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미주한인회총연합회(회장 남문기, 이하 미주총연) 회장 선거가 막을 내렸다.
시카고 지난 28일 노스브룩힐튼호텔에서 실시된 선거에서 김재권 후보가 유진철 후보를 105표라는 큰 표 차로 승리를 차지하며 제24대 미주총연 회장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유진철 후보가 불복을 선언하며 법정 제소를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주총연의 그동안 선거 결과를 두고 현장에서 후보자 자신이 불복을 선언 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미주총연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유 후보 측이 불복을 선언하며 법정 제소를 주장하는 배경은 부재자 투표 과정에서의 우편투표 발송지와 유권자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 후보 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부재자 투표지를 담은 우편물 중 주소지가 동일인의 필체로 보이는 겉봉투가 상당수 발견됨. △겉봉에 찍힌 우체국 소인과 동일 지역에 거주하는 회원의 수가 일치하지 않음. △부재자 투표지를 받지 못한 회원이 투표에 참가한 사례가 발견됨. △회원의 거주 지역이 아닌 타주의 우체국 소인이 찍힌 사례가 있음. △모 회원의 경우 그동안 한국에 체류 중 임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들이다.

과연 이상에서 열거한 이유로 법원이 유 후보 측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선 이번 선거를 책임진 한원섭 선거관리위원장조차도 그들의 주장에 동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부정 선거와 관련된 모든 의혹은 단지 그들의 주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위원장의 주장을 요약하면, △부재자 투표지는 현재 그들이 주장하는 봉투가 아닌 이중으로 되어 있는 또 다른 봉투 내에 담겨 있었다. △개표 절차는 비밀 투표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우선 투표지를 담은 또 다른 봉투부터 분리한 후 내재된 봉투를 개봉해 투표지를 확인하는 절차로 진행되었다. △겉봉투와 부재자 투표지가 담긴 봉투를 분리한 이후에는 주소지가 담긴 겉봉투는 폐기하기로 양측 참관인이 사전 합의 했다. 따라서 선관위는 겉봉투를 담은 상자를 호텔 측에 맡기고 폐기를 부탁했다. 그러나 일부 유 후보 측 지지자들이 호텔 측에 페기를 부탁한 봉투를 갖고 현재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문제는 발송용 봉투에 회원 주소가 기입되지 않은 봉투의 수가 100장 이상으로 상당수에 달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재 그들이 증거라고 내밀고 있는 각종 의혹은 충분히 조작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실 많은 법조인들의 의견도 한원섭 위원장의 주장과 일치하고 있다. 유 후보 측이 주장하는 의혹을 두고 양편의 주장을 살펴보면 한 위원장의 주장에 무게가 더해지는 것은 뻔한 이치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 후보 측이 의혹을 주장하며 흔들어대고 있는 겉봉에 들어있던 투표지가 과연 ‘김재권 후보에게 기표 되었다는 것과 그것 때문에 유 후보가 낙선을 했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증명해야 할 텐데 과연 그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의견이다.

유 후보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겠지만 법정에서 승소 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 법조인들의 조언이고 보면...

여하튼 이날 회의장에 경찰이 두 번씩이나 출동을 했다. 첫 번째로 경찰을 부른 것은 유 후보의 선거 운동에 앞장선 김 모 회장이다. 문제는 당시에 경찰을 부를 만한 소란도 없었기 때문에 한 위원장을 비롯한 많은 참석자들은 의아해 했다. 유 후보를 지지하는 모 회원이 FBI에 불법 선거와 관련된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엉뚱한 소리를 해대며 고성을 지른 사실은 있었지만 말이다.

경찰을 호출한 당사자인 김 모 회장은 부정선거 의혹 때문이었다고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선거와 관련된 의혹이 있다면 당연히 경찰이 아닌 선관위에 어필을 해야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상식인데, 소위 변호사라는 사람이 그런 것을 무시하고 경찰을 불렀다는 자체는 이미 설득력을 잃은 처사임에 틀림없다.

두 번째 경찰을 부른 것은 호텔 측이다. 당시 상황은 이미 김재권 측 지지자들은 현장을 떠난 상태였다고 한다. 남은 인사들의 대부분이 유 후보 측 지지자들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은 호텔 안팎으로 진을 치고 비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워대며 김 후보 지지자가 지나가면 그들을 향해 온갖 욕설을 퍼붓는 등 몰상식한 행동을 연출하며 소란을 피워 어쩔 수 없이 호텔 측이 경찰을 호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장 경선에 나선 후보자보다 선거 운동에 나섰던 인사들이 왜 더 아우성들 일까?
우선 지난 10여 년 동안 미주총연의 선거를 돈 판 선거로 만든 주범은 서부의 L모 회장과 동부의 C모 회장이다. 미주총연 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의 낙점이 필수조건중 하나라고 할 정도라는 말이 나돌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의 선거 운동 방법은 간단하다. 후보자의 돈으로 자신들이 구축한 지역의 조직원들을 통해 회비 대납이라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미주총연 선거가 민주평통 위원 선발 시기와 맞물린다는 사실을 이용해 평통 감투를 당근처럼 흔들어 댄다.

이번 미주총연 선거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평통 감투라는 당근을 들고 미주총연 회원들을 회유했다는 사실을 한국의 평통 사무처는 알고 있는지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여하튼 회비 대납 그리고 유권자에 대한 향응 제공을 미주총연은 부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매번 선거 때마다 앞장서며 킹 메이커를 자처하는 동부와 서부에 포진한 선거꾼(?)들의 생각은 다르다. 자신이 미주총연 회장에 당선되는 과정에서도 회비 대납을 했다며 미주총연 선거의 관례를 주장하고 합법이라는 억지 주장을 앞세우는 판국이다. 한마디로 그동안 미주총연 선거의 모습은 시작부터 부정으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온갖 부정을 자행하며 미주총연을 좌지우지하던 인물들이 아닌가? 또 24대 선거를 관리한 선거관리위원들 7명의 구성 자체가 서부의 L모 회장과 동부의 C모 회장이 추천한 그들의 측근인사들로 구성되었다.

“선관 위원장이 자신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모습으로 선거관리를 공명정대하게 처리했다는 것이 과연 비난받을 일입니까?” 한원섭 위원장의 말이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