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댈러스에 위치한 한인 운영 ‘컨비니언 스토어’(편의점)에서 발생한 한인업주와 흑인 손님간의 시비가 한국 언론에 대서특필 되며 많은 사람들이 30년 전 발생했던 4.29 LA폭동사태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격이다.

그런데 사태가 정말 한국 언론들의 보도처럼 엄청 심각한 것일까 하는 점이다. 한국의 주류 언론들이 ‘총영사 현지 급파’ 소식을 전하는 것을 바라보는 한인들의 입장에서는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평소 잘 알고 있는 댈러스 현지 언론사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지 사정이 한국 언론의 보도처럼 심각한 상태인가?”
하지만 대답은 의외였다.
“별일도 아닌데 왜 한국 언론에서 저토록 호들갑들이래요?”
진실이 상당 부분이 왜곡 과장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건의 자초지종은 다음과 같다.
보도처럼 한인업주와 고객인 흑인 목사간의 시비가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언론의 보도처럼 인종 갈등이 아니라 단지 양자 간의 시비가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지역의 일부 흑인들이 이 업소를 상대로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폭동 운운하고 있지만 현재 점포 앞 주차장에서 매일 2~4명이 피켓을 들고 상점 손님들을 상대로 불매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지 경찰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현장에서 이들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업주인 박 모 씨가 고객에게 처음부터 시비를 건 것이 아니다. 업소 휘발유 값이 주변에 비해 비싸다는 불만에 대해 다른 업소를 이용하면 된다는 업소 주인의 대답을 고깝게 듣고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흑인 목사가 먼저 시비를 걸어온 것이 사건의 본질이다.
그런데도 한국 언론은 상대가 목사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가며 마치 한인업소 주인이 성직자를 상대로 무례한 행동과 흑인비하 발언을 한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업소의 가격이 비싸면 다른 곳을 이용하면 된다는 것을 목사라는 친구가 모를 리가 없다. 문제는 흑인 지역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한인들 치고 그들로부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소리를 한두 번 정도 안들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사건의 본질이 업소 주인의 불친절 때문이 아니라는 말이다.

업소 주인인 박 모 씨는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 군대까지 갔다 온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오죽하면 “너도 아프리카로 돌아가라”고 되받아쳤을까 싶다.
한인업주 박 씨가 악독한 상대를 만나 그들이 쳐놓은 덫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은 것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올바른 해석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어제 오늘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9일이다. 50여일 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현재는 이미 시들해 질대로 시들어진 상태이다.
고작 2명 정도가 주차장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펼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도 한국 언론에서는 마치 제2의 LA폭동이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사태를 한국 언론에 제공한 사람은 한국의 모 언론통신사의 애틀랜타 특파원이다. 또 지난해 7월경 미국 애틀랜타의 소속 언론사 특파원으로 파견된 사람이라고 한다.
문제는 현지 취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보도한 것이 아니라 댈러스 현지 한인 언론사로부터 기사 소스를 제공 받아 기사를 작성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속 취재를 위해 댈러스로 달려간 그 역시 현장을 둘러본 이후 상당히 허탈해 했다는 후문이고 보면...

아마도 김 모 특파원이 한국에서는 유능한 기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경부터 시작된 미국 생활을 통해 얼마나 미국 그리고 한인사회에 대해 알고 있을까 싶다.
50여일 전 발생해 현재는 소강상태로 접어든 사건을 두고 한국정부가 총영사를 현지에 급파 할 정도로 호들갑을 떨게 만든 것도 바로 이런 연유로 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