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미주총연 선거에 후보자 등록을 마친 김재권, 유진철 후보자가 워싱턴에서 토론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 유세에 나섰다.
1,100명이 넘는 전. 현직 회장들이 회비를 납부하고 유권자로 등록을 마쳤다. 역대 선거와는 비교 할 수 없는 엄청난 숫자이다. 물론 과거보다 자발적으로 등록을 마친 회원들의 숫자도 늘어났지만 역시 많은 회원들을 양 후보 측이 대리 등록 한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과거보다 상당히 선거판이 커진 모양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회원들의 미주총연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선거판을 키우기 위한 남문기 미주총연 회장의 의도적인 부추김 때문이라는 것이 미주총연 회원들의 지적이니 말이다.

남문기 회장측은 선거에 앞서 양측에 선거 운동용으로 1,300명이 넘는 미국의 전. 현직 회장들의 명단을 넘겨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마디로 선거를 이용해 보다 많은 회비를 거둬보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미주총연 회장선거의 이 같은 시작 분위기 속에 웃지 못 할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우선 사무처가 발표한 회원 등록 명단을 들여다보면 엄청난 무자격자가 발견할 수 있다. 다행히 선거관리위원회가 40여명에 달하는 무자격 회원들을 솎아내는 후속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말이다.

미주총연 사무처가 정리했어야 할 문제들을 선관위가 떠맡은 꼴이 되었다. 그렇다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메릴랜드 지역에는 미주총연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나 홀로 회장이 이끄는 한인회가 있다. 지난 6년 동안 이사회는 고사하고 임원진조차도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 오직 존재하는 것은 한인회 명칭과 회장뿐이다. 더구나 그 지역에는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한인회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주총연은 문제의 인물에게 자문위원회 부위원장 그리고 윤리위원회 위원이라는 감투까지 씌워주고 있다.

워싱턴 인근 지역 사람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남문기 회장 한사람만 모르고 있었는지 의아스럽다. 그러한 비윤리적 부적격 인사를 윤리위원으로 임명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이번 미주총연 선거 운동을 보면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다. 과거와는 달리 선거 초반부터 한국 정치판 흉내를 내더니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선거의 전초전을 한나라당 대 민주당, 호남 대 비호남, 우파 대 좌파의 싸움으로 몰아갔다.
유 후보를 지지하는 동부의 C모씨 그리고 서부의 L모씨의 발상에서 나온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선거 전략이다. “정동영 의원은 좌파 정치인이며 김재권 후보자와 가까운 사이이다. 때문에 김재권 후보도 좌파이다. 또 미주한인 사회에서 친북인사로 분류되는 S모씨가 김재권 회장을 지지하고 있으니 김재권 후보자 역시 친북인사”라는 논리이다.

또 김 후보가 호남인이니 호남 대 비호남의 구도로 선거를 몰아가는 것이 비호남인의 숫자가 많은 미주총연의 현실을 고려할 때 유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소리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지나가던 개도 웃을만한 논리적 비약이 아닌가 싶다.

우선 유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은 물론 서부 지역에서 유 후보의 선거 운동을 적극 도와주는 J모씨도 호남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친북인사로 분류되는 또 다른 S씨는 유 후보의 적극 지지자라는 사실이 우리를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미주총연 선거에서 이와 같은 네거티브 전략이 판치다 보니 웃지 못 할 현상이 계속 빚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일례로 미주총연의 회원이 아닌데도 남문기 회장의 사무실에서 선거에 관여하고 있는 ‘프랭크 박’이라는 사람의 활약상(?)을 들 수 있다. 박 씨는 선거 초반 유진철 후보에 대한 뒷조사를 펼치며 알게 된 정보를 바탕으로 유 후보를 압박했다. 그런데 유 후보 측이 법적 조치를 거론하자 요즈음에는 공격의 화살을 김 후보 측으로 겨누고 있다. 검찰에 고발을 하겠다는 식의 협박은 물론 미주총연 회원들에게 이 메일을 보내며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총연 회원도 아닌 사람이 양 후보자의 자격을 거론하는 자체부터가 어불성설이지만 이 메일로 물의를 빚으며 전직 회장(이민휘)을 추켜세우기까지 한다. 그는 그 이유로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듯 미주총연의 회원도 아닌 사람이 미주총연의 선거 분위기를 분탕질을 쳐대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광경이 펼쳐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팔짱만 낀 채 수수방관하고 있는 미주총연(회장)의 태도에 있다는 생각이다.

혹 선거판 자체가 깨지기를 바라는 것이 남 회장의 속셈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