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석 / 한인유권자센터(KAVC) 상임이사 ]

‘연평도 사태’가 꼭 일 년이 지났다. 당시에도 역시 한미관계 최우선의 이슈는 ‘한미자유무역협정(KORUS FTA)’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 미디어를 통한 불타는 연평도의 소식은 이외 모든 이슈를 잠재우고 말았다. ‘연평도를 공격했다’란 북한군의 공식 발표로 인해서 ‘북한의 침략. 도발’이란 한국정부의 입장에 딴죽을 건 곳도 없었다. 한국의 정치인을 비롯한 모든 미디어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관한 이슈 말고는 다른 어떤 언급도 없었다.

◆한반도 최고의 숙제는 ‘안보’

한미FTA의 의회 비준을 놓고서 찬·반의 공방을 벌리던 연방의회에서도 우선은 ‘안보’였다. 한미 FTA반대를 외치던 민주당 상원지도부도 어느새 앞 다투어 ‘한국보호’란 성명을 냈고 한인들로부터 친북정치인이란 오해를 받으면서도 북한과의 교류확대를 외치던 연방의원들도 앞 다투어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 결의를 했다.

연평도사태 일 년이 지난 지금, 그 사건에 중국의 의도(묵인)가 묻어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냥 뉴스로만 접하는 (한인)사람들에겐 이미 잊힌 사건이고, 누구와 만나서 말하기만 좋아하는 사람에겐 발 빠른 미국의 대응으로 인해서 미국의 우산 속에 있음을 확인시킨 사건이고, 급속한 중국부상에 우리의 처지를 염려하는 사람들에겐 군사적으로는 아직까지 미국이 절대 우위라는 안도감을 갖게 한 사건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동북아 전략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활동가들과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해 고심하는 전략가(외교전문가)들에겐 한반도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다툼이 얼마나 휘발성이 강한지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사건이었고, 미국과 중국의 충돌전선이 곧 한반도라는 것을 확인 시켜준 사건이다. 역시 한반도(한민족 성원에겐)는 분단이란 문제가 이 시대의 최고, 최대의 숙제임엔 틀림없는 듯하다.

◆중국의 외교의 관점

등소평의 ‘도광양회(韜光養晦-능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림)’란 전략에 충실해 온 중국의 지도부가 미국과의 전선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류의 문명사적인 관점에서 중국이 그 위대함에서 몰락한 것은 중국인들에겐 중국의 우수성에 대한 신성 모독이고 모든 중국인에 대한 개인적인 모욕이다. 중국의 지도부는 지난 150년(아편전쟁 이후)을 지워져야만 하는 역사이며 역사적 가해자는 응징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여긴다.

이러한 가해자는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선은 영국·일본·러시아·미국이다. 영국은 아편전쟁으로 중국의 품위를 수치스러울 정도로 떨어뜨렸고, 일본은 약탈전쟁을 일으켜 중국인민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 주었다. 러시아는 중국의 영토를 끊임없이 잠식해 왔으며, 미국은 아시아에 들어와서 중국을 침략한 일본을 지원하면서 중국의 대외적인 야심을 가로막기 때문이라 판단한다.

중국의 관점에서 볼 때에 이 네 열강 중에 영국과 러시아는 이미 역사의 심판을 받았다. 영국은 더 이상 제국이 아니며 홍콩에서 내려진 ‘유니언 잭’은 역사의 한 장을 고했다. 여전히 국경을 인접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빨 빠진 호랑이만도 못한 처지가 되었다. 여전히 중국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다. 어느 지점까지는 협력하면서 함께 가자고 하는 미국이지만 아직까지 지은 죄를 회개하지 않고 뻔뻔하게 발뺌을 하는 일본과의 결합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경쟁국가가 아니고 거의 적국에 가깝게 보여 진다. 그래서 동북아시아에서의 새로운 국제질서는 미국과 일본의 결합된 형태와 중국의 지역적 역할과 세계적 역할로 규정될 것이다.

◆ 오바마 독트린은 미·일 결속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미국 안보의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는 내용의 오바마 독트린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1월17일 호주 캔버라의 의회 연설을 통해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남에 따라 아·태지역에서 미군의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주둔과 임무를 최우선 순위로 두라고 국가안보팀에 지시했다”고 하면서 미국은 태평양의 강대국(Pacific Power)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석차 아시아 순방길에 호주에 들린 오바마의 연설이었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를 비롯한 아시아 정상들이 인도네시아 발리에 모여서 회의를 개최하는 동안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호주를 방문, 호주에 미군(해병대)기지를 운영하기로 했고, 필리핀을 방문해서는 필리핀이 요구하면 군사무기를 무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베트남과도 군사동맹을 언급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나라들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재정문제로 국방비를 삭감할 계획이지만 아·태지역의 국방예산은 결코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에서의 새로운 틀을 구축하기 위해서 미국은 동맹국·우방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해서 아시아에서의 장기적인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 미국의 약속을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입장을 분명히 하겠다고 했다.

◆ 분단체제 극복의 리더십

북한은 이미 중국의 영향권 안에 있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정도다. 중국이 북한을 수하에 두고 6자회담의 주도권을 쥔 상황은 미국이 일본과의 관계에서 한국의 입장을 통제하고 조정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6개국 중에 ‘중국-북한-러시아’의 관계결속은 미국과 일본의 협의 하에 한국을 위치토록 하는 일이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국의 대응을 생각해 보면 한-미-일 안보협력강화는 지금 한국사회의 정서로 미루어 볼 때엔 자동으로 보인다. 북한의 중국, 남한의 일본을 생각하면 분단체제가 한민족에게 얼마나 울화통 터지는 상황인지 깨닫게 된다.

1894년 전라북도 고부에서 발생한 동학혁명을 조선의 조정은 청나라와 일본의 무력을 끌어 들여 제압하려고 시도했다. 마침 조선지배의 야심을 불태우던 일본은 쾌재를 불렀다. 일본은 조선에서 청일전쟁을 일으켜 청나라를 굴복시키고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했다.

‘일본이냐, 청나라냐’로 나뉘어서 싸움하던 조선 조정의 행태가 지금은 북쪽은 중국을 남쪽은 ‘미국과 일본’을 등에 업고 있음이 그야말로 닮은꼴이다. 중국에 넘어간 북한을 생각하면 한국의 대외정책(미국과 일본과의 관계)은 정말로 고도의 전략이 요구된다. 일본을 떼어낸 미국과의 관계(결합)로 중국으로부터 북한을 구해 내야 할 일이다. “분단”이 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