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Shake & Go사와 Model사가 지난 Beauty EXPO 사건 이후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동일한 사과문을 거래처에 발송했다.
서로 회사명이 다른 두 회사가 똑 같은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한 이유는 간단하다. 형제가 운영하는 같은 뿌리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여하튼 ‘특별한 설명도 없이 갑자기 부스를 폐관함으로 참여 고객과 벤더(Vendor)들에게 불편을 끼친 점을 사과한다.’며 생산 제조업체의 브랜드가 유통 질서를 무시하고 쇼 행사장에 전시된다는 사실을 간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취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물론 뒤늦게나마 회사가 임직원 일동의 명의로 사과문을 거래처 고객들에게 발표했다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과연 생산 제조업체가 유통질서를 무시하고 쇼 행사장에 물건을 전시했기 때문에 이 모든 사태가 벌어진 일일까?
설득력은커녕 소매상들의 불만에 대한 포커스에서 과녁이 빗나간 주장이 아닌가 싶다. 우선 이번 행사장에서 레베카사의 생산 제품을 전시한 한인 모발 수입업체는 상당수에 달했다. 물론 회사 간 서로 다른 제품명을 내걸긴 했지만 말이다.

또 과거 Shake & Go사가 판매하던 제품의 대부분이 레베카사가 생산한 제품이었다. 더구나 이번 Beauty EXPO 쇼에서 그들이 문제 삼은 레베카라는 중국 생산업체 브랜드를 들고 참여한 업체는 레베카사가 아닌 그들과 경쟁관계인 미국 내 또 다른 헤어 수입 도매상인 ‘신아’이다.
타 회사 그리고 자신들이 과거 레베카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신아’가 레베카의 제품 판매에 나서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하는 것이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혹 자신들이 하면 스캔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생각 때문일까?

여하튼 한인 도매상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한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도매업에 중국인이 끼어들면 유통 질서가 깨진다는 것인 듯싶다. 하지만 한인 도매상들이 장악하고 있는 모발 수입 도매 시장에 타 인종 진출을 방해 하는 행위는 심각한 사안이다.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실 뷰티업계에서 한인 소매상들의 가장 큰 불만은 한인 도매상들의 가격 담합 행위이다.
한인 도매상들이 중국인 도매상의 뷰티시장 진출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우선 미주에는 한인 모발 수입 도매업자들의 연합체인 AHIA라는 조직이 있다. 여기에 현재 가입되어있는 한인 모발 수입도매상은 28개사이다. 지난해에는 한국의 제주도에서 그리고 금년에는 1월 26일부터 도미니카에서 정기총회가 진행 중이다.

소매상인들은 한인 도매상인들로 이루어진 AHIA라는 조직이 가격 담합의 주범이라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도미니카 모임을 앞두고 얼마 전부터 헤어제품의 가격 인상 설이 업계에서 파다하게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일까?
지난 23일 소매업계를 대표하는 NBSDA의 주부호 회장과 관계자들은 AHIA의 회장인 박찬식 회장을 비롯한 단체의 관계자들과 뉴저지의 모 식당에서 회합을 갖고 소매상인들의 불만 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번 도미니카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헤어 제품 가격인상 문제가 거론될 경우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까지 전달했다고 한다.

여하튼 미국 내 도매 시장에서 선두 그룹에 속하는 Shake & Go사를 비롯한 일부 대형 모발 수입상들이 중국계 도매상의 미국 시장 진출을 꺼리며 확인되지 않은 온갖 루머까지 양산해 가며 방해 행위를 펼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유통 질서의 파괴이다. 바꾸어 말하면 자신들이 장악한 뷰티 도매 시장에 중국계 도매상이 진출할 경우 그동안 독과점 시스템을 구축하며 승승장구해온 자신들의 영역에 문제가 생긴다는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해 ‘브리스’라는 중국계 헤어 도매업체가 뷰티 업계에 등장했다. 그런데 그들이 내놓은 제품의 가격은 한마디로 파격에 가까울 정도였다. 그동안 한인 도매상들로부터 공급받던 가격에 비해 30%이상이 저렴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브리스사가 준비했던 헤어 제품의 재고가 불과 몇 개월 만에 바닥이 날 정도로 소매상인들의 폭발적 호응이 일어났을까 싶다.

사실 현재 한인뷰티 소매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헤어 제품 가격이다. 지난해에만 헤어 제품은 몇 번에 걸쳐 인상되었다. 2년 전 가격과 대비하면 2배 이상이 인상되었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매상들의 입장에서는 도매상의 업주가 중국인인가 아니면 한국인인가 관심의 초점이 아니다. 누가 양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판국에 Shake & Go사는 실정법 위반이라는 모험까지 감수하며 ‘생산 업체의 미국 도매시장 진출 방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끝까지 최대한 강력하게 저지 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니... 

한인 도매업체들은 AHIA라는 단체를 통해 결속력을 유지하며 자신들만의 유통 질서를 강조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시장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인 소매업계의 사정은 다르다. 특히 아랍계 상인들이 뷰티 업계에 진출한 이후로는 한마디로 무한 경쟁 시대로 돌입한 형국이다.
문제는 그들에게 헤어제품을 공급하는 도매업자는 중국계가 아닌 다름 아닌 한국인 도매상들이라는 사실이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서라면 연방법 위반도 불사하며 중국인들의 도매시장 진출 방지가 최우선 과제라고 외쳐댄다.

하지만 정작 자사의 고객인 한인 소매업자들을 대하는 모습은 어떤가?
기존 한인 소매업소 바로 옆에 아랍인 업소가 오픈이라도 하면 ‘얼씨구나’식으로 자사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이제 와서는 상도덕을 주장하고 유통 질서를 강조하고 있으니 웃긴다는 말이다.(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