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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본산인 바티칸 시국과 로마 시내 정리
이수경 교수  |  editor@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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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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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티칸 박물관 안 뜰 피냐 정원
세계 가톨릭교회의 본산인 바티칸은 세계 각국에서 순례자나 관광객이 찾아오기 때문에 입장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말에11월12일 새벽 일찍 매트로의 Ottaviano전철역으로 갔다.

1929년 이후 완전한 독립국으로 존재하고 있는 바티칸 시국은 스위스 근위대가 국방을 담당한다. 바티칸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책을 읽은 내용만으로 부족할 것 같아서 인터넷으로 현지 안내원에게 투어 부탁을 해 놓았다. 그 시간에 맞춰 가려고 새벽 6시 45분에 호텔을 나서려니 셔틀버스가 없단다. 그래서 근처 매트로 역까지 호텔 로비에 준비되었던 택시를 타고 갔더니 2-3분 정도로 도착한다. 시간이 없어서 택시를 타고 왔지만 가격을 물으니15유로(나중에 호텔 벨 데스크에 이야기를 했더니 최대 6-7유로가 정상이란다. 그 후, 이탈리아에서는 가급적 택시를 타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다. 돈 보다도 언어나 지역을 모른다고 사람을 기만하는 그들의 못 된 습성이 하루 종일 씁쓰레하게 만들었다.)를 내라고 한다. 매트로 시간에 쫓기던 관계로 급히 냈지만 개발도상국처럼 바가지 씌우는 나쁜 습성이 이탈리아의 이미지를 값싸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독자들 중에 급한 일로 택시를 탈 때는 돈을 뿌릴 각오를 하거나, 아니면 반드시 영수증 요구를 하고, 택시 번호 등을 적어두는 현명한 방법으로 대처하는 게 그들에 대한 교육도 될 것이다.

필자는 아침 6시 50분 전차를 타고 약속 장소로 갔더니 약간 시간이 남고 허기가 지기에 근처의 타바키(매점)에서 즉석에서 갈아 주는 오렌지 주스와 모짤레라 치즈와 베이컨이 든 빵과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전부 합쳐도 5유로란다. 여기는 양심적이다.
약속 시간에 현지 안내원을 만나서 바티칸 입구에서 30여분 정도 있다가 들어갔다. 비수기라서 빨리 들어간 셈이란다. 입장료 12유로를 지불하고 들어가서 일단 브레이크 타임을 가진 뒤, 박물관 안을 보기 시작했다. 반드시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도 역사나 미술 문화, 철학 사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황홀할 정도의 작품들이 가득했다.

산 피에트로(성 베드로)대 성당 뒤쪽에 있는 바티칸 박물관과 시스티나 예배당을 돌아보면서 수많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대가들의 손을 거쳐 간 흔적을 전신으로 느낄 수 있었다. 초기 기독교 교리 전파를 위한 그림의 방에서부터 라파엘로가 19세 때 그렸던 그림과 마지막 유작이 놓인 그의 방이나, 그리스 철학가들을 등장시킨 [아테네 학당],성서를 최초로 번역했다는 성 제롬의 고뇌스런 얼굴 등을 묘사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미완성 작품 등, 방대한 작품들을 보면서 바티칸은 며칠 정도 여유를 가지고 차분히 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에는 대리석으로 된 훌륭한 조각들도 많은데, 특히 라오콘의 섬세한 기교와 얼굴의 감정 표현에 미켈란젤로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참고로 같은 조각품이 피렌체의 우피치 박물관 마지막 전시실 앞 복도에 있으니 비교해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바티칸 궁전의 화려한 천장 장식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카라바조, 조토, 베르니니 등의 수많은 거장들과 더불어 잊을 수 없는 천재 작가 미켈란젤로를 대표하는 작품이 바로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 전체와 벽면에 그려진 [천지 창조](1508-1512)와 [최후의 심판](1534-1541)이다. 권력에 굴하지 않는 비판적 의식도 갖고 있었던 미켈란젤로답게 작품 구석에 그려진 지옥의 추기경 얼굴 등에 대해 설명을 듣다 보니 종교인의 사회적 역할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각 전시실에는 샤갈이나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으로 넘쳐났지만 서둘러 봤는데도 금방 어두워지는 탓에 박물관의 나선 계단(주세페 모모 설계)을 내려 와 산 피에트로(성 베드로)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켈란젤로나 베르니니 등의 거장에 의해 설계된 어마어마한 광장과 이집트에서 가져왔다는 광장 중간의 높은 기둥, 광장을 둘러 싼 원형의 회랑, 대 성당의 내부 장식과 더불어 입구에 설치된 25세의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피에타 등을 보다 보니 종교 문화의 거대함을 새삼 느꼈다. 게다가 바티칸의 화려한 궁전과 천장 장식 부조들은 물론, 황금 300톤을 사용했다는 산 피에트로 입구 천정의 장식 등은 눈부실 정도로 화려했고,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성당 내부 곳곳에 놓인 유명 작가들의 대형 조각들과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웅장한 원형 돔 천정, 장엄함이 와 닿는 거장 베르니니의 발다키노(천개, 성 베드로 무덤 위에 설치, 판테온에서 가져 온 청동으로 제작)와 교황좌, 그의 유작이 된 [교황 알렉산드르7세 기념]조각 등은 중후한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바티칸의 예술적 종교적 화려함의 극치를 보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뿌리 내린 신앙 사상과 문화적 발전, 현실성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기회가 되었으니 좋은 공부를 한 셈이다. 하지만 새벽부터 쉬지 않고 걸은 탓인지, 영국에서 구입했던 발 편한 신발을 애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발 몇 군데에 물집이 생겨서 결국 다음날은 늦게까지 쉬었다. 점심 경에 매트로 역에 가서 전차를 타고 근처의 피라미드에 잠시 들렀다.

