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7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미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위원들의 명단이 발표되었다. 지역협의회장 자리를 두고 사무처가 고심한 흔적이 엿 보인다. 특별한 하자가 없는 지역의 경우에는 협의회장을 유임시켰다.

문제가 된 일부 지역에서는 낙하산보다는 14기 평통에서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했던 인사들을 임명했다. 무리수를 피해 불협화음을 최소화 시켜보겠다는 사무처의 선택이 아닌가 싶다.

그런 연유인지 지역협의회장 인선과 관련된 별다른 잡음은 들리지 않고 있다. 물론 금년에도 브로커들이 희망자를 대동하고 평통 사무처를 방문했다는 소리는 들리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일반 위원의 경우는 조금 다른 듯싶다. 며칠 전 루이지애나의 현직 한인 회장인 K모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음성부터가 격앙되어 있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인선 과정에서 총영사관측은 현직 회장인 자신이 추천하지 않는 인사를 평통위원으로 임명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사전에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때문에 그동안 두 개의 한인회로 갈라져 있던 지역의 실상을 고려해 지역 인사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지역 한인 사회가 수긍할 수 있는 인사들을 15기 평통 위원으로 추천했다고 한다.

하지만 발표된 평통 위원 명단을 보고 아연 실색했다는 것이다. 지역 인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절대로 평통위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목한 인사가 명단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K회장은 해당인사의 과거 행적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그의 평통위원 추천을 극구 반대했다는 것이다.

시카고에서 거주할 당시 한국 식품점을 운영하며 지역 한인들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히고 야간도주해 현재의 거주지로 이주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현지까지 찾아와 지역 사회가 소란스러운 일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과거 행적과 관련된 사항들을 피해자들이 한인 회장인 자신에게 알려왔기 때문에 본인의 희망과는 달리 평통위원으로 도저히 추천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사실을 휴스턴 총영사관 측에도 통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당사자가 15기 평통 위원으로 임명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K모 회장이 분통을 터트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고 한다. 양심상 추천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통보하자 당사자의 말인즉 “그렇다면 돈을 써서라도 평통 위원이 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부도덕한 인사도 돈만 쓰면 헌법기관이라는 평통의 위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과연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이냐!” K회장의 항변이다. 사실 이번에 발표된 미주 지역 15기 평통위원들의 명단을 살펴보면 문제투성이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평통 사무처는 15기 위원 선정에 앞서 선발 기준을 지역 공관을 통해 발표했다. 여기에는 분명 도덕성 하자로 지역사회에서 지탄을 받는 인사는 인선에서 배제한다는 기준이 있다. 그럼에도 부덕한 인사의 대명사로 지역은 고사하고 미주 한인사회에서까지 지탄을 받는 인사가 평통위원 명단에 버젓이 올라있다.

법원으로부터 폭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인사의 이름도 보인다. 어디 그뿐인가?
기준에는 지역 사회를 장기간 떠나 있는 인사의 경우도 인선에서 배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모 인사는 MB정권 출범이후 현재까지 MB의 후광(?)으로 모 카지노의 고문직책을 얻어 한국에 장기 체류 중이다. 물론 가족들은 현재까지도 미국에 거주중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당사자인 그는 직장은 물론 거주지까지도 한국이다. 평통 사무처가 내세운 기준이라면 당연히 탈락이다. 그런데도 애틀랜타 협의회에 위원으로 명단에 이름이 버젓이 올라있다. MB정권과 가까운 인사이기 때문에 기준 따위는 무시되어도 괜찮다는 것인지...

평통 사무처가 기준을 내세운 이유는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말도 탈도 많은 평통의 위상을 쇄신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을 임명하기 위한 속셈 말이다.

사실 위원들을 진정한 평화통일을 위한 자문위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코드를 불문하고 각계각층의 인사들로 임명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측, 좌측의 소리도 또 보수, 진보의 목소리까지 모두 경청하는 것이 당연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모습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 15기 평통에서는 진보적인 인사들을 철저하게 배제시켰다는 것이 벌써부터 미주 한인사회에서 나도는 여론이고 보면...

여하튼 지키지도 못할 선정 기준을 만든 평통 사무처도 문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돈을 주고라도 평통 감투를 써보겠다고 나서는 한심스러운 인물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이런 판국이니 시즌만 도래하면 평통 감투 장사 길에 나서는 브로커들이 미주 한인사회 곳곳에서 활개를 쳐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