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미국 내 소수 민족 중 히스패닉으로 불리는 남미 출신 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14%을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소수 민족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던 흑인들을 앞선 지 이미 오래전이다. 주류인 백인들의 입장에서는 우려를 나타낼 만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연유인지 미국은 멕시코와 인접한 국경에 불법 월경을 일삼는 멕시코인들을 단속하기 위해 높은 방호벽을 설치했다. 캐나다와 인접한 국경과는 완전 다른 모양새이다. 뿐만 아니라 워싱톤 주를 제외하고는 지방 정부들은 운전 면허증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지 못한다는 것은 엄청난 어려움이다. 고용주들은 고용인들에 대한 신분 확인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시는 법적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조치이다.
그런데 일부 지방 정부까지도 불체자 단속의 고삐를 조이는 일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애리조나 주를 시작으로 조지아, 앨라배마, 사우스 캐롤라이나 등이 반 이민법으로 통칭되는 지방 자치법을 통과 시켰으니 말이다.

문제는 지방 정부의 법안이 연방 정부가 취해왔던 조치보다도 훨씬 반 인권적이라는 사실이다. 국토 안보부 고유 권한인 불체자 단속권을 지방 경찰에게까지 확대 부여하는 문제는 그렇다고 하자. 집을 임대하고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킬 경우에도 합법 체류자임을 증명해야 하고 심지어 불체자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할 경우에도 처벌한다는 것은 이민자로 구성된 나라인 미국답지 못한 처사가 아닌가 싶다.

물론 주류 사회를 이루는 백인들의 시각은 다를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보니 자신들의 밥그릇을 불체자들에게 빼앗긴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니 말이다.
일부 인권 운동가들을 제외하고는 별로 반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이다.

현재 각 주정부가 제정한 반이민법을 두고 가장 극렬하게 반대 운동을 펼치는 곳은 히스패닉 사회이다. 또 지방 정부가 반이민법을 통해 겨냥하고 있는 타깃 역시 히스패닉 불법 체류자들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반 이민법 제정이 끼칠 영향이 히스패닉들에게만 국한된 문제일까?

한인 불체자의 비중이 전체 한인 인구의 10%에 가까운 20만 명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때문인지 지난 9월 1일 앨라배마 주 버밍햄 시에서 열린 반이민법 법안에 대한 반대 시위에 일부 한인들이 동참했다. 앨라배마 한인회 연합회의 관계자들은 시위 참여 여부를 두고 고심한 것 같다.

지난 8월 14일 시위 참가 여부를 두고 논의를 벌인 끝에 합법 신분자에게도 적용 될 수 있는 인권 침해 조항을 중심으로 반대 결의문을 작성해 연방 법원에 제출하되 시위에는 불참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앨라배마 주 한인회연합회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측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 때문인지 앨라배마 한인회연합회측은 시위 불참 이유를 현대자동차와 협력업체에 대한 입장 배려 그리고 한인 사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의 유진철 회장은 앨라배마 한인회 연합회의 결정과는 달리 시위에 참가했다. 또 주류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주 한인사회는 반 이민법 제정에 반대 한다는 뜻을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한다.

현지 한인회연합회가 시위 불참을 결정한 가운데 미주 한인회를 대표한다는 미주총연의 회장은 시위에 참가해 동일한 사안을 두고 서로가 다른 행동,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생각이 다른 것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미주 한인사회를 대표한다는 두 단체가 서로 다른 행보에 다른 목소리까지 낸다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 싶다.

우선 두 단체는 모두가 한인회의 연합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앨라배마 주 한인회 연합회는 앨라배마 주에 현존하는 5개 지역 한인회의 연합체이다. 미주총연은 앨라배마 연합회를 포함한 미주 지역 모든 한인회를 대표한다는 단체이다. 평소 주장하던 체제상 한 지붕 한 가족이라는 논리는 실종된 모습이다. 양 단체 간의 소통 부재가 빚은 현상이 아닌가 싶다.

앨라배마 주 한인 사회를 대표한다는 주 한인회 연합회, 그리고 미주 한인사회를 대표한다는 미주총연 회장의 다른 모습을 미 주류사회는 어떤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을지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