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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없어도 감방에 갈 수 있다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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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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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2.28.  미주한국일보 / 김훈 회계법인 대표 ] 


오래 전 어느 날 퇴근을 하려는데 머리를 짧게 자른 날카로운 인상의 두 사람이 갑자기 들이 닥치더니 어디론가 동행하자고 한다. 서소문 통에 있는 어느 빌딩을 들어가더니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었다. 끼익하는 기분 나쁜 마찰음을 내고 15층 쇠문이 열렸을 때 전면에는 두 개의 검은색 문이 보였고 거기에는 흰색 큰 글씨로 ‘거짓말 탐지기실’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복도를 한참 지나, 덜렁 큰 침대만 놓여 있는 방으로 안내 되었는데, 동행을 요구하던 사람 중 하나가 그 방에 누가 있었는지 아느냐 물었다. 상당히 멍청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방에 아침까지 장영자와 이철희가 있었다”고 한다.

내가 미국에 오기 전, 한국 모 은행에서 책임자로 근무했을 때 있었던 일이다. 한 고객이 수백억을 탈세를 했는데 혹시 은행에서 알고도 협조해 준 것이 아닌가 하여 대검찰청 중앙수사본부에서 나를 잡아간 것이었다. 3일 동안 그 안에 있으면서 침착하게 정신을 가다듬은 덕에 별 탈 없이 끝난 일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살면서 전혀 뜻하지 않게 죄가 없어도 감방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얼마 전 빅터 송이라는 미연방국세청(IRS) 조세범죄조사국(CI)의 최고책임자를 삼성그룹에서 부사장으로 영입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세계가 점점 좁아지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가 됐다. CI는 FBI와 같은 급의 수사기관으로 4,400명의 수사관을 보유하고 있는데, 자금세탁, 조세포탈과 같은 조세범을 추적하는 일을 한다.

일단 이들의 추적 대상이 되면 기소율이 80%를 넘고 평균 40개월의 실형을 살게 된다고 한다. 최근 IRS 웹사이트와 언론에 기소된 케이스 등을 계속 발표하면서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수많은 한인들의 잠을 설치게 만들었던 해외자산 자신신고 프로그램도 CI가 직접 개입하는 건으로 자진신고를 하고 거액의 벌금을 물면 감방 가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스위스 은행들을 포함한 여러 해외 은행들이 탈세자 정보를 넘겨줌으로써 이제 집 뒷마당 말고는 재산을 숨길 곳이 없게 되었다.

미국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현금이 유통되는 사업을 많이 하고 있고, 세금에 대해서는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다. 우리는 법 집행이 엄정한데다 만일 잘못되어도 어디어디 아는 줄을 이용해 볼 수도 없는 미국에 살고 있다. 우리 판단으로 죄가 없어도 감방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본인은 죄가 될 것으로 전혀 믿지 않지만 이로 인하여 감방에 갈 수 있고 도와준 전문인도 같은 배를 탈 수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막상 문제가 되면 회계사를 소환하는데 회계사는 고객과 상담한 내용 또는 기록을 전부 제출해야 한다.

변호사는 고객의 비밀을 공개하지 않을 권리가 있지만, 회계사는 그렇게 되면 법정에 정부측 증인으로 출두하게 할 수 밖에 없으므로, 조세범 케이스가 시작되면 회계사와 상담을 하면 안 된다. 성철 스님이 생전에 중을 믿지 말라고 하셨다는데 회계사인 필자도 회계사를 믿지 말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의 카네기로 불리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최근 별세했다. 생전에 포스코 주식 하나 가지지 않고 어쩌다 공돈이 생기면 장학재단에 기부해 버려서 유산이 한 푼도 없다고 한다. 권력의 지시로 털어 볼게 없나 해서 박 회장의 자택을 기습 수색했는데, 대기업 회장과 4선 국회의원, 총리를 지냈던 분이 집문서 하나 이외에는 값나가는 가구조차 없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돈이면 양심도 명예도 버리고 감방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용감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명심보감에 이르는 대로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켰으니 몸에 욕됨이 없이 평안하게 영면 하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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