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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어 짜인 중산층(Squeezed Middle)
김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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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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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기 / 세계한인변호사협회 명예회장 ]


   
▲ 김홍기 회장
1929년 대공황 이래 세계경제는 또 한 차례 뉴욕 월가의 파국을 뒤이어 유럽연합 경제위기로로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 시작은 서브프라임(Sub-prime) 및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등의 직격탄을 맞은 금융시장의 몰락현상으로 2008년에 촉발한 ‘대불황-Great Recession’으로 인해 이제는 ‘대공황-Great Depression’으로까지 치닫는 듯하다.

지금 뉴욕 월가를 비롯하여 미국 주요도시에 확산되고 있는 ‘반 월가’ 시위가 이를 방증(傍證)하고 있다.
그런데 그 민중시위가 노조나 사회주의 경향의 진보세력 집단이 아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오랜 세월동안 안주하며 살아온 이름하여 ‘부르주아’ 시민들인 것이 기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니 19세기에 마르크스가 “자본주의가 극치에 달하면 고도의 산업도시 런던과 뉴욕 등지에서 민중봉기가 이러나 (악질)자본주의는 결국 붕괴되고 말 것이다”라고 일찍이 예언 (?) 했었던가?
그러나 실은 그의 예언이 아니더라도 역사는 약 300년 주기로 정치/경제 체제에 인류문화혁명 차원의 개혁이 이뤄져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13세기의 ‘마그나 카르타’로부터 15~16세기의 ‘르네상스’와 ‘종교 대개혁’을 이어 18세기의 ‘프랑스 자유혁명’등이 그 주기를 연출해왔다. 다만 이번 21세기의 금융대란은 글로벌 공동금융시장의 연쇄운명의 교호작용으로 악폐의 금융자본주의(Financial Capitalism)에 대한 종말예고가 좀 앞당겨진 듯하나 결국 대기만성에 인류경제문명의 변혁을 요구하는 또 하나의 역사적 전기가 아닌가 싶다.

자본주의 사회의 절대지주인 중산층은 지난세기의 대공황 때에도 그의 전조로 이미 앞질러 무너지기 시작 했었고 금세기 2008년 금융위기 촉발시에도 전 세기와 같이 빈부격차의 극대화 현상으로 중산층이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또한 가계부채의 극심화 현상의 전조도 두 시대에 꼭 닮은 현상으로 되풀이 되었다는 사실은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은 중세에서 근대로 들어오는 관문을 열었다. 흔히 르네상스를 휴머니즘 운동이라고들 한다. 르네상스가 인간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운동이었다면 종교개혁은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었던 것이다. 왜냐면 중세는 성경보다 교회의 권위와 교황의 말에 더 권위를 두었기 때문이었다. 부패한 중세에서 근대로의 전환은 여러 가지 사회적 현상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중의 하나가 중산층의 부상이었다. 중세는 봉건사회로서 영주를 중심한 (혈통의) 귀족들 사회였다. 그러나 중세가 붕괴되면서 봉건주의가 막을 내리고 (재력의) 중산층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어느 시대든지 중산층이 튼튼해야 건강한 시대, 건강한 사회가 되었다. 몇몇 혈통적 귀족이나 소수의 금력적 상류계급을 위한 사회는 불안정한 사회이고 쇠퇴하는 사회이다. 왜냐하면 이런 사회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몇몇 소수의 사람들을 위하여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모든 공동체가 존속 하려면 중간계층이 두터워야 하고 튼튼해야 하는데 고령화 시대의 특징은 중간계층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어른들과 아이들만의 집으로 변하고 있는 시골은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그들만의 동네로 전락하고 있음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닌 글로벌 현상이라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세계는 ‘반 월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심히 우려되는 것은 이 현상이 당연한 시대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월가의 무차별적 금융잠식으로 가지지 못한 자와 덜 가진 자가 최대의 피해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가진 1%가 나머지 99%를 지배하는 ‘신 식민주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금융 산업의 암울한 뒷면이다. 이런 가운데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집인은 2011년 올해의 단어로 ‘쥐어 짜인 중산층-Squeezed Middle’을 선정했다. 올해는 ‘자스민 혁명’이라 불리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모래 바람도 거셌다. 이슬람권의 민주화 열풍인 ‘아랍의 봄-Arab Spring’ 이란 단어를 제치고 ‘쥐어짠 중산층’이 선정된 것은 의외라고 볼 수도 있지만 세계 중산층의 고통이 아랍권의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이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쥐어 짜인 중산층’은 물가상승, 임금동결, 공공지출 삭감 등으로 타격을 입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일컫는 말로 영국의 노동당 당수 에드 미리밴드가 처음 사용하여 시대상황을 표현하는 용어로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
막스 베버는 오래전 “자본주의는 기독교의 윤리가 없이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경고한바 있다.

부는 이웃을 배려하는 공익성이 있어야하며 공생공존을 위한 산물임을 깨닫는 선의의 자본주의 개념이 사회의 가치관으로 확산되어야 ‘쥐어 짜인 중산층’이 ‘넉넉한 중산층’으로 거듭 날 것이다. 지난 30년대 대공황 때 루즈벨트 대통령이 ‘케인즈의 이론’을 전격 적용하여 ‘뉴-딜'이란 획기적 국정혁신으로 자유민주주의 원리까지 바꾸어가며 막을 내릴 뻔 했던 무분별적 금융자본주의제도를 위기에서 구했듯이 이번에도 ’뉴-리브‘로 비롯된 무자비한 자유금융체제의 횡포로 인한 세계재정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역사적 체제변혁이 절실한 것이다. 이는 제도나 체제의 변화만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부에 대한 우리 인간들의 발상과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현시대가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나’로부터인 것이다. 왜냐하면 나부터 변하지 않고는 내 주변을 결코 변화 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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