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오는 13일부터 시작되는 재외국민참정권 유권자 등록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미국 거주 재외국민참정권자의 수가 108만2천 7백 8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선관위 발표대로 라면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유권자중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선관위 통계자료는 외교부가 각 지역 공관을 통해 집계한 통계자료에 의존한 수치이다.

이 자료를 보면 영주권자는 464,354명이다. 재외국민으로 통칭되는 유학생, 상사주재원과 가족들, 공관직원 등 합법적 장기 체류자에 불법 체류자를 합한 숫자는 618,564명이다. 수치의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서 인지 한국정부의 발표를 보면 마지막 숫자가 54명, 64명으로 상당히 상세하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미 국토안보부가 발표한 미국 내 한인 영주권자의 숫자는 27만 명에 불과하다. 한국정부의 발표와는 무려 20만 명 가깝게 차이가 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한국정부와 미국정부 어느 편인가 잘못된 통계수치를 발표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미국 정부가 자신들이 발급한 한인들에 대한 영주권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 듯싶다. 결국 한국정부의 주먹구구식 통계가 미 영주권자에 대한 통계수치에 20만 명에 달하는 편차를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다.

우선 미국정부의 발표는 자신들이 발급한 전체 한인 영주권자 중 시민권을 획득한 한인들과 그동안 영주권을 포기한 숫자를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발표하는 통계 자료는 다르다. 우선 애틀랜타 총영사관의 경우 과거 관활 지역인 6개주내 한인들의 숫자를 28만 명으로 파악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20만 명으로 하향 조정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관들이 추정하는 관할 지역 내 한인 숫자는 한인회의 주장이 근간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지역 사회의 교회출석인원 등까지 파악해 근거자료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미주지역의 180여개에 달하는 한인회들이 주장하는 숫자를 합하면 미주지역 한인들의 숫자는 400만 명을 훨씬 넘는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그만큼 한인회가 지역 내 한인들의 숫자를 뻥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인회를 대표한다는 미주총연의 주장만 봐도 이 같은 문제점은 쉽게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승리 전 미주총연 회장 당시에는 200만 명이던 한인이 남문기 전 회장 시절에는 250만 명이 되었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 유진철 회장이 소송을 위해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는 미주한인의 숫자가 300만 명으로 늘어나 있다.

10년마다 실시되는 미 연방정부 센서스를 통해 지난 10년간 증가된 미주한인의 수는 30만 명에 불과한 반면 미주총연의 추정치는 2년마다 한인들이 50만 명씩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여하튼 애틀랜타 공관이 추정하는 관할 지역 거주 한인은 20만 명이다. 이중 재외국민은 12만 명으로 영주권자는 3만 8천명에 불과한 반면 유학생을 비롯한 재외국민의 수는 9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거주 한인 중 절반 가까운 인구가 유학생과 상사주재원을 비롯한 불법체류자 등으로 구성되고 있다는 말인데 과연 믿을 수 있는 자료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유학생과 상사주재원들이 동남부 지역으로 몰려야 할 특별한 요인도 없건만 지역공관에서 이들이 지역 거주 한인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하튼 각 지역 공관별 영주권자와 재외국민의 수치도 납득이 안가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시애틀 지역의 경우는 영주권자가 8만 7천여 명 그리고 재외국민의 숫자는 1만 명을 조금 넘어서고 있다. 휴스톤 지역의 경우는 영주권자 6만 4천여 명 그리고 재외국민 3만 4천 7백 명이다.

각 지역 공관이 발표하고 있는 영주권자와 재외국민간의 비율이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통계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문가의 눈으로 보아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가 있다. 공관 담당자들의 주먹구구식 추정치가 재외국민 유권자 통계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한국정부가 정확한 미국 내 거주 한인의 수치를 자체적으로 파악하기란 용이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미국정부에 자료에 대한 협조 요청을 한다면 별로 어려운 문제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공관 관계자들이 미국정부의 공식 자료보다는 한인단체의 근거 없는 추정치를 공식자료로 사용하며 더 신뢰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혹 뻥튀기 된 자료를 근거로 보다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꼼수 때문은 아닌지 궁금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