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호 / 영산대학교 교수 ]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식민지 치하에서 시인 이육사가 청포도 익어가는 계절로 노래한 음력 7월 (양력 8월)이 되었다. 한국 사람들에게 8월은 8.15 광복절과 8.29 경술 국치일을 맞으면서 어느 달보다도 과거사 문제와 함께 국가의 독립과 평화를 생각하게 하는 달이 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8월에 들어 역사교과서 문제와 독도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더욱 더 과거사 문제로 뜨거운 시절을 맞게 되었다.

올해 3월에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교과서에 대해서 일본의 각 지방 교육위원회가 8월 말까지 공립학교에서 사용될 교과서를 채택하게 되어있다. 이 가운데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 등 보수 우파 인사들이 펴내려고 하는 2개 출판사 (自由社, 育鵬社) 교과서에 과거 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 하는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고 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평화를 지향하는 한국과 일본의 시민 단체들이 채택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갖가지 채널을 통해 2개 출판사의 교과서를 채택하지 말도록 촉구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난 7월 28일 도쿄도(都) 교육위원회가 10개의 도립 중학교에서 사용할 역사과목과 공민(公民)과목 교재로 이쿠호샤(育鵬社) 출판본을 다수결로 채택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또한 20개의 도립 특별지원학교 교재로 역사과목에는 이쿠호샤 출판본을, 공민과목에는 지유샤(自由社) 출판본을 채택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朝日新聞, 2011년 7월 28일]

그리고 일본사회의 우경화를 대변하듯 소수 일본 정치가들의 독도 영유권 주장 움직임을 계속하며 한일관계를 교란하려 하고 있다. 위의 두 개 출판사 교과서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일본 공민과목 교과서가 일본정부의 학습지도요령에 맞추어 한일 간에 영유권 다툼이 있는 것으로 내용을 서술하고 있고, ‘외교청서’와 ‘방위백서’도 예년과 같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8월 1일 울릉도 공식 방문을 위해 한국에 왔다가 입국 금지 조치를 받은 자민당 의원 3명은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충분히 거두고 일본에 되돌아갔다.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국민들이 그들의 준동을 무시할 만큼 냉철하게 대응할 수 있으면 그들의 정치적 꼼수는 물거품이 되겠지만, 독도문제에 민감한 일부 한국국민들은 격앙된 감정을 분출했고 한국 언론은 이러한 움직임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 자국 국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양국 정부로서는 영유권 문제에 관하여 외교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당분간 이 문제로 한일관계의 경색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화와 우호 분위기를 희망하는 한일 양국의 시민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향해 여러 채널을 통해 꾸준히 대화하고 가능한 인간적인 교류를 확대해 가는 일이다. 특히 한국의 시민들에게는 우파적 일본인들의 언행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냉엄한 현실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만약 일본의 우파 세력들에게 희롱당하지 않는 강인한 독립 국가를 원한다면, 과거사와 영유권 문제에 대해 즉각적으로 감정을 내세우기 보다는 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마침 이번 8월에는 양국 시민이나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올바른 역사인식과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논하는 기회가 많다. 필자가 파악하고 있는 모임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발표 주제를 중심으로 아래에 소개하고자 한다. 가능한 이러한 모임에 참가하여 평화와 우호를 위한 교류를 공유하는 가운데 이 뜨거운 계절의 ‘청포도’를 차분한 마음으로 맛보기를 권한다.


◆ 한일민족문제학회 주최 한일합동학술회의

주제 : 전후 일본의 시민운동을 통해 본 한일관계와 재일 한인
일시 : 8월 5일 10:00 ~ 17:30
장소 : 광운대학교 한울관 408호
발표 : 개회사 (김태기, 한일민족문제학회장), 환영사 (김광열, 광운대)
-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학살사건을 둘러싼 전후일본의 운동 (山田昭次, 立教大)
- 전후 일본 한반도 연구의 시작과 경과 (樋口雄一, 高麗博物館)
- 일본에서 전개된 전후보상 운동의 역할과 과제 (飛田雄一, 神戸学生青年센터)
- 고베지역에서 전개된 한반도 관련 운동의 역할과 과제 (堀内稔, 무궁화의 모임), 


◆ 동북아역사재단 주최 국제학술회의

주제 : 한일협정의 국제법적 문제점에 대한 재조명
일시 : 08월 12일 10:00~17:30
장소 :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
발표 :
- 한일병합 100년과 한일협정 반세기 (이장희, 한국외대)
- 한일기본관계조약의 국제법적 재검토 (박배근, 부산대)
- 재일교포지위협정의 국제법적 의의와 문제점 (김부찬, 제주대)
- 한일청구권협정의 국제법적 재검토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 1965년 한일문화재반환협정과 불법반출 한국문화재의 환수문제 (제성호, 중앙대)
- 한일협정과 향후과제 (李鍾元, 立敎大)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주최 국제교류회

주제 : 근현대 동아시아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
동아시아 지역 평화정착과 상호이해를 위한 교육의 실제
일시 : 8월 16일 14:00 ~ 8월 17일 17:30
장소 : 한국교총 2층 단재홀
발표 :
- 동아시아사 교육의 최근 현황 (한명기, 명지대)
- 일본의 역사교육 평화교육을 둘러싼 정세와 과제 (善元幸夫, 琉球大)
- 平頂山사건 長岡공습을 교재화 한다 (後藤穰, 新潟市立東中野山小學校)
- 한중일 역사교과서의 6.25전쟁 서술과 학생의 역사인식 (최용, 서울동명여고)
- 동아시아사 역사교육 개요 (김석규, 청원내수중학교)
- 중국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明治維新’에 관한 인식 (왕흥웨이, 北京사범대부속중)
- 중국 중학교 역사교사의 ‘南京大虐殺’에 관한 수업설계 (장지에, 北京161중)


◆ 한일관계사학회 주최 학술대회

주제 : 일본 역사교과서의 분석과 역사교육의 실태 :
2011년 검정통과 일본 역사교과서를 중심으로
일시 : 8월 27일 10:00 ~ 17:40
장소 :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
발표 : 기조강연,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의 사적 전개 (손승철, 강원대)
- 2011년 일본 역사교과서 검정의 의미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 근대이전 서술의 변화와 특징 (김은숙, 한국교원대)
- 근현대 서술의 변화와 특징 (최영호, 영산대)
- 동아시아사 서술의 변화와 특징 (김보한, 단국대)
- 일본에서의 한국사 교육 실태 (森晋一郎, 東京都立小山台高等学校)
- 한국에서의 일본사 교육 실태 (현명철, 경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