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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일본기업의 한국진출
최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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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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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 영산대학교 교수


   
지난 5월 말 대지진 발생 후 두 달이 넘은 시점에서 일본경제신문사는 주요 일본기업 사장들을 대상으로 하여 사업계속계획에 대한 의견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사업계속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이란 기업이 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우는 기본적인 계획을 의미하는 것으로, 예기치 않은 재해나 사고 등이 발생했을 경우 제한된 경영자원으로 최저한도의 사업 활동을 계속하거나 복구 목표시점 이내에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미리 책정하는 행동계획을 말한다. 보통 사업계속계획은 자사의 업무 프로세스가 재해나 사고에 의해 입을 수 있는 위험과 손실을 평가한 것을 기초로 하여 책정된다. 그리고 우선적으로 복구해야 하는 업무와 그에 필요한 설비와 시스템을 설정하고 복구를 위한 목표시점과 방법을 계획하게 된다.

그런데 일본경제신문사에 회답을 보낸 135개 회사 가운데 121개 회사가 사업계속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이 중에서 83.5%에 해당하는 101개 회사가 이전의 계획을 수정하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대답한 회사가 13개 회사(10.7%)에 달하며, ‘수정하지 않겠다’고 대답한 회사는 불과 6개 회사(5.0%)에 지나지 않았다. 이것은 대지진과 원전사고로 종래의 공급망이 차단되고 전력부족이 계속되는데 따라 일본기업들이 전반적으로 경영계획을 대폭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을 잘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이 의견조사에서는 올 여름 대대적으로 실시될 국가적인 절전 정책에 대해 각 회사들이 어떠한 대책으로 임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고 한다. 그 결과 냉방이나 조명 정도를 낮추겠다고 하는 일반적인 대책과 함께, 자가발전 설비의 도입(31.9%), 윤번 휴업제도의 운영(17.8%), 여름휴가 늘리기(14.8%), 서일본 지역으로 생산거점 옮기기(9.6%) 등의 회답이 나왔다고 한다. [日本經濟新聞, 2011년 5월 30일]

