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03.10. 경향신문 <시론> / 우수근 중국 상하이 동화대 교수 ]

▲ 우수근 교수

소문이 사실로 밝혀져 말문이 막힌다. 중국 상하이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주재하던 외교관들의 설마했던 ‘추문 스캔들’이 사실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더구나 상하이 현지에서 생활하며,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외교관들과도 알고 지내던 필자의 입장에서는 면구스럽기까지 하다. 이러한 심정은 상하이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나라 꼴이 뭐냐? 창피해서 고개 들 수 없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픈 심정이다”라는 푸념이 이어지는가 하면, 한국에 있는 친척이나 지인들로부터 “너도 남편 관리 잘 해라”는 충고 아닌 충고를 듣고 있다는 아내들의 하소연도 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영사 중에는 ‘세금이 아깝다’고 생각되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해외 공관에는 이와 같은 함량 미달의 외교관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필자는 실제로 십 수년 동안을 여러 나라에서 거주해 왔고, 또 지금도 해외에서 거주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유감스러운 외교관들을 적지 않게 봐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량’ 외교관들의 나라 망신시키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해 해외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느끼고 경험한 바에 의하면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먼저, 외교관 개인의 윤리의식이나 안일하고 구태한 사고가 가장 큰 문제이다. 해외로 나오는 외교관 중에는 보이는 곳에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나 공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분들이 더 많겠지만, ‘확 풀어지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게 봐왔다. 그뿐만 아니라 교민사회에 군림하다시피 하는 권위적 사고와 선민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직도 ‘민(民)’을 두려워하지 않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해외에는 이들의 ‘고삐 풀린’ 행위나 ‘구태한’ 행위들을 질책하거나 감시 및 견제할 수 있는 이렇다 할 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다. 동일한 공관에서 근무한다 해도 파견시키는 ‘친정’이 달라 다른 부처 출신 사람에 대한 관리와 통제 등도 사실상 쉽지 않다. 이와 같이 ‘함께 있지만 따로 노는’ 상황 또한 성실한 외교관들조차 자칫 긴장이 풀리면 ‘관시(關係)’라는 독특한 중국의 관습에 빠져 비리와 부정 등에 연루되기 쉬운 유혹으로 몰아가곤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현행과 같은 해외공관의 존재 양태에도 내재된 문제점은 적지 않다. 해외공관은 해외 자국민의 안전과 권익보호 등에 그 일차적 존재 의의가 있다. 그럼에도 해외공관으로 향한 일반인들의 접근은 사실상 쉽지 않다. 이러한 ‘그들만의 세상’에 대한 감시와 평가 역시 일반 국민들의 손이 전혀 닿지 않는 위치에 놓여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외공관과 그들의 일차적 의무 대상인 현지 한국인들과의 거리는 좁혀지질 않고 있는 것이다.

‘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결국 곪거나 썩기 마련이다. 이번의 국가적 수치는 해외공관이나 외교관에 대한 현재와 같은 관리 및 운영 상태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제 우리는 해외공관과 외교관 등에 대한 관리와 견제, 통제 장치 등의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들의 업무나 운영방식 등에 대한 투명하고 철저한 정보공개나 이들의 감사 및 평가에 대한 해외국민의 참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등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