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 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최루탄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FTA비준 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국회도 눈물을 흘려야 한다.” 최루탄을 국회 본 회의장에서 터트린 민주 노동당의 김선동 의원의 말이다. “FTA는 천국 가는 길”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의 주장이다. 장외에서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FTA반대를 외쳐대고 있다.

도대체 FTA가 무엇이기에 저토록 아우성일까?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FTA는 대한민국이 망하는 지름길이다. FTA를 두고 을사늑약에까지 비교할 정도이니 말이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FTA가 국운 융성의 지름길이라는 식이다. 한나라당이 FTA를 일방처리하며 내세운 논리 역시 국익이었다.

FTA를 둘러싸고 찬반 진영은 서로가 극에서 극을 달리는 논리들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지난번 EU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당시만 해도 이렇게 시끄럽지는 않았다.

또 축산농가와 농민들은 FTA가 체결되면 자신들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게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가장 많은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는 호주이다. 그럼에도 호주산 수입 쇠고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다.

그뿐인가?
한국의 농산물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불량품 시비가 끊이지 않는 중국산이다. 농민들이 걱정을 해야 할 대상은 미국이 아닌 중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일인지 농민들의 입에서는 중국산 농수산물 수입에 대한 불평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결국 반대론자들이 FTA에 대해 반대의 목청을 높이는 이유는 FTA자체의 문제보다는 단지 협정 대상국이 미국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FTA를 두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소위 진보주의자들에게 가장 증오의 대상은 미국이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나는 꼼수다.’라는 팝 캐스트가 화제가 되고 있다. ‘나 꼼수’에 출연한 전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씨는 FTA에 대한 우려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고 있다. “FTA가 비준되면 검은머리 외국인을 앞세운 미국 자본이 한국 시장을 초토화 시킨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검은머리 외국인이 누구일까? 재미동포들을 지칭하는 표현일 것이다. 미국에 대한 증오심이 한계를 넘어 재미동포들까지 싸잡아 걸고 넘어 지는 모습을 어찌 해석해야 할지 안타까운 모습이 아닐 수가 없다.

여하튼 한미FTA가 양측의 극단적 주장처럼 한국사회가 망할 수 있을 지, 엄청난 경제 대국으로 발 돋음 할 만큼 영향력을 발휘할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럴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한국정부의 입장에서는 FTA가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자동차 시장만 해도 그렇다.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 자동차 산업을 위협할 정도로 그동안 급성장을 거듭했다. 품질 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FTA 덕분에 관세까지 인하된다면 보다 공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할 수는 조건이 갖추어지는 셈이다.

삼성과 LG등 국산 전자제품들이 미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엄청나다. 또 무역 시장 규모만 봐도 미국이 한국에 비해 큰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노무현 정권이 미국과 자유 무역 협정을 시작했을까.

그런데 찬반에 대한 상황이 뒤바뀐 모습이다. 노 정권 당시 찬성론자들은 현재 반대론자로 돌아섰다. 또 당시 반대론을 펼치던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단독 처리까지 불사하며 비준 안을 강행 처리했다.

때문에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실질적 문제점은 FTA가 아닐 것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계산 때문에 FTA를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한국 정치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치기법은 ‘편 가르기’라는 생각이다.

반미와 친미,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식으로 말이다. 하긴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라면 지역갈등이라는 망국병 바이러스도 서슴없이 뿌려대는 것이 한국 정치인들이고 보면...

한마디로 한국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부추기는 원흉은 한국의 정치인들이다. 또 FTA 역시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언제까지 한국사회의 문제점이 소통 부족에만 있다고 외쳐대는 이중적 모습을 연출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