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만열 / 전 국사편찬위원장 ]

▲ 이만열, ⓒ기김진호

한국군 청해부대는 지난 1월 21일 ‘소말리아 해적’을 제압하기 위해 ‘아덴만 여명작전’을 감행했다. 그날 오후 이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TV생중계로 긴급대통령 담화를 발표, 작전을 수행한 군을 치하하고 협조한 우방에 감사했다. 그걸 발표하던 대통령의 자세에는 그 전 연평도사건을 통해 움츠러 들었던 모습은 볼 수 없었고 자신감만 보였다. 빈정거리는 사람들은 대통령 담화를 두고 이런저런 구설을 내뱉기도 했다. 이때 세계 몇 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은 기껏 ‘해적’ 십여 명을 제압함으로 ‘상징조작’에 성공했다!

그 후 국민들은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을 향한 안타까운 심정을 금치 못했고 지극 정성으로 그의 회복을 기원했다. 그가 의식을 회복했을 때 언론들은 다시 영웅 만들기에 나섰다. 덕분에 석 선장의 몸에서 나왔다는 ‘바닥을 스쳐 튀어 올랐다는 유탄들’에 대한 의구심은 싹 지워져 버렸다. 선장의 생명을 위협한 총탄은 ‘해적들’의 소행에 의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귀결되고 말았다.

MB 정권의 치적 몇 호에 해당하는 이 사건을 떠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해적들의 국가’로 각인된 소말리아를 우리가 성찰할 대상으로 올려놓아 보자는 뜻에서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인구의 99%가 무슬림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말리아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거기에다 몇 차례에 걸쳐 한국의 선박을 납치하여 이 대명천지에 ‘해적의 국가’로 낙인찍힌 그 나라를 다시 생각하다니, 이 또한 냉철한 이성을 가진 이들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생각해야 한다. 한국인이니까 생각해야 하고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니까 더 생각해야 한다. 소말리아의 오늘이 바로 강대국이 남긴 비극적 산물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강대국의 식민지로 같은 고통을 겪은 우리는 거기에 연민의 정을 느껴야 한다. 작년 한국의 국권 강탈 60주년을 맞으면서 필자는 그 식민지의 상처를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요지는 강대국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복수나 원한으로 묵히는 대신 이제 그것을 승화하여 우리와 같은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가 눈물을 닦아 주고 그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러 자료를 종합해 보면 소말리아의 사정은 이렇다. ‘아프리카의 뿔’로 알려진 소말리아는 고대에 이집트, 페니키아, 미케네 등과 함께 인도, 그리스, 로마와도 교역하며 수백 년간 동아프리카의 중개무역을 장악했고, 이슬람이 발흥하자 아랍 상인들의 영향을 받아 점차 무슬림화했다. 19세기 말 제국주의의 침략 앞에서 나름대로 독립을 지켰고 제1차 세계대전 중에도 아프리카에서 유일한 독립국가로 남아 있었다. 그 뒤 영국과 이탈리아의 침입으로 점령당했다가 1960년에 두 식민지역을 통합하여 소말리아 민주 공화국으로 독립했다. 1969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바레는 처음엔 소련에 기대어 사회주의 노선을 추구했고, 1980년대에는 미국과 손을 잡는 등 곡예를 부리며 22년간 독재정치를 감행했다. 그러는 동안 반정부 저항세력이 양산되었다. 1991년 아이디드가 바레 정권을 뒤엎었지만 권력 다툼이 내전 양상으로 발전, 소말리아는 무정부 상태로 내몰렸다.

인도양과 홍해의 군사적 요충지로 활용도가 높은 소말리아는 일찍부터 소련과 미국이 눈독을 들였다. 먼저 소련이 내전에 시달리던 바레 정권에 막대한 양의 무기를 공급하면서 사회주의 기지를 건설하려 했고, 이어서 미국 또한 경쟁적으로 막대한 무기를 공급했다. 소련과 미국이 공급한 무기는 결국 내전을 심화하는 온상이 되었다. 여기에다 알 카에다가 이곳에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내전 양상은 국제적으로 뒤엉켰다. 1991년 쿠테타 후 내전 상태가 심화되자 이듬해 유엔은 PKO(유엔평화유지활동군)을 파견, 치안을 회복했다. 그 뒤 미 해병대의 철수와 치안 상황의 악화, 미국의 ‘블랙호크다운’ 사건 실패 등으로 상황이 악화되다가 1996년 아이디드마저 암살당하자 소말리아는 걷잡을 수 없는 무정부 상태의 내전으로 돌입했다.

소말리아의 비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여러 군벌로 나뉘어 내전에 열중하는 동안 소말리아 영해는 다른 나라의 불법 어장으로 변해 갔다. 외국 어선들은 소말리아 어장에서 닥치는 대로 고기를 잡아갔고 자국의 쓰레기를 내버렸으며 심지어는 핵폐기물까지 버려 바다를 아예 죽여 버렸다. 가련한 어부들은 정부가 지켜 주지 못하는 바다를 지키려고 무장하기 시작했다. 소말리아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것이 오늘날 ‘소말리아 해적’의 출발이라고 지적한다.

