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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외국인에 대한 ‘서약서’ 강요이주민이 귀화를 결심했을 때 어떤 의무와 권리는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을 검증하겠다는 서약서 강제는 다른 문제다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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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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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1.05 한겨레신문 <왜냐면> / 이안지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연구 활동가 ]


얼마 전 법무부는 2011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외국인 귀화 심사 때 ‘자유민주주의체제 인정 서약서’ 제출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법무부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 등으로 급격하게 확산된 현 안보 위기에 대한 대응 강화를 그러한 제도 도입의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한 법무부 관계자는 “사회주의 국가 출신 귀화자가 93%가 넘는 현실을 고려해, 서약서 형식으로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발언했다.

일반적으로 국적을 부여하는 원칙은 혈통을 중심으로 한 속인주의와 태생지를 중심으로 하는 속지주의로 나뉜다. 한국은 한국인이라는 혈통에 기반을 둔 속인주의를 국적 부여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귀화’ 제도를 두어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도 한국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귀화 절차는 단순히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어떤 외국인이 그 사회의 시민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시민의 자격 기준 원칙을 설정하는 정치적 과정이다. 귀화 절차의 결정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기존 사회 구성원들의 정체성 규정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따라서 한국 국적 취득을 원하는 모든 외국인에게 ‘자유민주주의체제 인정서’ 작성을 의무화하겠다는 법무부의 계획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단지 외국인에 대한 귀화 절차 과정이 강화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러한 서약서를 신설하겠다고 공표함으로써 발생할 한국 사회 내부의 사회정치적 효과이다.

먼저 이와 같은 서약서는 특정 사회민주주의 국가에서 온 이주민 전부를 잠재적 위협으로 낙인찍는 차별 효과를 낳는다. 현재 한국에 오는 많은 이주민들이 북한, 베트남, 중국 등 사회주의체제를 채택한 국가 출신이다. 이주민이 자신의 본래 국가를 떠나 다른 사회의 구성원이 되겠다고 결정했을 때 그 사회의 체제를 인정하고, 그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을 검증하겠다고 서약서라는 강제적 행위를 부과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특히나 남북 간의 관계가 악화되고, 안보에 대한 불안함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현 한국 상황에서 법무부의 이런 발표는 실제 안보 상황 개선과는 관계없는 정치적 효과를 노린 정치적 수사로서 작동할 확률이 높다. 안보 위기는 그러한 서약서 한 장이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정치적 제스처는 특정 국가에서 온 이주민을 잠재적 위협으로 낙인찍는 차별 효과만 낳을 것이다.

둘째로 이번 법무부의 정책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각 구성원이 가져야 할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번 정책의 대상은 외국인이지만 이러한 정책의 발표는 동시에 한국 사회 구성원들에게 발화하는 효과를 갖는다. 암묵적으로 한국인의 정치적 정체성을 자유민주주의체제에 대한 충성으로만 한정짓고, 다른 사상적 자유를 억압하는 효과를 낳는다.

한국인이 되겠다고 귀화를 결정한 이주민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시민적·정치적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은 그러한 서약서에 사인하도록 강제하는 방식으로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이주민을 한국 사회 속에 온전히 포용하고, 동시에 이들이 한국 사회의 선주민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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