이집트 문화를 표방한 피라미드와 성 주변을 산책한 뒤, 매트로 A선으로 갈아타고 포폴로 광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내려서 걸어가니 유명 스포츠 브랜드 회사 주최의 마라톤이 광장에서 개최되고 있었다. 판초 언덕을 오르는 계단 옆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박물관이 있기에 들어갔더니 입장료가7 유로인 것 치고는 초라할 정도로 전시물이 없다. 게다가 그의 작품도 대부분이 진품이 아니고, 그가 과학적 의학적 연구를 통해 사물을 생각하고 그렸다는 도구나 기술에 대한 표기는 되어 있으나 정작 많은 작품들에 대해서는 전시가 없었기에 10분 정도로 나왔다.

   
▲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 성당
그러고 나서는 스페인 광장을 향해 걷다 보니 정말 사람들도 많기도 하다. 게다가 음악을 하는 악사들과 각종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 군밤을 파는 사람들로 인해 작은 골목길은 인산인해다. 게다가 스페인 광장의 명품 브랜드가 몰려 있는 거리 Via Condotti로 가다 보니 아시아계의 젊은 여성들이 익히 잘 알려진 명품 쇼핑백을 몇 개씩이나 메고 활보를 한다. 명품으로 치장하지 않아도 젊음 그 자체만으로 눈부시건만… 그런 노파심이랄까, 왠지 사치스러워 보여서 가볍게 보이기도 하는 젊은 친구들의 명품 숭배를 느끼면서 걷다 보니 왼쪽에 키이츠나 괴테, 바그너, 리스트 등의 음악가들이 자주 들렀다는 안티코 카페 그레코에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려 했지만 빈자리가 없기에 나와서 잠시 더 걷자니 엄청난 사람들이 스페인 광장 앞의 계단과 바르카치아 분수에 넘쳐난다.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계단에는 연인들이나 가족들로 꽉 차 있다. 그 사이로 언덕까지 올라가니 로마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유적지나 광장들도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사람들은 셔터를 누르느라 바쁘다. 올라간 김에 삼위일체의 트리니타 데이 몬티 교회에 들렀다 내부 장식을 보면서 잠시 명상을 하다가 나왔다. 계단 중간 왼쪽에는 시인 키이츠와 셸리가 살았다는 기념관이 있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무작정 광장이 많은 곳을 향해서 걸어 나왔다. 도중에 어느 큰 성당이 입구는 공사 중이었지만 들어갔더니 화려한 천장화나 벽화, 부조, 장식구 등이 많다.

그리고 나보나 광장을 향하는 도중에 괜찮은 성당이 있어서 봤더니 바로 프랑스 국립 교회로 알려진 산 루이지 교회 San Luigi dei Francesi이었다. 안에 들어갔더니 왼쪽 예배당 한 군데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오른쪽 벽면에는 카라바조의 [성 마태의 부름]이, 반대편에는 [성 마태의 순교]가 걸려 있고, 불빛이 작품을 비추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 금지라고 적혀 있지만 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남겨 가고 싶은 욕심에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다. 이탈리아를 다녀 보니 교회를 위해 그림을 그린 작가들, 혹은 교회가 구입한 미술품들이 많아서 교회나 성당도 하나의 유명 미술관처럼 되어 있다. 물론 불교나 이슬람, 유교 혹은 특정 성지, 유적지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부러 찾아가는 관광객은 그 종교를 존중하고 인정하면서 자신들의 방문 태도를 지킨다면 상대도 관용의 상호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 주세페 모모 설계의 바티칸 박물관 출구 나선형 계단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 대성당 같은 경우는 입구에서 물건 체크는 하지만 입장료는 없다. 성당 자체가 위대한 작가들이 만든 대작이고, 찾아오는 방문객이 많아서 재정 운영 상태가 괜찮은 탓인지 그런 큰 성당이나 교회는 입장료를 안 받는 경우가 있다. 한편, 유럽 최고의 동서양 건축 기법을 도입한 교회 건축물이라 불리는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대성당이나 산 조르조마조레 성당 같은 경우는 별도 조각 작품을 전시하거나 종루에 오르게 하여 입장료를 받거나 교회 매점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시에나의 아름다운 두오모는 아예 입장료를 요구한다. 같은 두오모라 해도 피렌체는 무료입장이다. 단, 단테 등이 세례를 받았다는 세례 당에는 시간제한과 입장료가 부과된다. 지구촌 수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기독교 교회지만 여러 곳을 다니다 보니 각 교회마다 재정 운영이 다른 것 같다. 오래된 유산을 유지 보존하고, 시설 운영을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리라.

