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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와 중동, 유럽의 가교 이집트 기행 (1)
이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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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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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경 /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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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로 국립 박물관

중동 아시아 최대 도시인 이집트의 카이로시 중심가인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찬반 세력들의 충돌로 인해 살상자가 발생했고, 흥분한 민심은 급기야 한국 기자들을 비롯한 외국 기자들에 대한 폭력 사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가 들린다. 게다가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현지 회사의 가동을 중단시키고, 파견되었던 사원들을 모두 철수시키고 있다는 심각한 뉴스가 매일같이 들려온다.

일본에서는 닛산이나 스즈키 등의 59개 기업이, 한국에서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36개 기업이 진출하고 있지만 폭력사태가 심해지는 상황이기에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파견 직원 및 가족들을 철수시키고 있다. 당연히 공장 조업도 중단된 현지 기업과 법인체는 물론, 현지를 대상으로 수출입을 하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기에 경제적 손실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 등 신흥 경제국의 아프리카 투자 경제가 활발한 만큼, 중동 아프리카 최대 도시인 카이로를 비롯한 이집트 각지의 격렬한 시위 사태는 세계 경제는 물론 종교적 문화적 충돌까지 내포하고 있는 탓에 상당히 예민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가 되고 있다.

필자가 이집트 상황에 이토록 민감히 느끼는 것은 이집트가 지중해를 둘러싼 EU, 중동, 아프리카 지역과 연결된 요지 지역이고, 종교적으로도 비교적 이슬람 외의 종교권과의 교류도 가지며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고 있는 곳이라서 과격 이슬람 정권의 태두와 국제 정세에 관심이 있는 것도 있지만, 바로 한 달 전에 카이로와 룩소르, 중동의 시나이 반도의 모세산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카이로를 방문했을 당시도 상당히 삼엄한 분위기였다.

같은 케임브리지대학 방문교수로 와 있던 동료 교수가 마침 한국 근대사는 물론 서양사에 대한 저서도 갖고 있기에 같이 여행을 하게 됐다. 처음엔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이나 남미의 쿠바 쪽의 사적지를 가려고 했으나 연말이라서 그런지 돌아오는 비행기 티켓이 없는 탓에 포기하고, 겨울 날씨지만 지내기 괜찮다는 이점에서 나일 강의 문명을 보려고 북부 아프리카인 이집트 행을 결심했다. 무엇보다도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을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나일강의 살인사건]이 뇌리를 스쳤고, 수많은 신전과 유유히 흐르는 나일 강을 보면서 인류사를 확인해 보려는 의도로 이집트 강행군에 착수했다.
 

   
 

케임브리지에서 이집트 항공을 이용하여 12월 중순에 심야의 카이로에 도착 후, 공항 내에서 이집트 비자를 15달러에 구입하였다. 비자는 여권에 붙이는 스티커였고, 마침 미국의 강연 때 남겨 온 달러를 좀 갖고 있었기에 달러로 구입을 한 뒤, 영국 파운드를 적당히 환전하였다. 우리를 기다린 가이드의 안내로 대기차에 올라서 시내를 달리다 보니 밤의 카이로는 참으로 아름다웠고, 모스크의 불빛이 신비스럽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우리는 카이로 시내와 떨어진 피라미드가 보이는 기자의 메르디안 호텔에 숙박을 하였는데 호텔 입구에 들어서려니 경찰들이 우리들 가방을 공항처럼 검사한다. 약간 살벌한 분위기를 느끼면서 어딘가 썰렁해 보이는 호텔의 풀 사이드를 지나서 여정을 푼 뒤, 그대로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카이로 박물관으로 향했다. 결코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하는 가이드와 더불어 박물관에 들어가니 참으로 웅대한 인류사의 흔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와 각종 유물들, 미이라 등 이집트 각지에서 운반해 온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며 열심히 카이로 대학 영문과 출신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박물관을 바쁘게 돌아 본 뒤차를 타고 나오니 사람들이 모여서 데모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지방 선거 결과가 좋지 않다고 농성을 하는 거라고 한다. 그러나 일부의 정치적 움직임 치고는 카이로 시내 곳곳에는 총을 든 검은색 제복의 경찰들이 너무도 많았던 게 인상적이었다. 카이로에서 묵었던 호텔 뿐 아니라, 신전이 있는 룩소르의 호텔도, 시나이 반도의 샤름 엘 셰이크의 호텔에도 장총을 든 경찰들은 물론 짐 검사대가 어느 호텔이나 다 배치되어 있었기에 호텔 체크인이나 출입할 때 신경이 쓰였다. 마치 외국인 관광객이 공격의 타깃이 되기 쉬우니 신변 안전을 위해서 보호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으로 서 있는 듯한 느낌조차 들었다. 실제로 필자가 이집트에서 영국으로 와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알렉산드리아에서 폭탄 테러가 있었다. 필자가 런던과 케임브리지를 오간 킹스 크로스 역도 몇 년 전에 큰 폭발 테러로 인해 사상자를 냈던 곳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결코 테러 사태가 먼 이국땅의 사건만이 아니기에 긴장감조차 들었다.

