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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제로 시대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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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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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2.14. 한국일보 <지평선> / 이유식 논설위원 ]


지난 달 말 스위스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열린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은 '새로운 현실의 공통규범(shared norms for new reality)'이라는 거창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회의 주도권이 유럽과 북미에서 아시아와 남미로 이동하는 '새로운 현실'이 낯설게 다가온 탓이지만, 때마침 발생한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과 이집트의 '로제타 혁명'이 뉴스를 선점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와중에 'G-제로'라는 용어가 혼돈의 세계를 규정하는 개념으로 회자되며 또 하나의 유행어로 등장한 것은 흥미롭다.

■ 짐작하듯이 G-제로는 G7(선진 7개국), G20(주요 20개국), G2(미국과 중국)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말로, 뚜렷한 주도세력이 없는 무극성(non-polar)의 국제질서를 지칭한다. 과거와 달리 특정국가나 그룹의 영향력과 헤게모니가 쇠퇴해 글로벌 정치ㆍ경제 문제를 질서 있게 관리할 리더십이 없다는 것이다. G7은 BRICs에 밀려 힘이 빠졌고 G20은 아직 협력과 신뢰를 뿌리내리지 못했으며 G2 역시 책임과 리더십을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G20의 역할과 한국의 기여를 크게 자랑해온 우리로선 실망스럽지만 이 구도가 세계가 처한 냉정한 현실이다.

■ 'G-제로'의 저작권자는 확실치 않으나 '닥터 둠(Dr. Doom)'으로 불리는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처음 주창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는 지난 해 8월 G20의 한계를 주장하며 '글로벌 거버넌스(협치)'가 없는 G-시대를 예견했으며 다보스포럼에서 다시 G-제로 시대의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미국의 리스크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 역시 G-제로 전도사를 자임하며 논의를 주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이 다보스에서 G-제로를 유행어로 만들었다며"G-제로가 올해 국제사회의 가장 큰 위험"이라고 주장했다.

■ G20에 누구보다 애착을 가진 사공일 무역협회장은 이런 주장이 못마땅한 것 같다. "G20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우리가 뭘 할 수 있느냐"며 브레머 회장과 벌인 언쟁은 한 예다. 그러나 튀니지에서 이집트로 번진 시민혁명의 성격과 파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한 미국을 보고 G-제로 시대를 실감했다는 얘기가 많다. 미국과 중국 등의 영향력을 너무 과소평가한 느낌도 있으나 제3세계 민중이 눈을 뜨면서 기존의 헤게모니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불확실성 시대를 사는 지혜는 어디서 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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