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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인간 사냥'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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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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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0.24. 한국일보 <지평선> /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

   


카다피의 참혹한 죽음에 서구 사회가 충격과 당혹감을 토로하고 있다. 독재자 카다피를 규탄하던 유엔과 국제인권기구들이 진상 규명을 거론하는 것은 어딘지 어정쩡한 제스처로 비친다. 그보다 서구 사회의 양식을 대변하는 몇몇 권위 언론이 '야만적 인간사냥'을 개탄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생포한 카다피를 짐승처럼 끌고 다니며 집단 린치를 가하다 즉결 처형하는 잔혹상을 담은 동영상 사진을 앞 다퉈 보도한 언론의 선정적 행태에 대한 비판도 매섭다. 우리도 되돌아 볼 일이다.

■ 독일의 진보적 권위지 디 차이트는 카다피를 들짐승 잡듯 살해한 리비아인들의 환호에 대해서는 굳이 논평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비아 반군의 승리와 카다피 생포에 결정적 힘을 보탠 나토는 인도주의와 전쟁포로 처우 등에 관한 국제법 원칙을 짓밟은 야만적 인간사냥에 책임이 크다고 질타했다. 반군에 강력한 공중 전력을 제공한 나토는 카다피를 생포한 마지막 작전에서도 첨단 정찰과 추적, 무인기 미사일 공격 등으로 결정적 역할을 했다. 디 차이트는 인권과 국제법을 앞세운 나토가 '사냥 집단'의 일부가 됨으로써 인도적 개입 명분을 스스로 훼손했다고 규정했다.

■ 잔혹한 처형 장면을 담은 동영상 사진보도는 "서구 문명사회의 윤리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무리 인권을 유린한 독재자라도 '사자(死者)의 명예'를 돌보는 문명사회의 원칙은 달라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카다피의 처참한 최후 모습을 보도한 언론은 역사적 현실을 증언하는 언론 책무에 충실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독일신문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사진 없는 기사만으로도 역사를 기록할 수 있다며, 적의 되돌릴 수 없는 죽음의 증거를 전리품(trophy)으로 치켜드는 것은 야만사회의 관습이라고 일깨웠다.

■ 이런 비판은 언뜻 완고하다. 뉴욕타임스 BBC 등, 무력 개입에 앞장선 영미 쪽 언론은 대개 카다피 사진을 그대로 보도했다. 그러나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집단히스테리와 같은 대중의 선정성에 영합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모든 죽음 앞에 경건한 문명사회의 윤리와 미학적 기준을 벗어난 사진은 싣지 않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다피 죽음에 환호하는 리비아인들이 정육점 냉장창고에 짐승고기처럼 내던진 시체 앞에서 휴대폰 사진 찍기에 바쁜 참담한 광경은 '아랍의 봄'을 비웃는 듯하다. 서구 열강은 그렇게 문명의 우위를 널리 과시하며 리비아와 아랍의 미래를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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