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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정체성과 만남의 의미
강효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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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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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효삼 / 중국동포 작가, 자유 기고가 ]


모현의 조선족들이 올 설 명절을 맞아 현(縣)의 전체 행사인 ‘조선족 설 명절맞이 연합모임”을 가지게 되는데 이 모임은 한 두 해가 아니라 지금껏 줄곧 십여 년을 견지해왔다는데 더욱 그 의미가 돋보인다.

지금은 조선족들이 대형행사를 조직하기가 얼마나 힘들어 졌는지 모른다. 행사에 소요되는 경비의 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정작 모임을 갖자고 해도 사람이 많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해서 응당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런 모임을 조직해야 할 사람들조차도 힘에 부쳐 외면하고 있고, 많은 곳에서 조선족들 자체의 모임이 점차 생활 속에서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다.

얼핏 듣기에 ‘설맞이’ 모임이라 하니 노래나 부르고 춤이나 추고 나서 한바탕 먹고 마시고 노는 것으로 끝나버리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이런 모임을 가지는 의미는 과정보다 그 결과에 있어서 서로 흩어져 살면서 만나고 싶어도 만날 장소와 기회가 많지 않은 우리 조선족들이 한데 모이는 만남의 장이 된다는 측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런 만남을 통해 민족의 동질성을 굳히고 나아가 자긍심과 존재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비록 한 번씩 이라도 이런 모임을 조직하자면 많은 공력이 필요하고, 행사 진행 후 이런저런 뒷말도 있긴 하지만 이런 행사가 없이는 조선족끼리 만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관계로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만남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매일 반복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런 연유로 만남 자체가 아주 헐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만 고쳐 생각하면 날짜에 따라 그 만남이 귀해지고 그로인해 날이 갈수록 그 만남이 더없이 소중해지고 있는 것이 우리 조선족 사회의 모습이다. 더구나 작은 범위도 아니고 남녀노소 각계각층이 다 망라된 이런 큰 만남은 더욱 그러하다. 어쩌면 이는 지금 중국조선족이 처한 특수한 사회적 환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다 알다시피 역사적 변혁기에 들어선 조선족들은 지금 대규모 코리안 드림과 대도시나 연해도시로 진출을 하게 되면서 거주지가 재편성돼 같은 민족이 이뤘던 많은 집거지들이 하나 둘씩 해체되어 가고 있고 같은 민족끼리의 만남도 아주 귀해졌다.
하여 이제 농촌에 가면 남아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노인들인데 그 마저 몇 명 남아있지 않다. 설사 도시에 와 살더라도 제각기 흩어져 살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만날 수가 없다. 이런 현상은 이제 한민족이 쉽게 만날 수 있었던 민족운동회나 기타 집단행사도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어져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흩어진 한 족속이 자주 한자리에 모임으로써 민족의 화합과 응집력을 제고시키는데 크게 역할을 하고 있기에 이를 염두에 둔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들은 어째든 같은 민족이 한자리에 모여 앉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바로 모현의 조선족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남다르게 민족 간부, 지성인, 기업인들이 앞장서 자금을 모으고 많은 품을 들여 해마다 설 명절이 임박하면 관례처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게 전현(全縣) 차원에서 조선족들만의 행사를 성황리에 조직하고 있다.

지난해 필자는 오랜만에 이런 활동에 참석해보았는데 아주 감회가 깊었다. 어찌 보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조선족들의 명절이 아니겠는가. 자유롭고 부담 없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였기에 집단 활동을 선호하며 좋아하는 역동적인 우리민족에게는 이런 만남은 민족의 응집력과 정체성을 과시하는 좋은 장소가 되는 것이다. 한 해 한 해가 가도 조선족들끼리 모임 한번 제대로 갖지 못하고 사는 지역에서는 응당 이런 곳의 좋은 경험을 따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비록 이런 만남을 조직하기가 쉽지 않고 자칫 힘들게 조직하고도 이런 저런 뒷말 때문에 망설여 진다해도 이러한 만남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좋은 것이다. 더군다나 같은 문화의식을 가진 한민족의 만남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하여 늘 이런 모임을 보노라면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지나온 발자취를 뒤돌아 볼 때 우리 중국조선족은 월경민족으로 이 땅에 발 딛을 때부터 한민족이란 동질성만으로 무작정 만남으로부터 시작해 오늘날까지 이르면서 이만큼 우리민족사회를 키워왔다. 비록 고향은 다르지만 서로가 거부하지 않고 같은 겨레가 만난다는 이 공통적인 것으로 우리는 낯선 곳에 와서 소수민족이라는 소외감도 능히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우리민족의 동질성회복과 단합을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만남이 절실하다. 이런 맥락에서 남북이 만나야하고 해외동포와 모국민들이 만나야하며 조선족들끼리는 더욱 만나야한다. 헤어지고 흩어져 살수록 더 자주 만나야 모르던 것을 알게 되고 만나야 서로에 대한 이해가 두터워지고 정도 통한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한번 만나면 다르고 두 번 만나면 또 달라진다. 만나면 만날수록 더 만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인지상정이라는 말처럼 화합과 공존이란 것도 우선 만남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만남의 의미를 더욱 강조하면서 조선족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화합과 소통을 위한 만남의 행사가 더욱 많아지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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