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집중시킨 지역은 분당이었다. 천당 아래 분당 또는 경기도의 강남이라도 불릴 정도로 한나라당이 강세인 지역이다.

민주당 손학규의 출마 선언은 한마디로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거는 모험이었다. 더구나 한나라당의 강재섭 후보가 부동의 1위로 손학규 후보를 20%정도 앞서고 있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손학규 후보의 당선은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패닉상태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경사가 아닐 수가 없다. 손학규 바람의 여파로 민주당의 지지도까지 함께 상승세를 타고 있으니 말이다. 심지어 여론조사 결과까지도 차기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완패를 예고하고 있으니···

이런 연유인지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박근혜를 향한 각종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이재오, 박근혜 공동 대표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공이 너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 것이 현재 한나라당의 현주소라는 사실을 몰라서 하는 소리일까 싶다. 그러나 뒷전에만 앉아있는 박근혜가 전면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 대세이다.

이 같은 주장들에 대해 박근혜도 화답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순방중인 박근혜는 기자 회견을 통해 내년에 총선도 있고 하니 빠른 시일 내에 정치적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박근혜가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나선다고 해서 이미 한나라당에서 떠난 민심들이 되돌아올까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물론 MB정권에 대한 민심이 바닥을 치고 있으니 이제부터는 올라 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떠나기 시작한 민심을 돌리는 일이 용이한 문제는 아닐 듯싶다.

사실 국정 운영에서 원칙보다는 변칙 그리고 입으로는 공정 사회를 외치며 정작 실상은 측근 챙기기로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던 MB정권에 반해 원칙과 신뢰를 정치적 소신으로 내세우는 박근혜가 구원투수로 나선다면 어느 정도 약발은 받겠지만 그 약효가 얼마나 유효할지도 의문이다. 워낙 변칙과 모사가 판치는 곳이 한국의 정치판이니 말이다.

여하튼 손학규의 부상과 함께 국민들의 관심사는 이미 차기 대선으로 쏠려있다. 언론은 물론 국민들 대부분도 차기 대권 구도는 박근혜와 손학규간의 대결로 굳어지는 것으로 점치고 있다. 만약 박근혜가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상태에서 차기 대선이 양자 간의 대결로 이어진다 해도 박근혜의 승리를 장담 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득보다는 실이 많지 않을까 싶다.

때문에 차기 대선이 박근혜, 손학규 2인구도로 진행된다면 차기 대통령으로는 손학규가 유력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 손학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최대 공격 포인트는 그가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갔다는 철새 정치인에 대한 부분이다. 하지만 철새 정치인 논쟁이 펼쳐진다면 박근혜 역시 자유롭지 못한 처지이다. 그녀도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전력이 있다.

물론 사정이 여의치 못하자 다시 한나라당으로 컴백을 하기는 했지만 그녀가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유가 당시 민주당이 보낸 러브 콜 때문이었다는 세간의 소문대로라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또 이념 논쟁을 펼쳐도 박근혜가 손학규에 비해 별로 유리할 것도 없을 듯 싶다. 김정일과의 만남이 누구의 주선으로 갑자기 이루어졌는가 하는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니 말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30%의 고착 된 그녀의 지지율이 아닐까 싶다. 그녀가 유지하고 있는 30%의 고착된 지지율과 DJ 생전의 지지율에서 공통점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30%이라는 지지율의 실체가 정치인 박근혜가 아닌 연예인에 대한 인기와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을 더욱 그러하다.

사실 그동안 정치인 박근혜는 MB정권과 세종시와 신공항 건설 문제를 두고 각을 세운 것 이외에는 뚜렷하게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힌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그녀가 내뱉는 단편적인 말 한마디에 대해 언론사 나름대로의 의미와 해석까지 곁들여 가며 그녀를 스타로 만들어 왔다. 한마디로 그동안 한국의 언론들이 그려준 박근혜의 모습은 정치인 박근혜의 실상이 아닌 연예인 박근혜에 가까운 모습이었다는 말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는 하지만 과연 현재처럼 고착된 30%의 인기로 청와대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동안 원칙과 신뢰라는 두 단어로 형성된 30%라는 고착된 연예인 같은 인기가 얼마나 정치판에서 통용될 수 있을지가 궁금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