이 글의 목적은 결단코 공해상까지 진출한 ‘소말리아 해적’을 두둔하는 데에 있지 않다. 누가 그런 해적의 행위를 옹호하겠는가. 그럼에도 21세기 문명 세계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놓는 해적의 출몰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도 세계에서 최빈국 중 하나인 소말리아가 ‘생계형 해적’을 자행하는 것은 세계인들이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그 나라의 국민과 독재자들의 책임 못지않게 소말리아의 지정학적 위치에 눈독들인 세계 강대국의 경쟁적 탐욕이 그런 비극적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결국 ‘소말리아 해적’은 20세기 침략적 제국주의와 탐욕적 이념 투쟁이 남겨놓은 파생 상품이다.

일찍이 소말리아의 비극과 가난에 주목한 인도주의자들이 있었다. 오드리 헵번은 그의 마지막 해를 그곳에서 보내며 가난을 구제한 덕분에 청순한 아름다움 이상으로 영성의 아름다움을 남겼다. 우리나라의 국민배우 김혜자도 한때 그곳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벌였고, 한국군도 1993년 유엔 PKO로 파견된 적이 있다. 이런 소말리아를 두고, 만에 하나 연평도사건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상징조작의 기회로 삼으려 했다면, 이건 시쳇말로 ‘쪽팔리는’ 짓이 아닌가!

이제 복음주의자들은 ‘소말리아 해적’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 청해부대의 작전성공에 박수치고 석 선장의 쾌유에 마냥 기뻐하는 것 못지않게 고민해야 한다. 시야를 넓혀 그들의 처지와 고통에 연민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여 한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소말리아 해적’이나 그 가족들을 도울 수는 없을까. 죽음의 땅으로 변한 소말리아 민중의 눈물을 씻겨 주고 그들의 고난에 동참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없을까. 다른 나라는 몰라도 한때 제국주의 침략의 희생자였던 우리는, 현재 소말리아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눈물이 당시 우리 민족이 뼈저리게 경험한 그 고난과 다름이 없다면, 그 ‘해적국가’를 향해 최소한의 동정과 지원을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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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소말리아 상황을 웅변해주는 외국 기자의 체험담과 지구촌의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생각게 하는 시를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의미로 소개하는 글입니다.- 편집자 주)

<잭 캘리라는 한 신문기자가 소말리아의 비극을 취재하다가 겪은 체험담>

 

기자 일행이 수도 모가디슈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그때는 기근이 극심한 때였습니다. 기자가 한 마을에 들어갔을 때,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어 있었습니다.

그 기자는 한 작은 소년을 발견했습니다. 소년은 온몸이 벌레에 물려 있었고, 영양실조에 걸려 배가 불룩했습니다. 머리카락은 빨갛게 변해 있었으며, 피부는 한 백살이나 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마침 일행 중의 한 사진기자가 과일 하나 갖고 있어서 소년에게 주었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너무 허약해서 그것을 들고 있을 힘이 없었습니다. 기자는 그것을 반으로 잘라서 소년에게 주었습니다.
소년은 그것을 받아들고는 고맙다는 눈짓을 하더니 마을을 향해 걸어 갔습니다. 기자 일행이 소년의 뒤를 따라갔지만, 소년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소년이 마을에 들어섰을 때, 이미 죽은 것처럼 보이는 한 작은 아이가 땅바닥에 누워 있었습니다. 아이의 눈은 완전히 감겨 있었습니다.

이 작은 아이는 소년의 동생이었습니다. 형은 자신의 동생 곁에 무릎을 꿇더니 손에 쥐고 있던 과일을 한 입 베어서는 그것을 씹었습니다. 그리고는 동생의 입을 벌리고는 그것을 입 안에 넣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자기 동생의 턱을 잡고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하면서 동생이 씹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기자 일행은 그 소년이 자기 동생을 위해 보름 동안이나 그렇게 해온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 뒤 결국 소년은 영양실조로 죽었습니다. 그러나 소년의 동생은 끝내 살아남았습니다.

<Imagine>

written by Lennon

Imagine there's no heaven
It's easy if you try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Nothing to kill or die for
And no religion too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Imagine no possesions
I wonder if you can
No need for greed or hunger
A brothergood of man
Imagine all the peopleSharing all the world...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

천국이란 없다고 상상하자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옥도 없다고
우리 위에는 하늘이 있을 뿐
그 밑에서 우리 모두가
오늘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나라가 없다고 상상하자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죽일 것도 죽을 것도 없다
그리고 종교도 없다고
단지, 인간들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나를 몽상가라 부른다 해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다
언젠가 당신도 깨닫게 되리
그러면 세계는 하나가 될 텐데

소유란 없다고 상상하자
당신에게 가능한 일일까
욕심을 부릴 필요도 굶주릴 필요도 없다
인간은 모두 형제라고
모두가 나누어 갖고
도와주는 것이라고...

나를 몽상가라고 말하더라도
나 혼자만이 아니다
어느 날인가 당신도 깨닫게 될
그러면 모두 하나가 되어 살아갈 수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