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호 / 영산대학교 교수 ]


지난 5년간 일본 전역에서 실시한 일제강점기 한국인 징용노무자의 유골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여, 5월 초 한일 양국이 유골 송환에 관한 협의를 가졌지만 서로의 의견 차이를 확인하고 헤어진 것으로 보도되었다. (동아일보, 2011년 5월 4일) 한국정부가 종래 유텐지(佑天寺) 유골과 같이 일본에서 추도식을 행하고 한국 측에 인도할 것을 요구한데 대해, 일본정부는 유골 송환에 드는 비용의 일부는 부담하겠지만 일본에서의 추도식과 같은 의식은 주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용노무자의 전후처리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정부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한국 측으로서도 공식적인 추도 행사도 없는 가운데 거의 대부분 연고자가 분명치 않은 유골을 가져오는데 대해서는 적극적인 의사를 나타내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정부는 작년 5월 유텐지의 무연고 유골을 송환하는 과정에서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로부터 일왕(天皇)의 공식적 사죄 없이 송환하는데 대한 심한 저항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그때 유족회는 일본의 만행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일로 과거사 문제를 미궁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하며 반대했었다. 또한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에도 무연고 유골을 출생지만을 근거로 하여 한국에 송환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 러시아에서 유골을 수습하는 일본인

지난 2005년부터 2011년 4월까지 일본 전역의 사찰 등에 보관된 것으로 조사된 한국인 민간인 유골은 2천 6백여 위에 달한다. 현재의 상황으로서는 징용노무자의 유골 가운데 연고자가 분명한 것을 선별하여 일본과 한국에서 추도식을 실시하는 형태로 송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식적인 사죄도 없이 한국이 알아서 가지고 가면 일부 비용을 대겠다고 하는 일본 측의 발상은 과거 일본제국의 전시동원에 의한 희생자에 대한 인도적인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일본정부가 일본인 해외 희생자의 유골을 자국으로 송환하는 데에는 적극적인 것처럼, 일본내 외국인 희생자 유골을 송환하는 일에도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일본정부 부처 가운데는 후생노동성이 유골 송환 관련 업무를 담당해 오고 있다. 일본은 연합국에 의한 점령이 끝난 1952년부터 태평양전쟁 격전지를 중심으로 하여 해외 일본인 희생자의 유골을 수습하고 자국으로 송환해 왔다. 공산 국가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자 1991년부터는 과거 소련군에 의해 억류되었다가 사망한 희생자에 대해서도 유골 송환을 시작했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 약 33만 위의 유골을 송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육해군 부대나 민간인 귀환자에 의한 개별적 송환을 포함하면 약 127만 위의 유골이 일본으로 돌아간 것으로 되어 있어, 해외 전쟁 희생자로 추산되는 총 240만 명 가운데 절반 정도의 유골이 송환된 셈이다. 올해 7월에도 인도와 러시아에서 유골을 송환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정부는 현재에도 유골 수습과 송환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소련군에 의해 억류되었다가 사망한 일본인의 유골을 찾아 송환하는 일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사망자에 관한 매장지 정보를 공모하거나 입수하여 직접 발굴을 주도하고 있고 유골을 수습하여 송환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작년까지 옛 소련 관할 지역에서 총 18,794 위의 유골을 송환했으며 몽골 지역에서는 송환 작업이 거의 끝났다고 밝히고 있다. 유골을 유족에게 전달하는 데는 유품 등의 증거물과 함께 유족의 희망에 따라 DNA 감정을 실시하기도 한다. 이때 유족에게는 ‘미귀환자 가족 원호법’에 따라 장제비(葬祭費)와 유골인취 경비를 지급한다.

일본정부는 1963년부터 매년 8월 15일 ‘전국전몰자추도식’을 주최해 오고 있다. 추도의 대상은 군인과 군속을 포함하여 해외에서 사망한 희생자 약 240만 명과 일본 본토 공습과 원폭으로 숨진 일반시민 약 80만 명이다. 추도식은 오전 11시 51분에 시작하며 순서에 따라 정오에 1분간 추도 묵념을 실시한다. 식장에는 일왕 내외, 3부 요인, 정당 대표, 지방공공단체 대표, 사회단체 대표 등이 참석하며, 중앙 및 지방 유족회 등 관계 단체의 대표자와 유족 일부가 정부의 경비 지원을 받아서 참석하고 있다. 또한 일본인 해외 희생자 가운데 무연고 유골은 치도리가후치(千鳥ヶ淵) 묘원에 납골되며 매년 5월 하순에 정부 주최에 의한 배례식(拜禮式)이 열린다.

이와 함께 일본정부는 1976년부터 희생지 위령 방문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주요 격전지 또는 해역, 옛 소련군 억류 희생지 등을 방문하여 희생자들을 기리고자 하는 취지로 매년 방문 희망 유족을 모집하고 총 여비 가운데 3분의 1을 국비로 지원하고 있다. 올해 예산으로도 8월에 10일간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에 15명을 방문하게 하는 것을 비롯하여 외국의 10개 이상 지역을 방문하는데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이오지마(硫黃島) 방문에는 300명 정도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일본정부는 희생자에 대한 위령비를 해외에 세우는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1971년 3월에 이오지마에 ‘전몰자 비“를 세운 것을 필두로 하여, 필리핀,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 러시아, 몽골 등 외국 14개 지역에 위령비를 건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