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장관 김성환)는 14일(화) 외교부 국제회의실에서 재외국민보호법 제정 관련 '정부안'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현재 18대 국회에서는 2개의 재외국민보호법안(신낙균 의원안, 김정훈 의원안)이 계류 중에 있다. 연간 해외여행객이 1천만 명을 넘어선지 오래고 3백만에 달하는 재외국민(영주권자 교포 포함)이 외국에 체류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테러와 납치 등 해외에서의 대형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재외국민보호법 제정의 필요성과 논의가 이뤄지고 상황이다. 그동안 수차례 법 제정을 위한 시도가 있어 왔지만, 일부 부처의 법 제정의 의지부족과 법 제정으로 인한 실익이 많지 않다는 현실적 한계들로 인해 법 제정이 미뤄져 왔다.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인 재외국민보호법안에 대해 정부(외교부)는 입법노력이 부족하다는 국민적 비난과 지적을 피하고, 재외국민보호정책에 대한 의지와 관심이 확고하다는 점을 알린다는 측면에서 올해 초부터 국회에 계류 중인 의원입법안(국회안)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정부의 입장을 제시하는 재외국민보호법안(정부안) 마련을 준비해 왔다.

이번 '정부안'의 핵심 중 하나는 법의 실질적인 실효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재외국민보호 활동에 있어 예방활동과 대응활동을 구분하여 실질적인 영사권 재량 확보와 영사조력의 거부권, 주재국의 법령 존중하의 보호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외교부가 주장하는 '정부안'은, 국회 의원안의 경우에는 현재 영사들이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구체적 업무지침을 규정하는 정도라고 못 박고 있다. '정부안'은 또 재외국민의 업무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 자신의 안전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국민의 의무’ 규정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 스스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법의 실효성을 저하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안'에서는 국민의 의무를 구체화 하고 있는데 안전 확보의 의무와 신고의 의무가 주 내용이다. 또 국민들이 재외공관에 대해 압도적, 초법적 기능 발휘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영사의 재량권을 제약하는 ‘국회안’에 비해 재량권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사조력의 거부권도 명기하고 있는데, 국민의 도덕적 해이와 국가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 영사조력을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안’은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범정부적 상설기구 설립을 규정하고 있다. 외교부 중심의 재외보호 업무를 여타 중앙부처의 상시적인 참여를 제도화 시킨 것이 특징이다. 또 ‘국회안’은 선언적 의미가 강하긴 하나 재외국민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정부안'은 북한이탈주민(탈북자)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복수국적자의 경우에는 보호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재외국민보호의 범위는 영사적 보호, 외교적 보호, 군사적 보호로 구분된다. 1993년과 2001년 헌법재판소는 헌법 2조2항 상의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사건⋅사고 발생 시 보호뿐만 아니라 법률⋅문화⋅교육 등 제반영역에서의 지원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안'은 재외국민의 보호 범위를 해외에서 사건⋅사고를 당한 재외국민 지원에 주안점을 두는 협의의 개념으로 보고 있다.

또 ‘재외국민보호의 합리적 원칙 정립’이라는 면을 들어 주재국과의 마찰, 영사업무의 현실적 어려움 등을 고려해 ‘외국의 영토관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등의 주재국의 법령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영철 한국해외선교협의회 총무(목사)는 “재외국민 보호의 기본 원칙‘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어려움을 당해 공관에 도움을 요청할 경우 ’검사 입장‘에서 재외국민을 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해당국가의 법을 저촉했으니 도울 수 없다는 식이다. 그는 “국가가 검사 입장인지 변호사 입장인지 모르겠다.”며, “정부는 거주국의 법을 존중할 필요는 있지만 재외국민 보호라는 측면에서 더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영철 총무는 “거주국에서 현지에서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승주 한양대 교수(헌법학)는 “재외국민 보호의 헌법적 근거가 되는 헌법 제2조2항은 국가의 재외국민보호 의무를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정부안'에서 국민의 의무를 규정한다는 것은 국민의 권리를 상당히 제한 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부안'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목적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방 교수는 “'정부안'은 행정 편의적 발상에서 나온 법안이다”며, “제3자에게 국민이 권리를 침해 받을 때 국가는 적극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범죄(테러)에 의해 노출될 수 있는데, 국가는 이런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 본질적인 권리와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법률로 입안되어야지 대통령령 등으로 규정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외교부 영사업무는 외교부 재량이지만, 국민의 관점은 한 없이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진선희 국회 외통위 입법조사관실 과장은 “('정부안'은) 국민의 의무를 지나치게 나열한 느낌이 강하다”고 밝히고, “이 법은 재외국민보호가 목적이기 때문에 국민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안'은 외교적 마찰 부분을 규정해 놓고 외교적 노력을 피하려고 하는데, 정부는 마땅히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진 과장은 “‘재외국민보호의 원칙’을 둔 외교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이것은 행정사항일 뿐인데 이것을 법률로 규정한다는 것은 무리”라며, “외교부의 행정노력과 구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가 마련한 재외국민보호에 관한 이번 '정부안'은 어려부분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향후 국회안과 어떤 식으로 정리될는지 지켜보아야 할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이번 공청회에서 지적된 부분 외에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재외국민을 해외체류하고 있는 상사 주재원이나, 유학생, 외교관 등 장기 체류 중인 국민만을 대상으로 하며 한국 국적을 가진 해외 거주하는 영주권을 가진 국민은 제외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안' 제5조1항(다른 법률과의 관계)에 규정된 “재외국민 보호와 관련하여 다른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경우에는 이 법의 목적과 체계에 부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외교부의 꼼수와 독소조항이라는 비판을 면키 힘들어 보이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