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구홍 / 해외교포문제연구소 이사장,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


제38~39대(85년~91년) 재일본대한민국민단(재일민단) 단장을 역임한 재일민단 상임고문 박병헌(朴炳憲, 83세, 대성엘텍 명예회장)이 7일 새벽3시 지병으로 별세했다.

고 박병헌 고문은 초등학교 때 일본으로 건너가 주경야독하며 메이지(明治)대학에 입학. 22세 때 6.25전쟁이 발발하자 풍전등화에 직면한 조국을 구한다는 일념으로 혈서를 쓰며 참전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642명의 재일학도의용군 일원으로 참전해 공을 세웠다.

재일민단 창립과 재일동포 사회의 산증인이기도 한 고 박병헌 고문은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의 한국관후원회 사무국장을 맡아 한국을 알리는데 앞장서는 한편, 1987년 31개국 303명의 한인지도자를 모아 해외한민족대표자회의를 개최해 세계한인회장대회로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 1988년 재일민단 단장에 재선된 그는 88서울올림픽 후원회를 결성해 500억 원을 모금 한국정부에 기부하기도 했다.

반세기 가까이 재일민단과 함께한 고 박병헌 고문의 영면소식에 재일교포사회는 큰 슬픔에 잠겨있다. “박병헌 상임고문을 생각지 않은 민단은 생각할 수 없었다”는 재일교포들의 애도의 목소리가 그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고 박 고문은 민단뿐만 아니라 본국에서도 교포와 관련된 일이라면 서슴지 않고 진력을 다해 도와주었다. 또 신한은행 발전을 위해 그가 쏟은 정성 그리고 해외교포문제연구소의 발전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등 많은 부분에서 교포발전에 이바지 했다.

그동안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과의 교분을 통한 모국에 대한 기여와 한국의 언론•문화계 발전에 힘써 온 그는 2007년에 발간한 회고록 '숨 가쁘게 달려온 길을 멈춰서서'처럼 이제 달려온 길을 멈추고 많은 업적과 과제를 후세들에게 남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고 박병헌 상임고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강남구 일원동) 영안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0일(목), 장지는 경남 함양이다.
삼가 고 박병헌 민단 상임고문의 영전에 머리숙여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