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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학교 교과서 채택 결과
최영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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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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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호 / 영산대학교 교수 ]


지난 9월 16일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교육연대)는 올해 8월말까지 일본의 각 지역 교육위원회가 결정한 내년도 중학교 교과서 채택 결과에 관하여 논평을 발표했다. 교육연대는 지난 3월 말에 일본 문부과학성이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한 이후부터 8월까지 일본 각 지역의 교과서 채택 상황을 한국 사회에 알리고 공립학교에서 보수적 성격의 교과서가 채택되지 않도록 하는 운동을 전개해 왔다.

올해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교과서는 2008년의 ‘학습지도요령’과 ‘학습지도요령해설서’를 처음으로 적용한 것으로, 그간 가장 진보적인 내용을 실어 왔던 일본서적 출판사의 교과서가 퇴출되는 대신,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새역모) 계열의 보수적 교과서가 자유사(自由社)와 육붕사(育鵬社) 2개로 늘어나, 전반적으로 보수적 변화를 느끼게 했다. 이번에 각 지역 교육위원회가 채택을 결정한 교과서는 내년부터 앞으로 4년간 일본의 교육현장에서 계속 사용되게 된다.

독도 영유권 문제와 식민지 역사 인식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의 여러 단체와 연구자들은 올해 검정을 통과한 일본의 교과서 내용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 왔다. 일찍이 일본정부의 검정통과 발표 이후에 5월 20일 교육연대 등이 심포지엄을 주최하여 역사교과서와 공민교과서 내용을 분석하여 발표했으며 동북아역사재단도 6월 9일 관련 교과서 내용을 심층 분석하는 학술발표회를 개최한 바 있다. 여기에다가 한일관계사학회는 8월 27일 역사교과서 서술내용에 관한 집중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학술회의를 열었다.

이와 함께 일본의 각 지방 공립학교에서 어떠한 교과서 채택 결과가 나올 것인지 주목해 왔다. 이번에 교육연대가 채택 결과를 파악하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새역모 계열의 교과서 가운데 자유사 출판의 역사교과서가 0.05%, 공민교과서가 0.02%에 그쳐 매우 저조한 채택률을 보인 반면에, 육붕사 출판의 역사교과서가 3.8%(약 45,000권), 공민교과서가 4.2%(약 49,000권)로 크게 약진했다고 한다. 10년 전에 비해 100배, 6년 전에 비해 10배에 달하는 신장률을 보인 것이다. 역사교과서만 놓고 보아도 2년 전인 2009년에 새역모 유일의 자유사 출판 교과서가 0.4%에 지나지 않았는데 올해 새역모 교과서가 거의 10배에 가까운 채택률 증가를 보였다.

일본에서 의무교육 대상이 되고 있는 중등학교까지는 ‘의무교육 학교들의 교과용 도서의 무상조치에 관한 법률’에 교과서 채택 방법이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일본의 교과서 채택 권한은 국립과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해당 학교 교장에게 있고 공립학교의 경우에는 그 학교를 설치하는 지방자치단체 교육위원회에 있다. 각 지방의 교육위원회는 지역 내 학교의 교장과 교사, 채택 관계자의 조사연구를 위하여 해당 지역의 상설전시장에서 6월에서 7월 사이에 걸쳐 교과서 전시회를 열고 심의를 거쳐 8월 중에 채택을 최종 결정한다. 현재 일본의 각 지방 자치체가 교과서 채택 결과를 문부과학성에 보고하고 개별적으로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상황은 공개되고 있지 않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학교기본조사’에 따르면 2010년도 일본 전체 중학생 수가 3,558,166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국립 중학교 학생이 32,077명, 사립 중학교 학생이 255,507명으로 나타났고, 공립 중학교 학생은 3,270,582으로 중학생 전체의 91.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일본 공립 중학교의 교과서 채택 결과는 일본 사회의 변화를 잘 나타내는 리트머스 종이가 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교과서 채택 결과 가운데 가장 괄목할 만한 일은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공립 중학교와 관련 교직원을 가지고 있고 가장 큰 교육 관련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 요코하마시(橫浜市)가 과거와는 달리 새역모 교과서를 채택한 일이다.

필자는 지난 8월 27일 한일관계사학회 발표회에서 근대와 현대 시기의 한일관계 관련 서술 총 23개 항목을 중심으로 하여 올해 검정을 통과한 7개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분석하여 발표한 바 있다. 이때 필자는 올해까지 사용되고 있는 현행 교과서와 비교하여, 가장 보수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 교과서로 육붕사가 출판할 교과서를 지목했다. 같은 새역모 계열의 자유사 교과서와 함께 보수적 성향을 띠고 있는 가운데, 육붕사 교과서는 특히 정한론, 청일전쟁, 러일전쟁, 한국병합, 식민지개발론과 같은 부분의 서술에서 커다란 보수적인 변화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과거에 비해 일본에서 새역모 계열 보수적인 교과서의 채택률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원인에 대해, 교육연대는 첫째로 일본의 정치적 환경, 즉 애국심을 강조하는 교육방침의 변화를 꼽았다. 새역모 계열의 교과서가 자민당 등의 정치세력을 업고 교육기본법에 충실한 교과서라고 하는 점을 지방자치단체에 홍보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교육연대는 일본과 한국의 사회적 무관심을 들기도 했다. 일본에서 올해 발생한 대지진 피해의 복구 등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과거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으며 한국의 정부와 시민단체도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아마도 이러한 주장은 일본사회와 만찬가지로 한국사회가 전쟁 반대와 인권 옹호와 같은 진보적인 방향에서 후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 정부와 언론의 무관심이 일본의 보수적 교과서 채택 증가에 하나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나 시민단체로부터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독도 문제에 관한 단호한 반응이나 최근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제기되는 일본군 위안부 보상에 관한 외교적 제의 움직임은 일본사회의 보수화 경향을 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러한 움직임을 더욱 부추길 소지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사회의 보수화 움직임은 1990년대부터 한일관계의 변수에 그다지 좌우되지 않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강화되어 왔고 당분간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2012년판 새역모 교과서 채택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이러한 일본 사회의 보수적 변화를 나타내는 현상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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