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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따님과 칭기즈칸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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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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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1.29. 한겨레신문 <칼럼> / 김의겸 사회부장 ]


재벌 가계 아들·딸·손자·손녀 합치면
어림잡아 1천명, 이들이 하나같이
“돈 되면 뭐든지 한다”며 달려들니…


   
▲ 김의겸 한겨레신문 사회부장
2003년 저명한 유전학자들이 중앙아시아 남성의 디엔에이(DNA)를 조사했다. 놀랍게도 8%가 똑같은 Y염색체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아시아 남자 12명 가운데 한명은 모두 같은 할아버지의 자손이라는 얘기다. 그 조상의 조건에 딱 맞아떨어지는 남자는 800년 전 살았던 칭기즈칸 말고는 없다.(맬컴 포츠 <전쟁 유전자>)

칭기즈칸은 죽은 지 30년쯤 지나면 그의 후손이 이미 2만명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왔을 정도이고, 현대 생물학자들도 칭기즈칸의 후예가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1600만명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전쟁과 정복, 폭력을 동반한 번식 전략이 기적 같은 성공을 일궈낸 것이다.

칭기즈칸의 얘기가 새삼 떠오른 건, 재벌 따님들의 빵집 때문이다. 물론 재벌 가문이 생물학적으로 남다르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지니고 있는 자본은 재벌가의 유전적 혈통을 따라 흐르면서, 무한대로 자기증식 할 수 있다.

30대 재벌의 계열사는 2006년 731개에서 지금은 1150개로 늘어났다. 나흘에 하나꼴로 새 회사를 세우거나 다른 회사를 사들여 몸집을 불린 것이다. 진출한 곳을 보면 잘 알려진 빵집 말고도, 사진관, 소금, 골판지, 장례업, 콜택시, 학원 등 참 알뜰살뜰하게도 뻗어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이겠지만, 생물학적인 개체 증가를 빼놓을 수는 없다.

30년 전만 해도 30대 재벌 하면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등 창업주 30명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2대, 3대를 지나 두산 같은 경우 4대까지 경영 일선에 포진하고 있다. 이들 가계의 아들, 딸, 손자, 손녀에 그 배우자까지 합치면, 어림잡아 1000명 가까이 될 것 같다. 이들이 하나같이 “돈이 되면 뭐든지 한다”며 달려들고 있으니, 뭐 하나 성하게 남아나는 게 없다. 롯데 신격호 회장의 외손녀 사위마저 롯데 판매망에 기대서, 아기들 엉덩이 닦아주는 2000원짜리 물티슈 장사를 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지금은 빵가게 문을 닫지만 얼마 안 가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예감은 이런 ‘인구압’ 때문이다. 아니 본론은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30대 재벌 가문이 아이를 3명씩만 낳아도 한 10대쯤 흘러가면(30 곱하기 3의 10제곱) 그 누적 인구수가 177만1470명이다. 진출 업종은 산술급수적으로 느는데, 재벌 식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재벌판 맬서스의 인구론이다.

정말 이렇게 된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재벌가와 나머지 잉여집단으로 나뉠 테고, 유일한 사회적 신분상승 통로는 혼인일 것이다. 아니, 역설적으로 5000만 모두가 재벌 기업의 직원이 되는 영광을 누리는 걸지도 모른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탈출할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밖으로 나가는 거다. 청년 백수들만 석탄 캐러 해외에 나가라고 채근하지 말고, 재벌 3·4세들이 앞장서서 실업자와 함께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다. 과거 유럽의 십자군전쟁 때도 빈민들을 이끌고 예루살렘의 땅을 차지하러 나섰던 지휘자들은 대부분 장자상속법 때문에 모든 봉토를 장남에게 빼앗긴 차남, 삼남들이었다고 한다.

이게 현실성이 없다면, 자본의 번식력에 산아조절 정책을 펴는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검찰과 법원이 비자금 조성, 불법적인 경영권 세습, 분식회계, 탈세 등에 철퇴를 가하는 것이다. 그러면 재벌가 자식들이 굳이 재능도 없는 경영에 손을 대 쇠고랑을 차기보다는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자신은 주주로서 권한만 행사하면서 편히 사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때마침 민주당이 재벌의 탐욕에 재갈을 물리는 법을 만들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이래저래 검찰과 법원이 달라져야 할 이유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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