카이로에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참으로 버거운 계산을 해야만 했고, 물가가 사람에 따라서 달라지는 터라 가격 협상에 익숙지 않은 필자로서는 참으로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혹 가격표가 있다 하여도 그 가격대로 받는 경우가 드물었기에 솔직히 카이로에서의 움직임에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었다. 게다가 여자들끼리다 보니 전차나 택시를 마음대로 쉽게 탈 수 있는 여건도 되지 못했다. 이집트 여성들의 여권 신장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카이로 시내의 분위기가 외국인, 특히 여성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고(유독 그 시기가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딜 가나 관광객이란 미명하의 바가지요금이 준비되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이집트 전통 옷을 입은 사람들이 카메라로 자신들을 찍어 달라고 하고선, 당연히 돈을 요구하기에 가는 곳 마다 사회 전체의 불경기와 빈부의 차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에는 런던에서 온 신혼여행 커플(나중에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같은 호텔에 머무는 인연이 되었다)과 더불어 기자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러 갔는데, 도중에 낙타를 타고 기념촬영을 하라는 현혹이 많았다. 세도를 누렸던 만큼의 피라미드 크기가 다양한 것을 느끼면서 스핑크스를 돌자니 모래바람과 따가운 햇살이 겨울임에도 피부를 자극하기에 서둘러 본 뒤, 별도로 올드 카이로와 뉴 카이로의 거리를 향했다. 올드 카이로에는 서민층의 불법 주택이 헐리면서 새로운 주택지가 형성되는 건축 붐의 분위기 탓인지 도시 전체에 먼지가 많았고, 길거리의 자그마한 골목 안에도 양들을 키우느라 풀들이 널려 있었다.
 

   
▲ 모하메드 알리 모스크

넓은 나일 강을 건너 먼지 가득한 회색빛 돌산과 전쟁사 기념관을 지나서 산 쪽으로 가다보면 거대한 모하메드 알리 모스크가 나온다. 그 곳에서 보는 카이로 시내는 과연 어마어마한 도시였다. 이국적인 모스크가 각지에 들어 선 카이로와 이슬람의 역사에 취해 있자니 우리를 모스크로 안내한 가이드가 마침 누비안 족의 무슬림(이슬람 신자)이라서 그들의 예배에 대한 의식 등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모스크를 나온 뒤, 시내의 무슬림 대학 근처의 마켓에 갔는데 호객 행위가 심해서 천천히 시장을 둘러보거나 쇼핑을 할 수는 없었다. 파피루스(고대 이집트 종이)나 이집트산 면 옷, 각종 가죽 제품, 향료 등을 많이 팔고 있었지만 모든 가격은 협상이 우선이었고, 같은 제품의 가격도 점포에 따라서 차이가 나기에 시장 통의 혼잡을 피해서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아케이드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시장보다 비교적 비싼 가격 매김이긴 했지만 정가제를 도입하고 있었다. 물론 가격 흥정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격으로 인해서 예민해졌던 부분도 있었기에 정가제의 편리함과 안심감이 새삼 느껴졌다.

   
▲ 피라미드의 라이트 업
그렇게 아무런 일 없었듯이 어둠이 내려앉으니 호텔 건너편의 피라미드를 비추는 불빛이 환상적이었다. 밤은 고요하고 평온한 편이었지만 낮에는 문을 열고 달리는 봉고 버스가 복잡하게 얽혀서 곳곳에 배치된 경찰들의 모습과 교차되면서 시끌벅적한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 곳이 지금은 무바라크 대통령 퇴임을 놓고 100만인 데모를 하고 있다고 하니 카이로 시내의 움직임이 피부로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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