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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사건과 부끄러운 대한민국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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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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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1.21 한겨레신문  <왜냐면> / 이신욱 모스크바 대학교 정치학 박사 ]


2010년 1월20일 대법원이 1959년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한 죽산 조봉암 선생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은 뒤늦었지만 당시의 사형선고와 집행이 정치탄압에서 비롯된 ‘사법살인’이었음을 고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려 50년 만에 나온 무죄판결은 조그만 위로와 함께 우리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 한다. 이승만 정권이 4·19 혁명으로 인하여 무너졌지만 우리의 양심은 이데올로기라는 족쇄에 의해서 조봉암 선생의 무고한 죽음에 대한 당연한 판결을 50년이나 미룬 것이 아닌가?

한국전쟁으로 인하여 오랫동안 우리는 진보와 사회주의라는 개념을 스탈린 주의와 같이 생각해왔다. 심지어 유럽의 사민주의마저도 빨갱이라고 매도하며 때려잡을 대상으로, 타도할 사상으로 생각한 것도 동족상잔의 비극인 전쟁의 슬픈 유산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악용한 세력들이 있었다. 소위 친일파로 일컬어지는 세력들인데, 이들은 미국정부에 검증된 프린스턴 대학 박사인 이승만을 통해서 속죄를 받았고 새로운 사대대상인 미국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그들의 세력을 유지, 확장시켜왔다.

또한, 민족세력과 사민주의세력, 스탈린을 반대하는 온건 사회주의 세력까지도 모두 반공 이데올로기를 통해 숙청하였으며 그들에게 중대한 방해가 되는 지도자들은 테러, 암살 등의 방법을 통해 제거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김구선생의 암살이다.
김구선생의 암살은 테러범 김두희에 의해 자행됐는데, 김두희가 1996년 10월 택시운전사 박기서씨의 구타로 사망해 누가 실제 범인인지는 역사상의 미궁으로 빠졌다. 누가 배후인지는 친일파, CIA, 이승만과 측근인 김창룡 등으로 추측할 뿐이다.

또한, 우리는 이승만 정권의 부정부패를 기억한다.
이승만은 오로지 자신의 정권유지를 위해 가장 방해세력이었던 진보당과 조봉암 선생을 조작된 증거와 함께 구속하였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진보당 사건’이다.

1심에서 조봉암 선생은 징역 5년이 선고되고 대부분의 진보당 간부들이 무죄가 선고되자, 이승만 정권의 사주를 받은 유명한 정치깡패 이정재와 그의 일당이 법원에서 난동을 부린 ‘재판파동사건’도 있었다.

1959년 2월 27일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날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절대 권력에 의한 탈법과 조작된 증거를 통한 지식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조봉암선생에 대한 사법부의 사형선고였다. 역사는 조봉암선생의 무고함과 권력에 야합한 사법부와 검찰을 기억한다.
2011년 1월 20일 이용훈 대법원장은 조봉암선생에 대한 재심 판결을 선고하면서 “조봉암 선생은 독립운동가로서 건국에 참여했고 국회의원, 국회부의장, 농림부장관으로 재직하며 우리 경제체제의 기반을 다진 정치인임에도 잘못된 판결로 사형이 집행됐다. 재심판결로 뒤늦게나마 그 잘못을 바로 잡는다”며 우회적으로 반성의 뜻을 밝혔다.

대법원장이기에 앞서 대한민국의 엘리트이며 지식인으로 당연한 반성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독재정권시절 많은 잘못을 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몬 친일파와 그 후손들, 독재와 야합하여 재산을 형성했던 수많은 사람은 반성은커녕 지금도 사회기득권층이 되어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다. 친일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거지가 된다는 말은 진리로 증명되었다.

과연 그렇다. 우리 시대 정치인들과 재벌들은 왜 존경받지 못하는가? 라고 고민하기 이전에 어떻게 권력과 재산을 쌓았는지를 돌이켜봐야 한다.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 진정 건전한 보수가 있는가? 라는 질문에 조봉암선생은 “건전한 수구조차도 없다”라고 평가하실지도 모른다.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이다.

그러나 폭풍이 지나고 있는 황폐한 광야에도 진보가 다시 새싹을 띄우고 있다.

우리 시대 선구자 조봉암선생은 교수대 앞에서 당당히 서서 우리에게 이렇게 외치고 있다.
“과거의 우리 동지들은 현실의 포로가 되지 말고 우리의 이념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우리에게 던진 조봉암선생의 말씀을 되새긴다.
어두운 밤이 가고 밝은 아침이 오듯, 건전한 보수와 진보가 어우러지는 민주주의의 꽃이 필 것임을 확신한다.

조용히 조봉암선생 앞에 머리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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