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컬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연)가 부정선거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 후보를 돕자며 모금운동까지 펼치는 모습이다. 또 한편에서는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서는 회원들의 모습도 보인다. 전직 총회장인 이민휘 씨는 회원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한원섭씨를 선거관리위원장에 추천한 장본인이라고 주장하며 제기되고 있는 부정선거를 둘러싼 의혹을 끝까지 밝히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사실 이번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과정에 입김을 행사한 사람들은 김재권 후보 측 지지자가 아닌 유진철 후보자를 앞장서 지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자신들이 추천해 남문기 회장에 의해 임명된 선거관리위원들이 김재권 후보자를 위해 편파적으로 선거관리를 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유 후보를 지지한 동부의 모 인사는 이번 선거관리위원들이 모두 자신들의 편이라고 공공연히 자랑까지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추천해 임명된 선거관리위원들에 의해 부정선거가 저질러졌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모습은 하나같이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를 앞세우며 자신들의 주장만을 앞세우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이민휘 전 회장은 역대 총연 선거에서 50표 정도에서 당락이 갈리기 마련인데 이번 경우에는 105표차이라는 믿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우선 과거 선거에서는 등록 유권자가 600명 정도에 불과했고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의 숫자도 500명 남짓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는 등록 유권자가 과거에 비해 갑절에 가까운 1134명에 달했다. 또 선거에 참여한 회원의 숫자도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900명이 넘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양 후보 간 선거운동이 치열했다는 반증이다. 총연 역사상 표차이가 105표라는 사실만 놓고는 기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모든 여건과 상황을 고려하면 별로 놀랄 일도 아니라는 말이다.

여하튼 미주총연 선거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첫째는 회원들의 의식 수준이다. 미주총연 회장 선거가 벌어지면 전. 현직 회장들 사이에서 나도는 말이 있다. “유 후보가 등록(회비대납)을 안 시켜 주면 김 후보가 등록을 해줄 것이고 김 후보가 아니면 유 후보가 해줄 것”이라고 말이다.

이번 선거과정에서도 등록된 유권자 숫자는 1134명에 달한다. 하지만 선거가 시작되기 전 미주총연 사무처에 회비를 자진 납부한 정회원의 숫자는 160명이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천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양 후보 측에서 건네준 돈으로 회비를 납부하고 회원등록을 마친 것이 이번 선거의 실상이다.

또 시카고 총 회장에 모인 300여명의 회원 중 자비로 항공료를 지불한 회원은 몇 명이나 될까?
오죽하면 미주총연 선거를 일컬어 ‘돈 판 선거’라고 하겠는가.

미주총연 회칙에 의하면 ‘당선을 목적으로 대리 등록 그리고 회원들에게 항공권 제공을 비롯한 향응을 제공하면 당선 무효까지 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리 등록은 미주총연의 관행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이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는 인사가 상당수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미주총연의 전직 회장들까지 이런 식의 궤변을 앞세우며 억지 주장을 펼치는 판국이니 선거관리위원들조차 어쩔 수 없다는 소리들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문제는 이런 식의 궤변과 선거운동과정에서 정관에 위배되는 온갖 부정행위를 자행한 인물들이 전면에서 목청을 돋우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정선거를 입에 담을 자격조차 없는 인물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모습을 어찌 해석해야 할지...

사실 그동안 미주총연 선거는 부정으로 시작해 부정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양 후보 모두가 부정이라는 단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다.

두 번째는 미주총연이 갖고 있는 선거제도상의 모순이다.
‘부재자투표’가 미주총연 선거에 도입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취지인즉 그럴 듯 했다. 후보자의 선거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는 발상에서 도입한 제도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부재자투표가 또 다른 부정선거를 양산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지난 두 번의 부재자투표 선거 중 대리투표는 물론 지지자들이 앞장서 투표용지와 금전을 맞바꾸는 행위는 미주총연 내부에서 비밀이 아닌 비밀이었다.(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