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03.16 매일경제 <기자24시> / 홍종성 기자(정치부) ]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정확하게 11시간이 지난 11일 정오(미국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부속건물인 아이젠하워 빌딩.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 국민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들어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비통한 목소리로 "미국 국민의 마음은 일본의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으며 그들이 회복하고 재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라고 호소했다. 전 세계에 생중계된 오바마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일본 국민은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다.

이후 프랑스 러시아 등 다른 나라 정상들의 기자회견 장면도 잇따라 NHK, TV도쿄 등 일본 전파를 탔다. 일본 국민은 TV를 통해 "일본은 국가적인 재난에 직면했다. 이웃국가를 돕는 것은 우리의 임무이고 이미 내각에 일본을 돕도록 지시했다"고 말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도 지켜봤다. 러시아가 일본과 남쿠릴열도 영유권 문제로 껄끄러운 관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일본인들에게 큰 위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날 일본 국민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은 없었다.

물론 이 대통령도 간 나오토 총리에게 제일 먼저 위로의 전화를 걸어 애도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정부 성명도 대통령 명의가 아닌 외교부 대변인 명의였다. 서로 필요할 때 가장 가까운 나라라고 강조했던 평소 발언에 비춰보면 한참 부족한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은 평소 외교관을 격식과 의전만 따지면서 국익에 도움이 안 되는 그룹이라며 비판했다.

일본 대지진 사태에서 보여줬던 이 대통령 모습은 그가 비판했던 `문제 있는 외교관`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날 이 대통령의 `일본 지진 외교`는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