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편집위원 ]


지난 5일 있었던 재외동포재단 국정감사에서 권영건 전 이사장 시절(2010년) 재단 측이 주문 제작한 최고가 일제 골프공세트가 도마 위에 올랐다고 한다. 1천만 원 상당을 들여 제작한 일제 골프공세트가 한상대회 홍보용이었다는 재단 측의 답변이다.

한상대회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인기업가들이 참석하는 행사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홍보용으로 국산이 아닌 일제 골프공을 주문 제작했는지가 의혹의 대상이다. 더구나 이런 식으로 구입한 고가 일제 골프공의 사용처마저 행방이 묘연하다고 한다.

골프공세트 배포리스트를 확인한 결과 권영건 전 재단이사장이 배포 대상자를 명시하지 않고 지출한 것이 8회에 걸쳐 총 61세트에 달했다고 한다. 권 이사장이 골프공세트를 배포한 2010년 11월11일과 19일을 비롯한 수차례 공식일정은 없었다고 한다. 권영건 전 재단이사장이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감사에 참여한 의원들의 지적이다. 해외동포를 빙자해 일제 골프공을 주문 제작한 것도 문제인데 그나마도 자신의 관계자들을 위해 사적으로 사용됐다면 더욱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에도 한상대회의 문제점은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오른바가 있다. 무역업과 상관도 없는 미주단체와의 허위 거래 내역을 한상대회의 홍보용으로 사용한 사실이 감사를 통해 밝혀졌던 것이다. 심지어 한상대회 중 체결된 계약의 경우 이후 실질계약으로 이뤄진 건수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해외동포를 이용한 뻥튀기기 식 수출 계약 실적으로 국민들을 우롱처사라고나 할까?

문제는 이 같은 과정에서 재단이 단체지원금을 당근처럼 흔들어댔다는 사실이다. 해외동포 참가자들은 물론 행사에 참여하는 국내업체들까지 참가비를 내야하는 것이 한상대회이다. 하지만 행사와 관련된 수익계산서 내역이 한 번도 구체적으로 공개된 사실이 없다.
동네에서 조그마한 골프대회가 열려도 수입과 지출에 대한 내역을 공개하는 것이 현실이건만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재외동포재단을 통해 한국정부가 지원하는 해외단체에 대한 지원금 내역 역시 베일에 쌓여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우선 동포단체 지원금은 지역공관을 통해 신청되고 또 지역공관을 통해 집행되고 있다.

오죽하면 공관의 영사들이 해당 단체의 지원금 신청서 대행업까지 겸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에서 지적사항으로까지 등장하고 있을까 싶다.
때문에 꼭 지원이 필요한 단체보다는 공관과 가까운 단체에 지원금이 지원되고 있다는 것이 미주한인들의 인식이다.
아마도 신임 재단이사장은 뉴욕총영사까지 역임한 사실이 있으니 누구보다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꿰 뚫어보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해외동포 단체에 대한 지원금이 이런 식의 밀실 행정 절차를 통해 집행되다 보니 온갖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대표적인 예가 미주상공인총연합회와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의 경우가 아닌가 싶다. 우선 두 단체에 대한 재단의 지원금이 무슨 용도로 얼마나 지급되었는지 관계자들 이외에는 아는 사람들이 없다.
때문에 미주상공인총연합회에서는 이사장이 회장에게 지원금 내역을 밝히라고 나설 정도였다.

또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의 경우는 어떤가?
남문기 씨가 이끌던 미주한인회총연합회에 지급된 재외동포재단의 지원금은 8만 달러 그리고 10만 달러라는 두 가지 소문이 나돌고 있다.
재단의 지원금 내역이 세간에 알려진 이유는 다음과 같다.
워싱톤 지역에서 지역 한인회장을 역임하고 만년 미주총연의 부회장으로 활동한 C모씨는 입만 열면 한국정부에 대한 자신의 로비능력을 자랑한다. 이 과정에서 미주총연이 받은 10만 달러 지원금 역시 재외동포재단을 상대로 한 자신의 로비능력 때문이었다고 주변에 자랑을 늘어놓는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미주총연 사무실 관계자는 재단지원금이 8만 달러라고 했다니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문제는 재단지원금에 대해 회원들에게 조차 함구하고 있는 남문기 씨의 모습도 문제이지만 지원금 사용처를 두고 사후관리에 ‘나 몰라라’식으로 일관하는 재단 측에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재외동포재단의 지원금은 눈먼 돈이기 때문에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소리까지 나돌까 싶다.
사실 미주총연에 그동안 지급된 재외동포재단 지원금이 교포관련단체나 교포사회에 지원되기보다는 단체의 일부 관계자들에 의해 유용되고 있다는 것은 남 회장이 이끌던 미주총연 시절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과거 재외동포재단이 미주총연에 지원한 5만 달러 역시 행방이 묘연하다.
당시 미주총연 사무처에서 일을 하던 이 모 씨는 지역 한인회를 대상으로 한 그랜트 설명회 비용으로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재단을 둘러싼 대부분의 의혹이 투명하지 못한 재단의 예산집행 과정 그리고 밀실 행정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신임 이사장은 자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