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호 / 영산대학교 교수 ]

어제 2월 4일 다카키 요시아키(高木義明) 문부과학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재일 총련계 조선학교에 대해 수업료 무상화 방침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현 시점에서는 취학지원금 지급 대상 심사를 재개하지 않을 것을 결정하고 그러한 내용을 조선학교 측에 우편과 팩스로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정부가 작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을 계기로 취학지원금 지급 심사를 중지하자 조선학교측은 지난 1월 이에 대한 행정 불복 신청을 제출했다. 지난 2월 1일 도쿄 조선학교 김순언(金順彦) 이사장은 문부과학성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사 절차를 지연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하며 일본정부에 대해 심사 재개를 요구했고 행정소송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본정부로서는 행정절차에 따라 불복 신청 후 20일 이내에(2월 6일까지) 답변을 해야 할 의무가 있어 주말을 앞두고 어제 정책적 입장을 통보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 해 한국과 북한 사이의 군사적 대치 분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일본정부는 조선학교에 대한 취학지원금 지급 문제를 둘러싸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정부가 2009년 중의원 선거 때의 공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일본 전국의 공립 고등학교에 대한 수업료 무상화 및 취학지원금 지급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2010년 4월의 1학기부터 이 법률을 시행 적용하게 되었다. 이때 문부과학성의 시행 규칙에서는 외국인 학교도 취학지원금 지급 대상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선학교를 지원금 지급대상을 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일본의 정치권과 사회단체에서 논란이 제기되었다.

특히 일본인 ‘납치’ 문제와 연동하여 조선학교 지원 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민주당 정부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내부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자민당과 우파 성향의 단체들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와 핵개발 문제가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일본정부가 대북 경제제재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 조선학교의 교육내용에서 여전히 북한 지도자에 대한 개인숭배를 지도하고 있다는 점, 조선학교측이 지원금을 대신 받아서 고교 학생들에게 사용할 지 검증하기 곤란한 점, 등을 들어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공명당, 일본공산당, 사민당 등은 조선학교를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본래 무상화 조치나 취학지원금 지급 조치가 교육을 받을 권리를 사회적으로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시행하는 만큼, 정치적인 이유로 특정의 학교를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북한 혹은 총련과 교류하는 단체들은 물론, 일본고등학교교직원조합, 자유인권협회, 일본기독교협의회, 부락해방동맹 등의 사회단체도 조선학교를 지급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민주당 정부는 내부 검토를 거쳐 작년 11월 5일 문부과학상을 통해 조선학교의 교육내용을 불문하고 지원금 지급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다만 이날 다카키 문부과학상은 만약 중대한 법령 위반 등이 있을 때는 지원 조치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었다고 하며 조건부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이때 일본 민주당 정부가 지원하기로 방침을 결정한 데에는 이 문제가 외교 문제보다는 일본사회의 다양성과 민주성 문제와 보다 깊은 관련을 가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간 다양성 교육의 문제를 둘러싸고 조선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양식 있는 일본 시민단체들이 일본정부에 대해 재고를 촉구해 왔다. 여기에다 유엔의 인권위원회가 지난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일본정부에 대해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조치를 시정하도록 권고해 왔던 것도 일본정부의 지원 방침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된다.

▲ 東京朝鮮中高級學校, http://www.t-korean.ed.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