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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토' 헌법 의회
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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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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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1.03 LA중앙일보 <윌셔 플레이스> / 박용필 논설고문 ]


CNN의 앵커우먼 낸시 그레이스는 도발적인 질문과 독설을 퍼붓는 등 독특한 캐릭터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방송인이다. 경찰관에겐 "당신 그러고도 국민 세금을 받아먹어요?" 호통을 치기도 한다. 마치 인민재판을 하듯 상대를 단칼에 '죽여' 인권침해 비난이 일기도 하지만 그녀의 거침없는 화법에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실제 그레이스는 '방송 살인'을 한 전과가 있다. 어렸을 적 한국에서 입양된 멀린다 더켓의 두 살 난 아들 유괴사건과 관련해서다. 경찰은 엄마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 중이었다. 그레이스는 이 엄마와 전화 인터뷰 중 막말을 퍼댔다. "아들이 자고 있을 때 어디 있었나요? 거짓말 탐지기 조사는 받았어요?" 죄인 심문하듯 다그치자 다음날 더켓은 머리에 총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리혐의 정치인들도 그에게 걸리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 그레이스가 즐겨 사용하는 무기는 뜻밖에도 헌법이다. 늘 핸드백 속에 포켓용 헌법을 갖고 다니며 이를 정치인들의 면전에 들이댄다. 그레이스의 '헌법 협박'에 상대는 새파랗게 질릴 수밖에.

몇 해 전 유명을 달리한 ABC의 간판앵커 피터 제닝스도 헌법의 열혈 팬이다. 귀화시민인 제닝스는 고교중퇴의 미천한 학력에 캐나다 억양이 여전한 자신을 받아준 미국이 고마웠든지 양복 안주머니에 헌법을 갖고 다녔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때는 60시간 논스톱 해설을 하며 헌법조문을 인용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의원들 중엔 의외로 민주당 쪽에 '헌법광'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6월 93세를 일기로 타계한 로버트 버드 상원의원. 숨지기 전까지 무려 52년이나 의사당을 지킨 최장수 의원이다. 그의 헌법 카피본은 읽고 또 읽어 너덜너덜하다. 모두 4543개 단어로 구성된 헌법을 몽땅 외워 버드는 의원들 사이에 '걸어 다니는 헌법'으로 통했다.

미국에선 포켓용 헌법을 우스개로 '케이토(Cato)'라 부른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가 펴낸 것으로 지금까지 무려 500만 부나 찍어 보급했다. '케이토'는 정치인들이나 학자 학생들 사이에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헌법이 비준 절차를 끝내고 효력을 발생한 해는 1789년이다. 한국에선 22대 임금 정조가 재위 12년째를 맞는 해다. 이해 정조는 수도를 한양에서 화성(수원)으로 옮기겠다는 뜻을 내비친다. '신분의 귀천이 없는 새로운 세상을 이곳에서 열겠다.'는 명분에서다. 조선의 고독한 개혁군주는 그때 벌써 미국의 헌법취지와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 정조는 의문의 죽음을 맞아 그의 정치적 비전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신의 정의를 담았다'(앨 고어 전 부통령)는 미국의 헌법. 금년은 헌법이 시행된 지 꼭 222주년이 되는 해다. 말 타고 다닐 때 만든 헌법을 21세기의 첨단시대에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동안 시대의 변화에 맞게끔 고치자는 주문이 나오기도 했으나 '건국의 아버지들' 얼굴에 먹칠을 하는 패륜적 행위로 간주돼 헌법 개정은 감히 엄두를 못 낸다.

연방 하원의원들이 6일 새 회기 개막에 앞서 큰소리로 헌법 전문을 낭독한다.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보편적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우리 자신과 후손들에게 자유의 축복을 확보해 주기 위해…."

건국의 이념을 되새기며 흐트러진 미국을 다시 곧추 세우겠다는 다부진 결의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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