한편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본 국내에서 기업경영을 둘러싼 환경이 쉽게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여러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거점을 이전함으로써 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괄목할 만하다. 대지진 이후에도 여전히 계속되는 엔고 현상과 국내 전력부족 문제 등이 국내생산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하는 위기감이 각 기업에 팽배해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경제신문이 지난 7월 14일에 발표한 ‘사장 100명 앙케트’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140개 회사 가운데 55개 회사(39.3%)가 현재의 엔고 현상과 높은 법인세율이 시정되지 않는 한 앞으로 3년 이내에 해외로 생산거점을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직은 핵심 생산설비를 국내에 두고 부속설비나 연구개발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겠다는 의견이 대다수이기는 하지만, 본사 기능의 일부와 핵심 생산설비까지도 해외로 옮길 수 있다고 하는 의견이 10%를 넘는 것은 분명히 커다란 변화임에 틀림없다. 일본정부의 대지진 대책이 지지부진한데다가 원전 등 에너지 대책이 갈팡질팡 하면서 국내전력 부족문제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이처럼 기업들은 생존전략으로 해외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기업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신흥시장으로 생산거점을 이전하는 움직임을 보여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 내각부(內閣府)는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기업의 해외생산 비율이 1995년의 8.1%에 불과했으나 2010년에는 18.0%로 과거 최고를 기록했다고 했으며, 오는 2015년에는 21.4%로 그 비율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일본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계속 심화될 것을 예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경제산업성은 지난 7월 8일에 내놓은 ‘통상백서 2011’에서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이 세계경제를 이끌 것이며 반대로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은 경기회복이 더디어 신흥시장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가운데 일본경제는 점차 투자와 무역 측면에서 해외경제와의 관계를 심화해 가고 있으며 특히 중간재에서 해외의존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산업구조면에서 해외생산 네트워크와의 관계가 점차 심화될 것이라고 하여 해외 현지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일본기업의 해외 전개는 일본정부의 예측 이상으로 생존전략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절실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1달러 80엔 전후에 머무는 엔고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신흥시장에서 잠재 구매력이 높아지고 있는데다가 일본 국내의 여전한 열악한 환경이 기업 활동을 이중 삼중으로 어렵게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아무리 신흥시장에서 인건비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해도 일본 기업들이 해외 신흥시장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점점 몸통까지 들여놓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과의 FTA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정부에 대해 집요하게 요구해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도 대지진 사태 이후에 지지부진해지자, 일본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해외 현지생산을 통한 시장 확대로 사업방향을 돌리고 있는 듯하다. 국내생산의 보루를 지키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 도요타자동차 조차도 현재의 상황에서 일본기업들이 국내생산을 유지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5월 11일 도요타의 오자와(小澤哲) 부사장은 1/4분기 결산 발표에서 대지진 영향으로 도요타의 영업이익이 지난 분기에 비해 1,100억엔 감소했다는 보고와 함께 “언제까지 국내생산을 고집할 것인가, 이미 개별 기업의 노력으로는 그 한계를 넘어섰다”고 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 ⓒ 조선일보
이러한 상황에서 대지진 사태 이후 일본기업이 한국에 대거 진출하고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예사롭지가 않다. 무엇보다 원화와 유로화의 상대적인 약세로 한국과 유럽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 한국과 유럽의 FTA 체결로 한국산 제품의 시장이 대폭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의 언론들은 지난 달 합성섬유와 합성수지 분야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인 Toray 주식회사가 2013년을 목표로 경북 구미에 1조 3천억원 규모의 탄소섬유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일제히 내보냈다. 이 뿐 아니라 Sumitomo(住友)화학은 삼성그룹과 합작하여 경기도 평택에 스마트폰 부품 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전자 부품회사 Yodogawa(淀川) Hu-Tech도 평택에 자동차용 2차 전지 핵심부품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지난 6월 28일 Toray 공장 착공식에 참석한 무토(武藤正敏) 주한 일본 대사는 인사말에서 "일본 기업들이 대지진 때문에 생산 기지를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회사의 닛카쿠(日覺昭廣) 사장은 일본의 전력부족 사태와 관련하여 “일본에서 앞으로 전기료가 얼마나 오를지 모른다. 따라서 한국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공장 건설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1/4분기 일본기업의 한국투자는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4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앞으로 당분간은 그 증가폭이 더욱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일본기업이 저임금의 노동집약형 업종을 해외에 진출시켰던 것과 비교할 때 최근 한국 진출에서는 스마트폰이나 LCD, 신소재 등과 같은 첨단기술 산업이 많다고 하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이러한 분야에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한국 시장을 미리 선점하겠다고 하는 전략과 함께 한국을 거점으로 하여 해외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Sumitomo와 Yodogawa의 스마트폰 부품 평택 공장 이외에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제휴하여 아산시에 건설하게 될 Ube(宇部) Industries의 폴리이미드 니스(polyimide varnish) 생산 공장, 남해화학과 제휴하여 여수시에 건설하게 될 Nippon Soda(日本曹達)와 Mitsubishi Corporation(三菱商事)의 살균제 티오파네트메틸(thiophanatemethyl) 생산 공장은 이러한 특징을 잘 말해주고 있다.

한편 일본기업의 한국진출 확대 움직임에 맞추어 한국 지자체들은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목적으로 하여 앞을 다투어 적극적으로 유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NNA.ASIA가 7월 17일에 발신한 메일 정보에 따르면, 대지진 이후 산업상황이 불안정해진 일본기업에 대해 한국의 지자체가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울산과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남해안 부근 지역은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까운 위치에 있고 산업 인프라가 잘 정비되어 있어 일본의 조선(造船) 관련기업이나 금속가공 관련기업이 주목하고 있고, 경상북도와 대구시는 IT와 기계, 자동차 부품 관련기업에게 인기가 있다. 지난달부터 창원시, 진주시, 하동군이 유치 사절단을 일본으로 파견하여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있고, 경상남도는 지난 5년간 일본기업 10개 회사를 유치하여 총 투자금액 2조 5천억 원이 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또한 충청남도는 지난달 일본의 자동차 부품회사와 석유화학회사를 방문하여 2억 4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지자체의 약간 과열된 유치 경쟁 움직임에 대해서는 일본의 재해 상황을 고려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 달라고 하는 정부 부처의 요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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