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회총연합회(이하 미주총연)가 오는 6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남문기 회장의 후임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현재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자는 두 사람이다. 현 미주총연의 이사장 김재권 씨와 동남부 한인회 연합회장을 역임한 유진철 씨. 그동안 재출마 의사를 밝혀온 김병직 씨는 출마포기를 선언했다.

여하튼 미주총연이라는 단체는 자신들이 미주 한인사회를 대표한다는 사실을 틈만 나면 강조한다. 심지어 남문기 회장은 자신을 미주 한인사회의 대통령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미주총연이라는 단체를 미주 한인사회의 대표기관으로 인정하는 미주 한인들은 얼마나 될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들의 모습에 비웃음을 보내는 한인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나 있을까 싶다. 때론 지역 한인회만큼의 역량을 지니지도 못했다는 자조적인 소리가 미주총연의 관계자의 입에서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사실 미주총연이라는 단체가 한인사회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인단체로서의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주총연 선거 때만 되면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단골 공약 메뉴 중 하나가 ‘미주총연의 위상정립’에 관한 것이다.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미주총연이라는 단체가 아직도 위상정립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어찌 해석해야 할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미주총연의 존재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들이 회칙을 통해 주장 하듯 미주 한인들의 권익보호이다. 그런데도 미주총연 관계자들은 권익보호라는 명제를 두고 헷갈리는 모습들이 아닌가 싶다. 미주 한인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활동 대상을 거주국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미국 내 선거 때가 되면 웬일인지 미주총연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연방정부를 대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조차도 의문이다.

미주한인의 날 제정도 미주총연이 아닌 다른 단체가 앞장서 이루어낸 공로이다. 하지만 재외국민참정권 문제에는 마치 사활을 건 모습들이다. 미주총연의 구성원인 전·현직 한인회장들의 대부분이 미국 시민권자들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인지 투표권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앉으면 떠들어 대는 소리가 고작 재외국민참정권 문제이니 하는 소리이다.

워싱턴이 아닌 한국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한국의 정치인들을 만나는 것이 본연의 임무로 착각을 하고 있으니 그들을 바라보는 미주 한인들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사실 이 같은 문제점은 미주총연이라는 조직을 이끄는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우선 언제부터인가 미주총연의 회장이 되기 위한 조건은 능력이나 자질이 아닌 재력이 기준이 된지가 오래이다. 선거에서 누가 더 많은 돈을 뿌려대느냐가 당락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 셈이다.

회원들의 회비는 후보자가 대납하는 것을 그동안 미주총연의 관계자들은 관행처럼 여기고 있다. 투표 장소를 향한 비행기 표 그리고 선거 운동과정에서 향응 제공은 기본이다. 물론 그들이 만든 회칙에 의하면 당연히 이 같은 일을 저지르는 후보자의 경우 회장 당선까지 취소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은 무용지물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이다. 미주총연의 대부로 통하는 전직 회장까지 나서며 관행을 들먹이는 판국이니 말이다.

여하튼 미주총연이 미주 한인사회의 대표 단체가 될 수 있는 길은 간단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거듭 나는 모습을 한인사회에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
우선 선관위는 그동안 관행처럼 자리 잡은 타락 선거를 더 이상은 용납해서 안 될 것이다. 또 한인회원들은 재력보다는 후보자의 능력이나 자질을 회장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실 그동안 미주총연 관계자들의 발길이 워싱턴이 아닌 한국을 향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영어에 대한 구사능력 때문에 주류사회와의 의사소통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라도 미주총연이 미주 한인사회의 대표기관으로 자리 잡아나가기 위해서는 한국이 아닌 워싱턴과의 소통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관계자들은 자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