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편집위원 ]


미주한인상공인총연합회(회장 정주현)가 뉴저지 법정에 제소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회장 선출을 둘러싼 시비 때문이다.

리차드 조 씨는 지난해 대구 세계한상대회에서 자신이 차기 회장 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고 한다. 이후 정관에 따라 선거 공고를 했고 회장에 입후보한 권석대 씨가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어 당선공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주상공인총연은 자신과 권석대 회장 선출자 그리고 이흥재 수석부회장을 일방적으로 제명 조치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명예가 심각히 훼손당했기 때문에 부득이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물론 앞으로 진행될 재판 과정에서 법정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소송 당사자들은 서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주상공인총연측은 이들 3인을 제명한 후 오는 5월 시카고 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선거관리위원회의 기능을 포함해 차기 회장에 대한 낙점 권한까지 6인으로 구성된 전직 회장들에게 위임했다고 한다. 회장에 대한 선출 권한을 회원이 아닌 전직 회장들이 행사하는 셈이다.

현재 정병식 이사장, 이정현 수석부회장 그리고 멕시코시티의 김재현 씨가 등록 서류와 공탁금을 전직 회장단에 접수시키고 이들의 낙점(?)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정관 위에 존재하는 전직 회장들의 입김을 미주한인상공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궁금하기 그지없다.

문제는 미주 한인사회에 선거를 둘러싸고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단체가 미주한인상공인총연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역인들의 모임이라는 옥타(OKTA) 뉴욕지회 역시 지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회원을 일방적으로 제명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LA한인회는 회장 선거 때문에 이미 두 동강이 났다. 또 체육인들의 모임인 재미대한체육회 역시 재미한인체육계를 대표하는 회장 선거에 따른 후유증으로 인해 20여년 가까운 세월을 서로 불화와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심지어 금년에는 청소년들의 축제인 차기 미주한인체육대회의 개최지를 두고 서로가 다르게 공지하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고 체육인들의 감투싸움에 애꿎은 청소년들만 피해를 당하는 셈이다. 한심스럽고 부끄러운 미주 한인단체들의 모습을 어찌 해석해야 할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심한 내분을 겪고 있는 단체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한국정부와 깊은 연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뉴욕지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회원에 대한 일방적인 제명조치로 물의를 빚고 있는 옥타만 해도 그렇다. 이 단체는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단체이다. 그러나 한국정부로부터는 재일민단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고 있는 단체이다.

사실 해외에서 성공한 무역인들의 모임이라고 자랑하는 옥타가 그토록 많은 한국 정부의 지원금(매년 약 30억 원)을 필요로 하는 까닭부터가 궁금스럽다. 돈 많은 기업인들의 모임이라면 오히려 도움을 받기보다는 주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일 테니 말이다.

만약 옥타라는 단체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원금이 없었다면 별 볼일 없는 옥타 지회장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한솥밥을 먹던 회원을 일방적으로 제명하는 일이 벌어졌을까 싶다.

재미대한체육회의 분규 역시 대한 체육회의 과도한 개입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재미대한체육회는 지난 89년 댈러스에 모여 당시 재미대한체육회 회장으로 출마한 김용길, 이민휘, 배시영 3인에 대한 투표를 실시했다.

가장 득표수가 적었던 이민휘 씨는 1차 투표에서 탈락하고 김용길, 배시영 후보에 대한 2차 투표 결과 김용길 씨가 당선되었다. 그럼에도 이민휘 씨는 자신이 탈락한 선거에 한국의 대한체육회를 끌어들였고 또 대한체육회는 재투표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이미 1차 투표에서 탈락한 이민휘 씨가 재미대한체육회 회장에 선출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으며 이후 계속된 분란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체육인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미주상공인총연의 파행 역시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하는 세계한상대회의 운영 위원이라는 감투가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고 보면...

물론 깜도 안 되는 인물들이 나서는 바람에 한인사회가 시끄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는 한국정부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