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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성 농장을 가보자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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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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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8.16. 한겨레신문 <한겨레 프리즘> / 김현대 사회2부 선임기자 ]


중국과의 FTA는 유럽연합이나
미국과의 FTA와 차원이 다르다

   
▲ 김현대 기자
중국 산둥성에 서우광(壽光)이란 곳이 있다. 100만동이 넘는 비닐하우스가 망망대해를 이루는 중국 제1의 채소 생산지이다. 근처의 칭저우 등지를 합하면 시설채소 재배면적만도 22만㏊, 우리나라 전체 시설채소 재배면적 8만㏊의 3배에 가까운 엄청난 규모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기후조건이 흡사해, 고추·마늘·양파·당근과 같은 우리의 일용 채소가 무한대로 생산된다.
산둥성에서는 우리나라 전체의 무려 16배나 되는 사과를 생산한다. 품질이 좋아, 유럽과 동남아 등지로 대량 수출한다. 우리 쪽에서 문을 열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당도와 포장·가공까지 구색을 맞출 수 있는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 이곳 농민들은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빨리 체결돼, 수출길이 열리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우리의 대표적인 수출 농산물로 흔히 배를 꼽는다. 미국, 캐나다와 대만 등지에서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산둥성 농민들도 품질 좋은 ‘한국 배’를 생산한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우리 배 주산지에서 묘목을 가져다가 똑같은 ‘신고배’를 훨씬 싼 값에 수확해내는 것이다. ‘한국 배’ 농장이 산둥성에서만 40여 곳 운영되고 있고, 중국 정부도 공동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수면 아래서 급박하게 진행되는 모양이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올가을이나 연말 안에는 공식 개시 선언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농업계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유일하게 개방 대상에서 제외할 쌀 말고는 거의 모든 농산물이 결정적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같은 축산물에 집중됐던, 유럽연합이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과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고 본다.

중국 농산물의 관세장벽이 허물어진다고 상상해 보자. 발 빠른 한국인 수입업자와 생산업자는 중국 현지에서 우리 입맛에 맞는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가공하는 첨병으로 나설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대기업들은 앞 다퉈 돈 되는 중국 농산물의 수입 시장에 뛰어들 것이다. 우리 농산물의 중국 고급시장 개척 기회가 될 것이라지만, 우리 농민의 소득으로 직접 이어지지 않는다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중국의 가게에서 잘 팔리는 한국 농식품은 대기업 등에서 생산한 가공품이 대부분이다.

농업계에서도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민감한 농산물 품목들을 협상(양허) 대상에서 우선은 제외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농업의 파탄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요구라고 보고 있다.

때마침 이명박 대통령은 공생발전이란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기업한테는 탐욕 대신 윤리를, 자본의 자유와 함께 책임을 생각할 것을 요구했다. 부익부 빈익빈이 아니라 서로 보살피는 상생 번영을 이끌겠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에서 농업과 농민은 부담스러운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성과는 없이 퍼주기 예산을 축내는 대상으로 치부됐다. 지금까지의 모든 자유무역협정 또한 농민과의 반(反)공생이었다. 대기업이 더 가져가고, 농민은 계속 잃는 식이었다. ‘위로금’으로 주어진 보조금은 발 빠른 일부 농민의 차지였고 농업의 자생력을 떨어뜨렸다.
임박한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추진에서 공생발전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 가지 제안한다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실무자들이 먼저 산둥성의 농업 현장을 방문했으면 한다.

승자독식에 젖은 농업의 백면서생들이 우리 가족농의 가치를 허물어뜨린다는 불신이 뿌리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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