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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 폴
미주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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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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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1.17. 민경훈 / 미주한국일보 논설위원 ]


론 폴의 원래 직업은 산부인과 의사다. 의사 시절 그는 소신에 따라 메디케어 환자를 받지 않는 대신 가난한 환자는 무료로 봐줬다. 1976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공화당이 쑥대밭이 됐을 때 그는 텍사스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민주당 후보를 꺾고 정계에 입문했다. 그가 선거에 이긴 것은 임산부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큰 힘이 됐는데 지역구에서 태어난 아기의 절반을 그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워싱턴에 있는 동안 한 번도 증세 안에 찬표를 던지지 않고 로비스트들의 향응에 응하지 않은 정치인으로 이름나 있다. 의원이면 자동적으로 받을 수 있는 연금 혜택도 거부하고 국회의원 사무실 운영비로 나오는 예산도 일정액을 매년 돌려주고 있다.

그가 정치판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것은 1971년 8월 15일 닉슨이 달러를 더 이상 금과 교환해주지 않겠다고 발표한 직후다. 그는 “달러와 금의 관계가 끊어지면서 달러는 더 이상 건강한 돈이 아니라 정치적인 돈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불안, 재정 적자, 주택 버블, 인플레 등 미국이 안고 있는 큰 문제의 근본 원인이 정치적인 통화 조작에 있다고 본다.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가 마음대로 통화량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가 가능하며,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통화량 때문에 인플레가 불가피하고, 값싼 돈이 마구 돌아다니기 때문에 주택 버블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점진적으로 FRB를 철폐하고 금본위제로 통화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가 없애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FRB뿐만이 아니다. 국방부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연방 정부가 사라져야한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국방부도 미국을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지키는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해야 하고 해외의 분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해외에 나가 있는 모든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연방 정부가 의료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연방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행위로 허용될 수 없으며 메디케어와 메디칼은 사라져야 한다. 연방 정부가 개인에게 직접 세금을 거두는 것도 원래 헌법의 뜻이 아니기 때문에 IRS는 철폐돼야 한다. 그의 주장과 비교하면 다른 공화당 후보들의 입장은 도토리 키 재기나 마찬가지다.

‘결코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사람’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그가 아이오와에서는 3등, 뉴햄프셔에서는 2등을 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이 확실시되는 롬니를 제외하고는 가장 우수한 성적이다. 그와 함께 그 동안 무명 정치인으로 남아 있던 그에게 전국적인 스팟 라이트가 쏠리고 있다. 뉴햄프셔 예선이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 장에 나타난 그의 모습은 패자가 아니라 승자의 모습이었다.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것은 백악관에 앉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미국인들에게 전파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가장 열성적인 그의 지지자들이 젊은 층이라는 것도 이채롭다. 그는 연방 정부가 지금처럼 방만한 지출을 계속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젊은이들 몫으로 돌아갈 것이란 점을 강조한다. 젊은이들이 그를 좋아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땀 흘려 번 빵을 근로자에게서 빼앗아가지 않는 검소한 정부’는 미 건국의 아버지들의 이상이었고 그런 정부를 실현하기 위해 그들은 연방 헌법을 제정했다. 거대한 공룡 같은 현 연방 정부의 모습은 그와는 멀어도 아주 멀어져 있다. 이를 원래 이상형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치인은 론 폴 하나뿐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비전을 극소수 과격분자의 허황되고 위험한 발상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기독교의 탄생도, 미국의 건국도 처음에는 극소수 과격분자의 허황되고 위험한 발상으로 매도됐다. 올해 76세인 폴은 아마 자신의 꿈이 실현되는 것을 보기 전에 세상을 뜰 것이다.

‘약속된 땅’을 바라보고 가리킬 뿐 다다르지 못하는 것은 모든 선지자의 운명이다. 세계는 그런 사람들의 노고 덕에 전진한다. 폴의 선전은 롬니의 지명보다 중요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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