거래를 해오던 한인 소매상 옆에 기존 가게보다 규모면에서 더 큰 상점이 생기면 그들에게 자사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심지어 거래 관계까지 중단하는 일이 왕왕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그들이 새롭게 오픈하는 상점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소매상점은 그동안 거래를 통해 이미 충분한 재고를 확보한 상태에서 필요한 수량만큼 물건을 주문하는 반면, 새롭게 차린 소매상의 경우는 모든 헤어 제품을 일시에 구입하기 때문에 새로운 상점이 도매상들의 입장에서는 훨씬 구미가 당기는 상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문하는 제품의 양이 최소 몇 만 달러 이상의 규모이니 말이다.

한인 소매상인들의 상권 보호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상권 보호를 위해서라면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 만들어 내며 오히려 상도덕을 입에 담고 있으니 한인 소매상인들이 그들의 모습에 냉소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 그들이 주장하는 유통 질서 문제는 어떤가?
한인뷰티 소매상인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분은 인터넷 판매 문제이다. 인터넷 판매의 경우 매장이 없는 관계로 기존 소매점보다 가격이 저렴할 수가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제품을 실제로 경험할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다 보니 소매상인들은 인터넷 판매상들의 쇼 윈도우(show window) 역할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쌓인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때문에 한인 소매점들은 오래전부터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헤어 제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판매상들에 대한 제품공급을 중단할 것을 요청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한인 소매상인들의 요청에 귀를 기울인 한인 도매상들은 없다는 지적이다.

어디 그뿐인가?
한인 소매상인들이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회사에 새로운 어카운트(account)를 오픈하기를 원할 경우 우선은 자신들의 제품을 공급하는 인근 기존 한인 상점과의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그런데 아랍계 상인들이 기존 한인 소매상 옆에 새로운 상점을 오픈 할 경우 웬일인지 그들에게는 관대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사정을 알고 있는 모 인사는 그 이유를 아랍계 상인들의 경우 처음 어카운트를 오픈할 경우 Cach Deal(현금 거래)을 제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현재 60일 이상의 외상 거래를 하고 있는 한국인 소매상들과 비교할 때 도매상들의 입장에서는 엄청 매력적인 조건일 것이다. 문제는 한인 상점과 인접한 아랍계 상인들에게 물건을 공급한 이후 일어나는 불협화음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제품으로 이미 자리 잡은 한인 소매상인들을 상대로 아랍계 상인들의 영업 전략은 뻔하다. 후발 주자의 입장에서 내세울 수 있는 조건은 저렴한 가격뿐이니 말이다.

유통 질서와 관련된 문제가 어디 그뿐인가?
도매상들은 소매상인들에게 소위 ‘박스(BOX) 떼기’ 라는 방법으로 대량 구매를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헐값 판매가 이루어진다. 평소 $16.00에 판매되던 헤어 도매 값을 박스 떼기라는 대량 구매를 할 경우 단가가 $10.00까지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얼마 전 댈러스의 모 상점에서는 자신들이 구입한 도매 값보다도 싼 가격으로 소매점 헤어 제품이 판매되는 일이 펼쳐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점은 도소매업자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한인 소매상인들은 현재 우리 수입 도매상인들 덕분에 먹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모 한인 헤어 수입도매상 대표의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