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주한인상공인총연합회(이하 미주한상총연)가 지난 21일 시카고에서 정기 총회 겸 이사회를 개최해 이정형 수석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한다.

이정형호의 출범으로 그동안 불거진 미주한상총연의 내홍이 봉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히려 또 다른 분란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함께 찍은 사진 속의 모습을 살펴보면 34명에 불과하다. 얼마 전 있었던 제명파동의 후유증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회의에 참석한 사람의 숫자에 비례해 단체의 모습이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외적으로는 자칭 20만 미주 한인상공인들을 대표한다는 단체로서의 위상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의문을 표하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대구 세계한상대회에서 열렸던 이사회의 정족수를 문제 삼아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이다. 문제는 이번 행사에 모인 숫자가 한상대회 당시 이사회에 모인 숫자보다 적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 겸 이사회라는 간판을 내걸고 차기 회장까지 선출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글쎄올시다’라는 생각이다.

우선 모든 단체에서 운영의 기본은 정관을 따라야 한다는 것은 최소한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미주한상총연이라는 단체에서 정관이란 항시 지켜야할 규정이 아닌 필요할 때만 꺼내 쓰는 장식품 정도로 취급되고 있는 모양이다.

미주한상총연은 지난 대구 세계한상대회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리처드 조를 선관관리위원장으로 선출했지만 이후 성원미달을 이유로 원천 무효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처드 조가 선관관리위원장으로 권한을 행사했다는 것이 그에 대한 제명 사유이다.

권석대 씨의 경우는 또 어떤가?
원천무효가 된 이사회에서 선출된 리처드 조가 공시한 차기 회장 공고에 응해 차기 회장에 선출 되었다는 것이 죄명이다.

이흥재 수석부회장의 경우는 더욱 황당하다. 라스베이거스 임시총회 석상에서 권석대와 리처드 조에 대한 제명 건에 대한 항의 과정에서 소란을 피웠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제명을 했다니 말이다. 엿장수 맘대로 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을 듯싶다.

제명당한 세 사람은 평회원도 아닌 단체의 주요 인사들이 아닌가?
제명이라는 극단 조치를 두고 최소한 그들의 소명 정도는 들어보는 것이 원칙이다.
또 리처드 조를 선출했던 대구 세계한상대회에서 열렸던 이사회가 정족수 미달로 원천 무효라면 당연히 애틀랜타에서 열렸던 이사회에서 새로운 선관위원장을 선출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임시이사회에서는 새로운 선관위원장을 선출하지 않았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이사회 참석인원보다도 적은 20여명이 모여 임시총회라는 명분을 내걸고 ‘선거관리위원장 대신 차기 회장 선출에 관한 권한을 전직 회장들에게 위임한다.’고 결정했다.

총회는 최고의결기구이고 또 정관상 총회 성원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자신들 결정에 아무런 하자도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실 관계자들의 이 같은 억지에 이유가 있기는 하다.

정관에 의하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회비를 납부한 정회원에게만 주어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회비를 납부한 회원이 몇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의무는 뒷전이고 권리만 주장하는 자신들의 모습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정상이건만 생각해 낸다는 것이 선관위를 통한 정상적인 회장 선거보다는 전직 회장들에게 전권 위임이라는 꼼수이고 보면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여하튼 이번 차기 회장직에 도전한 사람은 3명이었다. 권석대 씨 제명에 적극 앞장서 가담한 자도 포함되어 있다. 전직 회장들로 구성된 8인 위원회는 이들 중 이정형 수석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점지했다.
더욱 웃기는 것은 이들이 내건 차기 회장의 조건이다. 공탁금 2만 달러 그리고 회장 회비 1만 달러 납부가 차기 회장 간택의 조건이었다니 말이다.

그동안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 되던 모 입후보자의 경우, 탈락 이유가 전직 회장들이 내건 3만 달러 납입 조건 중 회비 책정은 차기 이사회의 권한이라는 원칙론을 주장했기 때문이라니...

문제는 차기 회장에 대한 낙점 권한을 행사한 전직 회장 중 대부분이 회비 미납자라는 사실이다. 의무는 뒷전이고 권리만 주장하는 사람들이 전면에서 설치다 보니 미주한상총연이 난파선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