한참 골목길 몇 개를 걷다 보니 우람한 남성들의 조각상에서 뿜어내는 분수와 수많은 카페들이 있는 광장이 나왔다. 로마 관련의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나보나 광장이었다. 그 분수 앞의 성당에 들어갔더니 입구의 천정화가 높고 아름다운 돔이 되어 있었는데 마침 미사를 하고 있었기에 잠시 머물다가 나왔다. 화려한 분수 옆 광장에서는 이탈리아와 중국의 친선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기에 음악을 들은 뒤, 판테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대 건축물 중에서도 가장 좋은 형태로 남아 있다고 하지만 필자가 갔을 때는 왼쪽 부분이 공사 중이었다. 할 수 없이 나머지 판테온과 앞의 분수에서 사진을 찍은 뒤, 공사를 하는 뒷길로 나와서 미네르바 광장에 다다르니 시끌벅적한 음악 소리가 나온다. 젊은 친구들이 악기를 들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다. 보컬의 친구는 아예 뮤지컬 주인공처럼 독백도 근사하게 하면서 흥이 저절로 날 정도로 신나고 단조로운 리듬의 노래를 부른다. 음악이 즐겁다 보니 오가는 사람들이 멈춰 서거나 춤을 추면서 걷는다. 필자도 주변 사람들과 같이 앉아서 실컷 여흥을 즐겼다. 그리고 동전 몇 개를 던져 주니 글라치에! 라며 모두 웃는다. 참 자유롭다. 그 어떤 부담도 격식도 필요 없이 그냥 흥겹게 즐기면 된다. 이렇게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항상 행복하리라… 고 생각하면서 광장에서 빠져 나가니 골목길 어귀에는 각양각색의 파스타나 스파이스 전문점이 나타나고 쇼핑 온 사람들로 장사를 이룬다. 파스타가 정말 다양하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모양이 많다.

한 참을 걷다가 어느 호텔 입구 쪽에 이르렀더니 이탈리아 정치가가 곧 나타난다며 경찰들과 언론사 관계자들이 줄을 잇는다. 나도 모르게 그 곳의 젊은 친구들에게 물었더니 이탈리아 총리인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를 기다리고 있고, 본인들은 스페인의 법대 학생들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여행을 하지만 그 정치가를 보고 싶어서 아까부터 기다린다고 한다. 상당히 성실해 보이면서도 밝다.

이탈리아의 총리라면 기업가에서 정치가가 된 이후, 권력과 돈을 활용하여 언론 홍보를 하며, 최근에는 어린 매춘부 스캔들로 사생활이 복잡하여 문제가 많다고 하는 이야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그 외에는 잘 모른다고 했더니 이탈리아의 정치적 사회적 문제점이나 스페인 이야기 등을 하기 시작한다. 필자를 보고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기에 한국 사람이라고 했더니 무척 궁금하다고 한반도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한다. 그래서 한반도 위치나 매력 등을 이야기 했더니 언젠가 가보고 싶다고 그런다. [얼른 열심히 공부해서 변호사가 되면 그 때 휴가나 신혼여행을 한반도나 일본 같은 동아시아 쪽으로 하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브라보!! 그라치에!라며 다섯 명이 박수를 친다. 참 밝고 적극적인 성격들이다. 얌전하고 떠들지 않는 내 학생들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그들도 이렇게 타지에 오면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변할까?

이런 저런 생각 속에 엄해지는 경계 속에 굳이 정치가 얼굴 보려고 기다리는 무의미함에 그들과 챠오!!를 하고선 다시 걷다가 보니 어느새 베네치아 광장 맞은편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의 화려한 라이트가 나를 맞는다. 아, 익숙된 이 곳. 그래, 언제 다시 로마의 야경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기회를 만들어서 꼭 다시 만나자!! 그렇게 카피톨리노 언덕과 콜로세움에 안녕을 한 뒤, 숙소로 돌아와서 피렌체와 베네치아 등의 지리책을 보았다. 심야가 되니 발이 퉁퉁 부었지만 찍어 온 사진들을 보면서 참 많이도 보고 왔다는 생각에 나름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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