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이하 미주총연)가 이번 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유진철 후보 측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로 난장판이 되고 있다.

모 여성 회장은 상대 지지자를 향해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부어 이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은 모두가 눈살을 찌푸렸다는 후문이다. 사실 이번 선거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당사자인 유 후보보다는 선거과정에서 그를 지지했던 인사들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이민휘 전 미주총연 회장을 꼽고 있다.

선관위의 당선 선포와 당선증이 교부된 직후 이 회장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신이 작성한 선거인 분석 현황자료를 들고 ‘이렇게 유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가 많았는데 어떻게 105표라는 엄청난 표 차이로 패배 할 수 있느냐?”며 흥분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이 회장의 모습을 지켜보던 어느 회원은 “그 사람들이 유 후보를 찍었다고 어떻게 확신 할 수가 있느냐?”고 되묻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민휘 회장이 재미대한체육회 회장에 출마했을 당시의 일이다. 댈러스에서 열린 선거에 이민휘, 김용길, 배시영 씨가 출마했다. 당시 이 회장은 재미대한체육회 대의원 30여명의 추천을 받았다며 당선을 자신했다. 그러나 뚜껑이 열린 1차 투표에서 이민휘 씨가 얻은 표는 7표에 불과했다. 3명의 후보자중 꼴찌를 해 1차 투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선거전에는 30여명이 이민휘 씨를 지지했지만 정작 그에게 표를 던진 대의원은 7명에 불과했다는 말이다. 이미 유권자의 표심이 겉과 속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선거에서 경험한 바가 있는 이민휘 씨가 아닌가?

그런데도 너무나 오랜 세월이 흘렀기 때문인지 과거지사는 망각한 것처럼 보인다. 이번 시카고에서 치러진 총회장 선거에서 자신이 작성한 분석표를 앞세우고 질수가 없는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흥분하고 있는 이유가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모습은 이민휘 씨 스스로가 미주총연이라는 단체에서 차지하고 있는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우선 이민휘 씨는 현재 미주총연에서 전직 총회장이자 상임고문 그리고 중재위원회의 위원장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미주총연의 원로이다. 또 중재위원회는 선거과정에서 분규를 중재해야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중재위원들은 선거운동에 개입할 수 없다고 미주총연의 정관은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 운동 과정에서 유 후보를 위해 가장 선거운동을 열심히 해온 사람이 이민휘 씨이다.

뿐만 아니라 당선자 발표 이후에도 앞장서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시하며 유 후보에게 법정 소송을 권유한 사람도 이민휘 씨라는 것이 현장을 지켜본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미주총연의 원로 그리고 중재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후보자간의 다툼과 시비를 중재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민휘 씨라는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히려 앞장서 시비를 부추기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으니...

선관위의 중립성을 문제 삼기에 앞서 중재위원장인 자신의 모습부터 되돌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니 말이다.

여하튼 유 후보 측은 현재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미주총연 선거가 시작부터가 부정이다. 때문에 미주총연 선거의 본질 자체가 부정이라는 사실은 미주총연의 관계자 모두가 알고 있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부정을 합창해 대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모두가 그동안 앞장서 부정을 자행한 인물들이 아닌가?
등록 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하며 앞장서 대리 등록을 자행한 사람들이다. 또 시카고행 비행기 표를 회원들에게 제공 내지는 알선한 사람들이 아닌가 말이다. 더구나 부정선거가 미주총연 회장 선거에서는 일종의 관행으로 자리 잡은 지도 이 십여 년 이상 되었다. 대리 등록을 문제 삼자 자신이 미주총연 회장이 되는 과정에서도 있었던 일이라며 관행을 주장한 사람이 이번에는 부정을 노래하고 있으니 안타깝다는 말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일까?

여하튼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소리가 들린다. 너도 죽고 나도 죽고 미주총연이라는 단체까지도 죽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가서는 안 될 길이다. 유 후보의 입장에서는 승산은 고사하고 얻을게 없는 싸움이 될 것이 뻔 하니 말이다.

미주총연 회장이라는 감투는 봉사 직에 불과하다. 그런데 미주총연 감투를 둘러싸고 당사자도 아닌 주변인물들이 앞장서 사생결단식의 이전투구를 펼치는 까닭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