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구 / 해외교포문제연구소 소장 ]


2000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세계한인회장대회가 오는 6월14일 서울에서 열린다. 거주국 내 한인사회 발전을 위한 역량 결집과 모국과의 유대 증진을 도모하고, 전 세계 한인회간 상호 교류 및 한인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간다면 비슷한 취지로 1987년 발족한 재일민단과 미주총연이 주축이 된 ‘해외한민족대표자협의회(이하 ‘협의회’)’와도 무관하지 않다. 어찌되었든 내외동포의 하나 됨과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한민족공동체 실현에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교포는 모국을 떠나 거주국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다만, 뿌리가 같고 민족정체성을 가진 존재라는 측면에서 모국과의 유대강화를 통해 거주국에서 주류사회 일원으로 살아가며 공동체이상을 실현하는 동포들이다.

우리 세계한인들의 위상과 역할 정립은 유태인과 화교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얼마 전 유태계 미국인의 시민로비단체인 에이펙(AIPAC,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 연례총회가 워싱턴에서 개최됐다. 미국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신의 조직’으로 불리는 유태계 풀뿌리 시민운동조직인 이 단체의 총회에 1만여 명의 회원들이 참여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미국의 정관계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스라엘은 총리가 내각을 이끌고 왔을 정도이다.

에이펙의 힘의 동기는 유태인의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다.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태인 대학살 홀로코스트(Holocaust)에 대한 철저한 자각이다. 이런 인식위에 철저한 유태인만의 정체성을 되새긴다. 그러나 이들은 ‘이스라엘을 위하여’라기 보다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 궁리하고 결정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점이 미국으로 하여금 이스라엘을 돕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에이펙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한인회에 대해 재론할 것도 없지만, 혹여 한인회장대회를 통해서 한국정부의 ‘전략적 교포정책’과 한인회장들의 ‘전략적 리더십’이 통찰되고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것이다.

외면당하기 쉬운 소수계의 커뮤니티인 한인회가 거주국에서 정치력신장을 이루고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한인지도자들의 철저한 자기반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매년 반복되는 구호만 거창하고 표어만 남발되는 대회가 되지 않도록 참가하는 한인회장 스스로의 다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들을 지원하고 바라보는 한국정부의 전략적 교포정책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인회가 신뢰받지 못한 이유는 한인회장들이 제 역할을 못한 것이 첫 번째 이유일 것이고, 이를 방치하는 한인사회의 취약성 때문일 것이다. 여하튼 한인회장들의 리더십이 요청되는 시점에 이번 한인회장대회가 한인회장들의 각성과 눈물겨운 각오를 다지는 진정성 있는 대회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