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지난 6월 30일 시카고에서 열린 미주총연 임시총회에서의 일이다.
회의 말미에 남문기 회장은 ‘권영건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재임 절대반대’라는 안건을 전격 상정했다. 이의가 없으면 안건을 박수로 만장일치 통과 시켜달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권 이사장이 권력의 하수인으로 재외동포를 관리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 한인회장들과 뜻을 같이해 연임을 절대 반대한다는 것이 안건 상정의 이유였다.

그런데 당시 회의장에 남아있었던 회원의 숫자는 80여명에 불과했다는 것이 참석자의 전언이다.
또 필자가 과문한 탓일까?
그동안 남문기 씨를 제외하고는 세계의 어느 한인회장도 권 이사장 연임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듣지 못한 이유가 말이다.

그런데 남씨는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외국민참정권으로 인해 동포사회의 분열이 우려된다는 질문을 두고 “(동포사회에서)분열 운운하는 사람들은 100명도 채 안 된다. 침소 붕대이다.”라고 했다.

그 때문인지 남 회장이 전격적으로 재외동포재단 권영건 이사장에 대한 연임 반대 안건을 전격 상정한 이유를 두고 지난 한인회장단 대회에서 있었던 푸대접에 대한 앙갚음 차원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여하튼 한나라당이 남문기 씨를 재외국민위원장에 내정해 또 다른 화제의 주인공으로 만들었었다. 그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미주 한인사회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미주총연을 분열 시킨 책임의 당사자를 어떻게 한국의 여당인 한나라당이 재외국민 위원장이라는 주요 보직에 내정할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씨를 비롯한 그의 주변 인사의 생각은 다른 듯싶다. 대표적인 예가 남문기 회장 체제에서 행정 부회장직을 역임한 김길영 씨의 주장이 아닌가 싶다. 그는 한국의 모 동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문기 씨의 한나라당 재외국민위원장 내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민주당 계열의 인사들이라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지나가던 개도 웃을 소리가 아닌가 싶다.

따지고 보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한나라당이 남문기 씨를 재외국민위원장에 영입한 사실에 박수를 쳐대며 기뻐해야 할 사건이다. 한국의 정당원이 될 수 없는 미국 시민권자를 당의 요직에 내정하는 자충수를 둔 한나라당도 문제이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당사자인 남문기 씨는 미주총연 회원들은 물론 미주 한인사회에서까지 지탄을 받는 인물이 아닌가 말이다.

‘당신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했던가?
박수를 쳐대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왜 민주당 지지자들이 남문기 씨의 재외국민위원장 내정을 반대한다는 말일까?

허긴 지난 미주총연 선거에 한국의 모 정당이 적극 개입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까지 펼칠 정도의 수준이고 보면...

미주 한인사회가 남문기 씨를 두고 문제 삼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가 운영하는 뉴스타라는 부동산과의 거래 과정에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목소리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문제를 삼고 있는 부분은 그가 그동안 미주 한인사회를 분열시킨 장본인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그가 단체장을 역임한 미주한인상공인총연합회, LA한인회 그리고 현재 미주한인회총연합회까지 그가 거친 단체들은 문제가 되지 않은 곳이 없고 보면 별로 틀린 지적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우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미주총연의 모습을 살펴보자. 선거 시작과 함께 양 후보에게 미주총연의 정회원이 아닌 1300명에 달하는 미주 전. 현직 회장들의 명단을 넘겨주었다. 양 후보는 과거와는 달리 남문기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은 미주총연의 잠재적 유권자들을 찾아내 1100명에 달하는 전. 현직 회장들을 미주총연의 정회원으로 등록을 마쳤다.

남문기 회장이 챙긴 회비만 해도 20만 달러가 넘는다. 김승리 전임 회장에게 넘겨받은 10만 달러, 액수 미상의 재외동포재단의 지원금까지 합하면 엄청난 액수의 돈이다.
그런데 지난 총회에서는 이에 대한 감사 보고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차기 미주총연 회장단에 넘겨줄 돈이 한 푼도 없다고 한다. 완전 내배 째라는 식이 아닌가 싶다.

여하튼 인수인계 방식도 역대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방식이다. 김재권 측에는 이미 집기, 서류의 일부 그리고 미주총연의 인장을 인계했다. 그리고 오는22일로 예정된 재판을 앞두고 16일에는 유진철 측에는 미주총연의 깃발을 넘겨줄 예정이라고 한다.

정치는 편 가르기 싸움이라고 주장하는 남문기 씨다운 발상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