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호 / 영산대학교 교수 ]


어제 12월 6일 조선왕실의궤 등 도서 1200권이 대한항공 화물기에 실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들어온 것은 작년 8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한국강제병합 100주년 담화를 통해 ‘인도(引渡)’를 약속한 것으로, 1922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일본으로 강제 반출되어 일본 궁내성에서 보관되고 있던 도서들이다. 공항의 환영식에서는 전통의상으로 도열한 의장대 사열이 화려하게 이루어졌고, ‘100여년 만에 돌아온 우리의 혼 조선왕조도서’라고 적힌 천으로 덮인 2대의 컨테이너 앞에서 한국 외교통상부 제1차관과 주한 일본대사가 ‘인도’ 확인문서를 교환했다.

이날 외교통상부는 대변인을 통해 조선왕조도서 1200권이 한국에 ‘반환’된 것에 대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가 보다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리고 도서가 예정대로 순조롭게 돌아올 수 있도록 협조해 준 일본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 양국간 문화교류 협력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일본에서도 이날 각료회의가 마친 후에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郎) 외상이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도서 ‘인도’에 대해, “양국이 전략적인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판단했다. 한일관계에는 여전히 장애가 있기도 하지만 (이번 일이) 양국 국민감정의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담화 이후 문화재가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우역곡절이 많았다. 작년 11월 14일 일본정부는 한국과 ‘도서협정’을 맺어 한국정부가 ‘반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조건으로 1,205권의 도서를 전달하기로 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일본의 국회 일정에 따라 2010년을 넘기고 올해에 들어서야 협정에 대한 비준절차를 밟게 되었다. 4월 27일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여당 민주당과 함께 공명당, 공산당, 사민당이 ‘도서협정’ 비준에 찬성했고 자민당은 이에 반대하는 가운데 가결되었고 그 이튿날 중의원 본회의를 통과했다. 10월 19일에는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 총리와 함께 도서 5권이 한국에 들어왔다.

협정 대상의 나머지 도서가 어제 모두 들어옴으로써 강제병합 100년에 즈음한 일본정부의 가장 중요한 외교적 약속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일본에 반출된 한국의 문화재가 아직 많다는 점이나 오늘날 국제적으로 문화재 반환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번 문화재 귀환 움직임은 한일양국 정부에 새로운 과제를 부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로서는 어렵사리 귀환한 문화재의 철저한 관리 유지와 함께 앞으로 반환을 받아야 하는 문화재의 파악과 부단한 외교적 노력을 보여야 한다. 일본정부로서도 한일 청구권협정 조항을 구실로 하여 ‘최종적이고 완전히’ 끝난 일이라고 주장해 오던 종래의 방어적인 자세를 바꾸어 전후처리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작년 10월에 한국의 문화재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 규모는 반출의 불법성 합법성을 불문하고 총 18개 국가에 107,857 점에 달한다고 하며, 이 가운데 61,409점이 일본에 반출되었다고 한다. 일제강점 시기에 조선총독부나 개인수집가들에 의해 일본의 연구기관이나 사찰 등으로 넘어간 것이다. 해방 이후 한국정부와 시민단체는 자주 이들 문화재의 반환을 일본측에 요구해 왔다. 그러나 1965년 국교정상화에 맞추어 맺어진 문화재 협정을 통해서는 1,300 점 정도의 문화재만이 한국에 들어왔다. 6만 점이 넘는 문화재 가운데 이번에 들어온 도서를 포함하여 약 2,500 점만이 공식적인 외교 루트를 통해서 반환된 것이다.

한국정부는 일본 뿐 아니라 프랑스에 반출된 문화재도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고 프랑스 정부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반환을 요구해 오고 있다. 특히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 간 문화재에 대해 그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국내법을 근거로 하여 완전 반환을 거부해 오고 있다. 지난 2000년에 한불 정상회담에서 한국측이 반환을 요구하는 문화재에 걸맞게 고문서를 프랑스측에 제공한다고 하는 조건으로 협정을 체결했지만, 한국측이 제공한 서적이 복사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협정은 해소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회의 참석차 방문한 사르코지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5년마다 대여계약을 갱신하는 방법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5월 말까지 296 점이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대여’ 형태로서나마 실질적인 ‘반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해외로부터 반입한 문화재를 비교적 많이 보유하고 있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 대해 문화재를 제자리에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하며 반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선진국에 의한 문화재의 집중 관리가 학술적 발전과 문화재 보호에 기여했다고 하는 평가가 높은 가운데, 국내법 체계를 이유로 하여 현 소유 국가가 문화재를 원산지에 되돌리는 일에 지극히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다. 1970년대에 들어 그리스 정부가 영국에 대해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 부조들의 반환을 요구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실현되지 않고 있다. 1970년에는 유네스코가 문화재불법수출입금지조약을 채택했지만 1972년 발효 이전의 불법 반출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집트가 영국 등에 대해 불법 반출 문화재에 대한 반환을 요구하여 이미 5천 점 정도를 반환받기도 했으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계속하여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로제타스톤 등을 반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09년 6월에는 프라하에서 나치독일이 약탈해 간 유태인 미술품에 관한 국제회의가 열려 반환 결의문을 채택했으며 여기에 46개국이 서명한 바 있다. 그 이후 미술품을 원래 소유했던 유태인에게 계속 반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독일정부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2010년 4월에는 카이로에서 한국, 그리스, 중국 등 21개국 대표가 모여 ‘문화재 보호와 반환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불법 반출된 문화재에 대한 반환 요구를 합심하여 전개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앞으로 문화재 반환을 위한 당사국 사이의 교섭과 함께 다국간 협의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