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호 / 영산대학교 교수 ]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문제와 독도 문제 등으로 한일 양국의 외교관계가 경색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양국 정부는 조심스러운 언행으로 제66주년을 맞은 올해 8.15를 보냈다. 정권 후반기 또는 말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한일관계를 그르칠 수 있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정치 지도자는 외교적 갈등보다는 화해를 선택했다. 양국 정상이 공통적으로 엄숙한 분위기에서 절제된 언어를 사용했다.

종전기념일을 맞은 일본에서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매년 행하는 전몰자 추도식 식사를 통해 종래의 반성과 사죄 표현을 올해도 반복했다. 그는 아시아의 여러 나라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고 말하고 이를 깊이 반성하면서 희생자의 유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사죄했다. 아울러 과거를 겸허하게 되돌아보고 비참한 전쟁의 교훈을 알리고 평화국가로서 세계인들과의 유대를 심화해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손꼽히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8.15 오전의 기자회견에서 야스쿠니(靖國)신사에 합사된 A급 전범에 대해 전쟁 범죄자가 아니라고 발언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지난 2005년에 자신이 민주당에 제출한 '야스쿠니신사에 관한 질문서'에서 주장했던 발언을 여전히 되풀이한 것이다. 민주당 정권이 국민적인 불신을 받고 있는 가운데 그 타개책으로 그는 보수 우익세력에 영합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생각된다.

간 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각료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모두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않았다. 간 총리는 야스쿠니 대신 도쿄 시내의 지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지를 찾아 헌화했다. 다만 여권에서 민주당의 류 히로후미(笠浩史) 문부과학성 정무관과 국민신당의 모리타 다카시 총무성 정무관, 무소속의 하마다 가즈유키(浜田和幸) 총무성 정무관이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이처럼 민주당 정권의 정무 담당 3명이 8.15에 야스쿠니를 참배한 것은 2009년 9월 정권 교체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노다 재무상은 야스쿠니에는 가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쟁 범죄자가 합사됐다는 이유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대하는 것은 논리로서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한 자민당의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 아베 신조(安倍晉二) 전 총리 등을 비롯하여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하는 일본의 여야 국회의원 50여명이 종전기념일을 맞아 야스쿠니를 찾았다.

한편 광복절을 맞은 한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문화회관의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낭독했다. ‘공생발전’을 화두로 하여 정치적 방향을 역설하고 국민통합을 강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예년에 비해 연설 도중에 많은 박수가 나온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일본에 대한 메시지에서는 형식에 있어서는 종래와 같이 짧고 부드러운 어조로 역사와 미래에 관하여 언급했다. 그러나 내용면에 있어서는 작년에 비해 약간 강력한 주장이 담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작년에는 우선 일본의 총리 담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역사와 미래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독립적으로 일본을 지칭하고 하지 않고 ‘한일 양국’이라는 주어를 사용하여 양국이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함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자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에는 한국과 일본으로 각각 주체를 나누어, “우리는 미래를 위해 불행했던 과거에 얽매이지 않을 것”, “우리 국민은 결코 잊지 않을 것”, “일본은 미래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책임이 있다” 등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