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고용 이주와 강제징용으로 일본 탄광 등지에서 고난과 차별의 삶을 살아온 재일교포들이 마음을 달래며 불렀던, 일본 속에 뿌리 내린 ‘아리랑’을 집대성한 『일본 한인 아리랑 연구』(신국판 양장본, 340쪽)가 발간되었다.

구한말 이후 일본학자와 관리들에 의해 일본으로 흘러간 아리랑과 더불어 일제강점기를 통한 아리랑의 전승은 현재 일본 취주악, 일본 국정 교과서와 조선학교 교과서, 연주를 위한 악보 등에서 활용되는 아리랑 레퍼토리 등 일본 속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선아리랑문화재단(이사장 최승준)이 사라져가는 해외동포 아리랑 자료의 체계화를 위해 펴낸 이 책은 정선아리랑연구소 진용선 소장이 지난 1998년부터 최근까지 관동과 관서지방은 물론 대마도 등지에서 채록하고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저술했다.

일본 속의 아리랑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이 책은 일본 아리랑 연구의 대부분이 일본 학자들에 의해 주로 수용의 측면에서 논의된 데 반해 전승에 중점을 두어 고찰하고 있고, 구한말 이후 일본인 관리들과 학자들에 의해 일본에서 뿌리 내린 아리랑의 양상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재일교포들이 차별과 냉대 속에서 살면서 위안으로 삼았던 노래 아리랑을 시기별로 조명하고 있다.

진용선 소장이 그동안 일본 국회도서관과 사이타마현도서관, 고음반 전문 매장 등에서 발굴한 1890년대 이후의 아리랑 가사와 1930년대 아리랑 음반, 이난영의 ‘오카난코’ 음반, 60~70년대 음반에 나오는 가사를 수록하는 한편, 한인들의 옛 모습이 담긴 사진과 엽서 등 재일 한인 아리랑의 기록이 담긴 화보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다.

광복 이후 재일민단과 조총련으로 양분돼 반목과 갈등을 해 왔던 재일교포 사회도 최근 ‘아리랑’을 매개로 하여 남북분단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일본사회에서 차별과 편견 속에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재일 한인들에게 과거의 아리랑이 현재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선아리랑문화재단 최승준 이사장은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민요와 유행가로 전해졌거나 강제이주와 강제징용으로 고향을 떠난 우리 동포들의 구전으로 지난한 삶이 배어있는 아리랑은 귀한 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정선아리랑의 가치를 구현하고, 아리랑을 통한 관련 분야의 연구와 교류가 이어지길 기대 한다”고 밝혔다.

정선아리랑연구소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국과 일본, 러시아, 중앙아시아, 하와이 등 구한말 이후 우리 민족이 이주한 지역의 아리랑에 대한 초국가적인(transnational) 연구를 진행해왔다. 해외동포 아리랑을 집대성하기 위해 정선아리랑문화재단은 지난 2008년부터 해외동포 아리랑 학술조사 성과에 대한 『중국 조선족 아리랑 연구』, 『러시아 고려인 아리랑 연구』를 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