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6월 30일 시카고에서는 5월 28일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이하 미주총연) 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유진철 후보 측의 요청으로 미주총연의 긴급임시총회가 열렸다.

김재권 당선자측은 이날의 임시총회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참석을 거부했다.
유진철 씨의 지지자들만으로 개최된 임시총회였기 때문이었는지 회칙이 규정한 성원 100명을 간신히 넘긴 103명이 모였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김재권 씨의 당선을 취소하고 경쟁 후보였던 유진철 씨를 차기 미주총연 회장으로 선출해 이튿날은 취임식까지 강행했다.
언제부터 미주총연이 선거제도를 두고 패자부활전을 도입 한 것일까?

반면 김재권 씨 측은 7월 1일부터 자신의 임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며 7월 16일 이. 취임식을 거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패자부활전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유진철 씨와 지난 선거에서 선관위로부터 당선증을 교부받은 김재권 씨 양자가 모두 자신이 미주총연 회장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미주총연이 연출하는 한 지붕 두 가족 드라마가 시작된 꼴이다.
여하튼 유 씨 측은 시카고에서 개최되었던 임시총회가 합법적이라는 사실에 중점을 두고 헬렌 장 중남부한인회연합회장을 대변인으로 임명해 대내외적 홍보를 시작하는 모습이다. 참석인원이 회칙이 규정한 임시총회의 성원 요건인 100명보다 3명이 더 많은 103명이 참석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또 현직 회장이었던 남문기 씨가 임시총회에 참석해 개회선언을 했기 때문에 이후 총회에서 이루어진 모든 과정은 합법이라는 주장이다. 그동안은 회칙을 완전히 무시하던 사람들이 웬 합법 타령인지 아리송하다.

회칙은 회비 대납, 향응 제공 그리고 항공권 제공 등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24대 미주총연 회장 선거에서 회원들에게 양 후보가 회비 대납과 항공권 제공을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미주총연의 회원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허긴 회칙에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선거과정에서 그 같은 양상은 관행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고 보면⋅⋅⋅

사실 미주총연 사태를 들여다보면 가장 궁금한 것이 따로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합법과 불법에 대한 정의 말이다.

이번 시카고 임시 총회의 모습만 해도 그렇다. 회칙에 의해 성원만 이루어지면 총회이기 때문에 어떠한 안건도 현장에서 결정해도 된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생각인 듯싶다. 그 때문인지 당사자에게는 한마디 통보도 없이 당선을 취소하고 또 회원에 대한 제명조치까지도 인민재판식으로 처리했다.

만약 총회에서 성원이라는 요건만 충족되면 무슨 짓거리를 해도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라면 왜 그들은 회칙에 각종 상설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의 기능까지 적시하고 있는 것인가.

우선 이번 경우와 같이 임시총회의 부당성이 제기되었다면 남문기 회장은 당연히 회칙에 있는 위원회의 해석을 구했어야 했다. 선거와 관련해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면 관련 후보자는 중재위원회에 소원청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또 회원에 대한 제명 건이 총회에 상정되기 위해서는 윤리위원회가 나섰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번 임시총회의 과정은 어떠했는가. 회칙의 규정 따위는 완전 무시되었다.
김재권 당선자에 대한 당선 무효가 선언되기 위해 과연 중재위원회의 조사 과정이 있었는가?

유진철 씨 측 변호사가 회원들을 상대로 부정선거에 대한 설명을 했다는 부분만 해도 그렇다. 변호사가 부정선거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야 할 장소는 미국의 법정이지 미주총연의 임시총회장은 아니기 때문이다.
허긴 미주총연의 회원이자 고문 변호사라는 사람까지도 회칙을 무시하고 억지 주장을 펼치는 판국이니 그 어떤 일도 못할까 싶다.

여하튼 작금에 펼쳐지는 미주총연 회원 간에 펼쳐지는 막장 드라마의 문제점은 회칙의 적용은 고사하고 상식적 판단의 기준마저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합법을 주장하기에 앞서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정당했는가를 우선적으로 생각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법정에서 판가름이 나지 않는 한 두 사람은 서로가 미주총연의 회장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미주총연에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때문에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인사들이 반성보다는 오히려 억지스러운 주장을 앞세우며 사태를 왜곡하고 호도하며 미주총연의 한 지붕 두 가족 사태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자신들이 만든 회칙조차도 지키지 않는 단체가 합법성을 주장하며 미주 한인사회의 대표자를 운운하는 모습을 어찌 해석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